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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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계종이 ‘은퇴출가’에 문을 연 까닭은

내년부터 51~65세 출가 허용…흰머리 출가자 눈에 띄게 늘어나나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4-17 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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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말 스님이 되고 싶다. 스님 중에서도 땡중이 아니라 진짜 중, 면도날처럼 기가 살아 있는 중, 생사의 허물을 벗기 위해 백척간두에 홀로 서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시퍼런 중, 한참을 살다가 언제 가는지도 전혀 모르게 대숲을 지나는 바람처럼 왔다가 물 위에 비친 기러기처럼 사라지는 중, 법문이고 나발이고 누가 물으면 그저 천치처럼 살다가 잠시 나와 노는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혼자서 물에 비친 얼굴 들여다보면서 빙그레 웃는 그런 중이 되고 싶다.’



    은퇴출가로 제2의 인생 출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故) 최인호 작가가 저서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에서 쓴 내용이다. 구도의 길을 걷는 승려를 향한 동경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KBS 사장을 역임한 박현태 씨는 2003년 9월 70세 나이에 태고종으로 황혼출가해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불교 공부와 수행에 진력했다는 그는 “인간의 생애에서 종교가 관여할 일이 많다”며 “종교는 세상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할 수 있는 한 힘껏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출가의 말을 남겼다.

    내년부터 흰머리를 깎는 출가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마침내 은퇴자에게 산문을 열기 때문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 30일 임시회의를 열고 51~65세의 ‘은퇴출가’를 받아들이는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늦깎이 발심자(發心者)도 조계종으로 출가가 가능해졌다.

    조계종이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출가자 급감에 따른 사찰 운영인력 부족 해소와 타 종단으로 출가하는 사람을 조계종으로 불러들이기 위함이다. 오랜 논란 끝에 도입된 은퇴출가제도인 만큼 기존 출가자와는 자격 및 운영 규정이 확연히 다르다. 현행 종단법은 출가 연령을 13~50세로 정하고 있으나, 은퇴출가제도는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 경력이 있는 51~65세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다.



    은퇴출가자는 1년 동안 행자생활을 하면서 사미·사미니계를 받게 되고, 이후 비구·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장 낮은 견덕(비구계의 5급)·계덕(비구니계의 5급)을 넘어서는 법계는 받을 수 없다. 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일절 갖지 못한다. 조계종에서 고령자의 출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1년부터다. 조계종교육원은 수차례 공청회와 세미나를 열어 출가제도 다변화를 위해 청소년과 고령자에게도 출가 문호를 개방하는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교육이 어렵다’ ‘종단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은퇴출가의 입법화 논의가 다시 불붙은 것은 지난해 1월 13일부터다. 조계종은 총무원장 신년 기자회견에서 은퇴출가제도 도입 질문에 “사회적 여건이 바뀐 것을 종단이 적극 수용하고 받아들여 출가 수행생활을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종회 출가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진통 끝에 마련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부결됐다.

    당시 중앙종회에 상정된 내용은 출가 대상을 만 51세 이상 70세 이하인 은퇴자로 하고 ‘수행법사’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출가 기간을 1년으로 한 뒤 심사를 거쳐 1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했다. 또 승려법, 교육법, 승려복지법 등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은퇴출가자의 신분이 신도, 승려 가운데 어느 쪽인지 확실치 않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사실상 단기 출가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중앙종회 출가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2월 공청회를 열고 은퇴출가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3월 30일, 논란이 많은 만큼 차기 회의로 이월해 재논의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중앙종회에서 표결을 진행하고 제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은퇴출가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계형 출가자’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출가 자격과 출가 후 생활에 지나친 규제를 뒀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표결을 앞두고 벌어진 난상토론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터져 나왔다. 심우스님은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한 자로 정의했지만 이 부분부터 애매하다. 가정주부나 자영업자, 농민은 무엇으로 경력을 증명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은퇴출가자가 비구계를 받으면 종단 구성원이 되는 건데, 향후 절을 짓고 포교를 열심히 해도 법계가 제한돼 주지직을 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도의 길, 남다른 각오 필요


    이에 대해 조계종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은퇴출가자에게 일정한 제한을 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종회 정서로 볼 때 5년, 10년 지나서 풀어야 한다면 풀면 될 테고 강화해야 한다면 강화하면 될 터”라며 “은퇴출가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권리 제한이 종헌과 종법에 어긋나는지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조계종 관계자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해 생계형 출가 방지 등 일부 문제점을 개선하고 제도도 정비할 것”이라며 “일단 출가 확대 문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고교의 교장인 방모(60) 씨는 이번 은퇴출가제도 도입을 반기고 있다. 불자인 방씨는 평소 틈나는 대로 조계종과 관련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딸 둘을 결혼시켜 마음에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그가 새로운 인생을 살길 원하는 것을 아내도 이해해준다고. 정년까지 교직에 몸담을 계획이지만 마음이 바뀌면 내년 봄이라도 출가를 결행할 생각이다. 방씨는 “출가로 내 삶을 돌아보고 봉사활동으로 남은 생을 보낼 것”이라며 “이왕이면 출가 후에도 교육 관련 부문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포교사로 활동하면서 정년까지 4년 남은 직장인 윤모(56) 씨는 “가끔씩 출가를 생각한다”면서도 “막상 출가를 결정하려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조모(68·여) 씨는 은퇴출가제도 도입이 조금 빨랐으면 하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성철스님이 오랫동안 머물던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 다니는 조씨는 남다른 발심으로 출가까지 생각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아쉽게 접어야 했다. 

    조계종은 은퇴출가제도가 종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 연평균 400여 명이 출가했지만, 최근 3년간 100명을 넘지 못하고 있어 수행자보다 절이 많아지는 날이 오리라는 위기감이 높다. 2005년 출가자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자 출가 연령 상한선을 40세에서 50세로 높인 바 있다.

    하지만 한 불교단체 관계자는 “은퇴출가제도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출가자 수가 줄었다고 은퇴자로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출가자가 줄어든 근본 원인은 조계종이 사회에서 승가공동체로서 바람직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내버려둔 채 은퇴자를 받아 출가자를 늘리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또 이왕 받으려면 평등하게 받아야지, 제약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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