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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팽팽한 투수전 보나

KBO 스트라이크존 조정으로 한국 프로야구 ‘타고투저’ 극복 중…경기시간도 단축돼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7-04-25 1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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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경기장의 모양을 다이아몬드형으로 처음 만든 이는 ‘현대 야구의 아버지’라 부르는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로, 만약 그가 지금 프로야구 경기를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자신이 만든 규칙의 상당수가 변했기 때문. 일례로 1800년대 야구에는 삼진 아웃이 없었으며 ‘야구의 꽃’인 홈런도 경기장이 도심에 자리 잡으면서 생긴 규칙이다.

    야구 규칙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정규경기 이닝 수를 9이닝에서 7이닝으로 줄이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160년간 쌓아올린 모든 기록의 기준점이 달라지는 대혼란이 불가피하지만, 이닝 수 축소주의자들은 경기시간이 짧아지면 중계권 등 리그 수입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KBO리그에서도 2017년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새롭게 바뀐 국제대회 기준에 맞춰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한 것. 파장은 컸다. 연일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고 있고 경기시간도 확 줄었다. 규칙 적용에 작은 변화가 있었을 뿐인데 리그 전체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WBC 부진으로 정신 차린 KBO


    KBO리그는 최근 몇 해 동안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화끈한 타격전이 가진 매력은 분명히 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매우 좁은 편이던 KBO리그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생존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았다.

    시즌 내내 난타전이 이어졌고, 공방전은 지루할 만큼 길어졌다. 이에 리그 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 처음부터 좁았던 것은 아니다. 2006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일본 사회인야구 선발팀에게 패하자 국제대회 흐름에 맞춰 마운드 높이를 10인치(약 25.4cm)로 낮췄다. 스트라이크존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KBO리그는 지금과는 완전히 반대로 스트라이크존이 넓어 ‘투고타저’ 현상이 극심했다. 당시 리그 홈런왕이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홈런 기록이 26개였을 정도.

    ‘도하참사’로 표현되는 아시아경기대회 참패에서 비롯된 스트라이크존 축소는 이후 타고투저 현상을 이끌었다. 3할 타자는 전 세계 공통으로 매우 뛰어난 타자를 상징한다. 그러나 지난해 KBO리그 10개 팀에서 40명의 3할 타자가 나왔다. 한때 3할 타율은 A급 선수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훈장이었지만, 규정 타석을 채운 55명 중 단 15명을 제외한 40명이 3할 타자였다. 한편 지난 시즌 투수 평균 방어율은 5.17점을 기록했다. 3점대 이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단 7명이었다.

    이처럼 타고투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2009년 KBO는 한 차례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막상 리그가 시작되자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이전처럼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WBC 1라운드 A조 경기는 메이저리그 심판들이 한국으로 날아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판정했다.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위쪽과 바깥쪽 존이 훨씬 넓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상당수 국내 타자가 멍하니 선 채 삼진을 당했고, 한국은 2017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KBO는 리그 수준 향상을 위해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준비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확대라는 표현보다 정상화가 맞다. 규칙이 허용하는 존의 범위를 최대한 활용해 판정하기로 했고, 겨우내 심판들이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7 KBO리그가 지향하는 스트라이크존은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크기다.

    야구규칙 2.73에 따르면 스트라이크존은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플레이트 상공’이라고 설명돼 있다. 타자 키에 따라 변화하는 가상의 선이다. 그러나 선과 관계없이 투수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려면 타자가 안타를 칠 수 있는 코스로 공을 던져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바깥쪽에 비해 타자 몸 쪽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설정한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워낙 강속구 투수가 많아 공이 타자 몸에 맞는 상황을 피하자는 목적도 있지만, 최정상급 타격 기술을 가진 타자라도 몸 쪽은 안타보다 파울이 나올 확률이 더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난타전에서 투수전으로

    하지만 그동안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타자가 충분히 칠 수 있는 높은 쪽과 바깥쪽 공도 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자가 충분히 안타를 만들 수 있는 공도 볼이 되면서 투수들의 설자리가 매우 좁을 수밖에 없었다.

    개정된 스트라이크존은 벌써 경기 판도를 바꾸고 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높은 공은 2~3개, 낮은 공은 1개 정도 더 잡아준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동안 볼넷으로 어려움을 겪던 많은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자 정상급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현역 시절 ‘두뇌피칭’으로 유명하던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올 시즌 새로운 투수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따라 지난해까지 어려움을 겪던 투수들이 빼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수가 롯데 김원중이다. 지난해에도 공은 좋았다. 단, 하이 패스트볼이 볼로 판정되면서 카운트가 몰렸다. 그러나 올해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면서 타자 처지에서 매우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투수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데뷔 18년 차인 배영수(한화 이글스)는 4월 4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일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한화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KIA 타이거즈 임기영도 지난해까지 크게 알려진 투수가 아니었지만 18일 kt 위즈와 일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4월 18일 기준 리그 전체에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22명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팀당 15경기 안팎을 치른 시점이지만, 지난해 40명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투수들의 성적은 크게 향상됐다. 2점 이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만 8명이다. ‘선동열 방어율’이라 부르는 0점대 방어율도 3명이다. 방어율이 4점이 되지 않는 3점대 이하 방어율 투수는 26명으로 지난 시즌의 4배에 가깝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경기시간도 단축됐다. 프로스포츠 가운데 경기시간이 가장 긴 편인 프로야구의 고민거리가 줄어든 셈. 4월 18일 기준 2017 KBO리그의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2분으로 지난해 3시간 25분에 비해 소폭 줄었다. 넥센 히어로즈와 kt는 3시간 이하 평균 경기시간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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