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멀어서 더 그리운 곳 숨겨진 비경 ‘보고 또 보고’

서해 신안 가거도

  • 글·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입력2010-07-27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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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서 더 그리운 곳 숨겨진 비경 ‘보고 또 보고’

    시원한 바람이 쉼 없이 부는 섬등반도의 초원.

    목포는 호남선 철도의 종점이자 국도 1·2호선의 시점인 항구도시다. 신안군 흑산면에 속하는 가거도는 다도해의 관문인 목포항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뱃길로는 126마일(233km) 떨어져 있다. 국토 최서남단의 끝섬이다. 우리나라 영토 가운데 중국과 가장 가까워서 중국 땅의 닭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사람들은 가거도를 두고 “가도 가도 뱃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 섬”이라 하고, 다시 뭍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탓에 “가거든 오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한다.

    행정구역상의 가거도 마을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뿐이다. 하지만 자연부락은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세 곳에 이른다. 그중 면출장소, 우체국, 보건소, 초·중학교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슈퍼마켓, 음식점, 항만 등이 들어선 대리에 주민의 대다수가 거주한다. 반면 교통이 불편하고 어항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항리와 대풍리에는 사람 사는 집보다 빈집이 훨씬 많다.

    대리의 가거도항에 도착했을 때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울창한 상록수림이다. 마을 뒤편의 산비탈이 사계절 푸른 후박나무로 뒤덮여 있다. 가거도에는 어딜 가나 후박나무가 흔하다. 후박나무숲에는 후박나무의 까만 열매만 먹고 사는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가 서식한다. 녹나뭇과의 상록활엽수인 후박나무의 껍질, 즉 후박피는 가거도 주민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나무 몸통에 수액이 잔뜩 오르는 6~8월에 벗겨서 말린 후박피는 건위(健胃), 강장(强壯)에 효험 있는 한약재로 쓰인다.

    멀어서 더 그리운 곳 숨겨진 비경 ‘보고 또 보고’

    1. 가거도의 세 마을 중 가장 풍광이 독특한 항리마을. 2. 가파른 해안절벽과 울창한 상록수림. 3. 항리마을에서 바라본 황홀한 해넘이.

    손맛 짜릿한 낚시 포인트 산재, 섬등반도 풍광 이국적

    전체 면적 9.18km2에 해안선 길이 22km에 불과한 가거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산이다. 신안군 최고봉인 독실산(639m)이 한복판에 우뚝하다. 독실산 정상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개설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독실산 정상에서 바닷가까지 가파르게 흘러내린 산자락은 한겨울에도 푸른 난대성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다.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동백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같은 상록수가 울창한 가거도는 식수가 풍부하다.



    가거도는 제주 추자도와 함께 ‘꾼’들이 꼭 한번 찾고 싶어 하는 바다낚시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섬 전역에 산재한 갯바위와 여(礖)는 천혜의 낚시 포인트다. 여름철에는 팔뚝만 한 농어와 돌돔(갯돔)이 심심찮게 걸려들고,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는 ‘5짜’(50cm) 이상의 감성돔이 강태공을 열광시킨다. 그래서 가거도를 한번 찾은 ‘꾼’들은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마련이다.

    멀어서 더 그리운 곳 숨겨진 비경 ‘보고 또 보고’

    4. 각종 해물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섬누리의 백반 상차림. 5. 갯바위에서 낚시로 잡아 올린 돌돔.

    숲이 울창하고 해안 절경이 즐비한 가거도는 신안 최고의 관광지인 홍도 못지않은 관광자원을 자랑한다. 홍도의 풍광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보여준다면, 가거도의 자연은 굵고 힘찬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의 가거도 8경은 홍도 33경에 비견될 만큼 절경으로 손꼽힌다.

    가거도의 여러 절경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항리마을 뒤편의 섬등반도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등반도는 2007년 개봉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천혜의 전망대인 이 작은 반도에서는 뭍과 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연이은 4개의 봉우리가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 섬등반도에서도 맨 남쪽의 회룡산부터 북쪽 끄트머리의 흑산도등대까지 가거도의 서쪽 해안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구름이나 해무가 깔리지 않는 날이면 독실산 정상 부근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 보인다. 독실산 중턱에서 마을의 마지막 민가까지 지그재그로 구불거리는 찻길의 전체 윤곽까지도 한눈에 가득 찬다. 온통 초원으로 뒤덮인 섬등반도의 풍광과 정취는 퍽 이국적이다. 사방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눈맛이 상쾌하고 바람도 시원스럽다. 뼛속까지 시원한 바람 속에서 초원길을 걷노라면, 알프스 언덕 같은 느낌도 들고 대관령 어느 목장의 능선길을 걷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섬등반도가 주는 여운은 참으로 길고도 길다. 볼에 와닿는 바람의 감촉과 귓전을 간질이는 파도소리가 한동안 잊히질 않는다.

    해안절벽이 대부분인 가거도에는 규모가 큰 정식 해수욕장은 없다. 대신 가거도항 옆의 동개해수욕장과 항리마을의 협곡몽돌해변에서 아쉬우나마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수도권에서 KTX 열차와 여객선을 번갈아 타고 꼬박 10시간을 달려야 닿는 가거도에서의 사나흘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처럼 흘러가버린다. 선착장에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민박집에서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고만 있어도 하루해가 짧다. 보고 또 봐도 가거도 바다는 전혀 식상하지 않다.

    멀어서 더 그리운 곳 숨겨진 비경 ‘보고 또 보고’

    가거도항 옆의 동개해수욕장. 자잘한 몽돌이 깔려 있다.

    여/행/정/보

    ●숙박

    항리마을의 섬누리(061-246-3418)는 항리마을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 중간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민박집이다. 방에서 창문을 열면 항리마을 부근의 쪽빛바다와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좋다. 대리(1구)에는 까꿍이네(061-246-5252), 제일펜션(061-246-3437) 등 숙박업소가 많다. 대부분 미리 주문하면 식사도 차려준다.

    ●맛집

    섬누리는 음식 솜씨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미리 부탁하면 다양한 해물요리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백반과 전복닭백숙, 생선회 등을 맛볼 수 있다. 대리에는 해인식당(백반, 061-246-1522), 둥구횟집(활어회, 010-2929-4989) 등의 음식점이 있으나 비수기에는 영업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교/통/정/보

    ●목포↔가거도/ 목포항에서 동양훼리(061-243-2111)와 남해고속(061-244-9915)의 가거도행 쾌속선이 각각 홀수일(동양)과 짝수일(남해)에 1회(오전 8시) 왕복 운항한다. 도초·비금도, 흑산도, 홍도, 상·하태도 등을 거쳐 가거도까지는 4시간 30분~5시간 소요.

    ●섬 내 교통

    가거도에는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없다. 걸어 다니거나 민박집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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