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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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손 빌려 MB 정부 구하기?

유연근무제, 마이너스 고용 실적 만회 노림수 … ‘단시간 상용직’ 카드에 勞使 뿔났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0-03-09 18: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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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 손 빌려 MB 정부 구하기?

    1월21일 열린 1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먼저 경제가 회복된 나라’로 꼽혔다. 올해는 ‘가장 먼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이명박 대통령, 1월21일 1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올해의 최우선 국정 목표가 ‘일자리 만들기’라고 천명한 이후, 정부의 고용정책에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린 분위기다. 대통령이 주재하고 전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가 구성된 것도 전례 없는 일. 이 회의는 매달, 대통령 요구에 따라 수시로 열릴 예정이다. 또 이참에 정부는 경제정책 핵심지표(경제상승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에 고용률을 추가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을 정부가 수시로 챙김으로써 ‘좀더 실효성 있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설정한 올해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량’은 25만개 이상. 이를 위해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인구직 DB 확충 △민간고용중개기관 인센티브 지원 △중소기업 고용증대세액 공제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자리정책의 핵심에 서 있는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고용정책을) 매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요즘의 정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다”



    취임 만 2년 즈음해 정부가 쏟아낸 각종 일자리정책 중 가장 주목할 점은 ‘유연근무제’의 도입이다. 유연근무제란 정형화된 근무제도에서 탈피해 출·퇴근시간, 근무장소, 근무형태 등을 다양화하는 것. 재택근무, 탄력근무, 시간제근무 등 유연근무제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19쪽 표 참조).

    2월16일 정부는 “9개 유형의 유연근무제를 도입, 올 하반기부터 전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면 시행하겠다”며 공무원 근무방식의 일대 혁신을 예고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집에서 근무하거나, 일주일에 나흘만 출근해 하루 10시간씩 일하거나, 매일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대신 월급을 적게 받는 공무원들을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

    유연근무제는 비단 정부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틀 뒤인 2월18일 정부는 제2차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유연근무제의 민간 확산 방침을 확정, 발표했다. 다종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민간으로도 확산시켜 ‘더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일하도록 하겠다는 것.

    여기서 핵심은 ‘단시간 근로’다. ‘유연근무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노동부 고용정책과 김부희 서기관은 “여러 유형 중 정부가 가장 무게를 두는 부분은 단시간 근로”라고 밝혔다. 단시간 근로란 하루 8시간(full-time)보다 짧은 시간(part-time)을 일하는 대신, 급여도 적게 받는 근무형태. 정부는 단시간 근무를 하되 정규직으로서의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는 ‘단시간 상용직’을 정부 및 민간 부문에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선진국들은 단시간 근로를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확산시키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30시간 미만 근로자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 15.5%인 데 비해, 한국은 9.3%에 불과하다는 것(2008년 기준).

    정부는 “단시간 근로는 일과 가정, 일과 개인생활의 양립을 가져다주는 근무형태”라며 확산 취지를 설명한다. 살림과 육아를 도맡고 있는 기혼여성들은 풀타임 일자리를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에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 정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1013만여 명 가운데 68.8%가 육아 및 가사 부담으로 취업에 애로가 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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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현재 유연근무제 확산을 위해 전 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유연근무 유형에 대한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공무원들.

    여성부 인력개발기획과 박문숙 사무관은 “단시간 근로는 비단 여성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육아·가사에 참여하는 사회적 트렌드가 분명 있으며, 자기계발을 위해 학업을 병행한다거나 고령으로 풀타임이 버거운 남성 근로자에게도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시간 근로의 민간 확산을 위해 기업이 단시간 근로자를 신규 채용할 경우 1년간 임금의 50%(40만원 한도)를 보조해주고, 2명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1명의 풀타임 근로자로 인정하는 인원 산정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시간 근로를 통해 정부가 이루려는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경제정책 핵심지표로 ‘격상’된 고용률을 높이려면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정부가 기존 풀타임 일자리를 파트타임으로 ‘쪼개’ 손쉽게 취업자 수를 늘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 목표는 지난해 58.6%로 집계된 고용률을 올해 58.7%로, 향후 10년 내에 60%로 끌어올리는 것. 고용률 1%는 대략 40만개의 일자리로 추산된다. 거칠게 말해 정부가 올해 안에 기존 풀타임 일자리 4만개를 파트타임 8만개로 전환시키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 ‘단시간 근로 확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 실무자는 “2014년까지 중앙부처 공무원 61만명 가운데 10%를 단시간 근로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광의의 실업률’ 15% 넘는 현실

    이명박 정부가 “있는 일자리를 쪼개자”고 적극 나선 이유는 날로 심각해져가는 고용 현실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이 아련하게 기억하듯, 이 정부의 대선 공약은 ‘연 7% 경제성장으로 임기 내 300만개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러나 취임 2년이 지난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고용률은 2008년 1월 58.3%에서 지난 1월 56.6%로 1.7%포인트 하락했다. 공약대로라면 취임 2년이 지난 지금 12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어야 하는데, 오히려 약 6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률은 3%대를 유지, 전 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의 부실함은 널리 알려진 바다. 취업준비생, 취업이 안 돼 대학원에 진학했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취업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인구까지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은 15%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자리의 질(質) 또한 나빠지고 있다. 노동계가 임시 일용근로자를 포함해 추산한 비정규직의 비율은 2001년 8월 55.7%에서 2009년 8월 51.9%로 거의 변함이 없다.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은 정규직과 비슷한 데 반해(월 총근로시간 정규직 189.6시간, 비정규직 165.7시간), 임금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인다(월급여액 정규직 215만원, 비정규직 119만원).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등 광공업 일자리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대신 소득 수준이 낮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기타서비스 일자리는 늘고 있다(이상 김광수경제연구소 보고서에서 인용). 즉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이런 고용 현실을 의식한 정부가 구원투수로 선택한 집단은 ‘아줌마’. 육아와 가사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집에서 쉬고 있는 여성들에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선진국보다 낮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전체 고용률도 높이겠다는 일거양득 전략이다. 민주노총 김경란 정책국장은 “정부가 남성 고용률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더 이상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여전히 낮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15~64세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이 57.5%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53.2%에 불과하다. 박 사무관은 “단시간 근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면 출산율도 개선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단시간 근로제 도입에 대해 노사 양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노동계는 ‘질 나쁜 일자리 양산정책’이라며 질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여성 고용의 근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단시간 근로 확산에 대한 반대성명을 냈다. 재계는 단시간 근로를 ‘상용직’으로 확대하는 데 반감이 크다.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정년과 상여, 4대 보험 등을 보장하는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3년차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표선수로 부각된 단시간 근로는 사실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정부 내에서 논의돼왔던 정책이다. 2008년 노동부에 용역보고서 ‘파트타임 등 일·가정 양립형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책대안 연구’를 제출한 한국노동연구원 황수경 연구위원은 “단시간 근로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육아·가사나 학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몇 년 동안이면 몰라도, 평생 파트타임으로만 일하려는 근로자들이 과연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따라서 본인 희망에 따라 파트타임과 풀타임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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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타임에 평생 만족하라?!

    단시간 근로에 대한 노사의 반대와 관련해 정부는 ‘정면 돌파’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정부 내 실무책임자는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설득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부는 이미 단시간 근로자 채용에 나섰다(상자기사 참조). 또한 향후 적합 직무에 대해서는 신규 고용 시 되도록 단시간 근로자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부처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도 벌여 기존 공무원들의 단시간 근로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민간에 대해서는 ‘단시간 상용직 선도 기업 50개소’를 발굴하고, 노사정위원회 등 대화채널을 통해 단시간 근로의 필요성을 역설할 생각이다.

    일자리와 복지정책이 절묘하게 결합된 일·가정 양립형 단시간 근로는 앞으로 비정규직법에 버금가는 노사정(勞使政) 간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고용의 덫’에 빠진 이명박 정부를 과연 ‘아줌마’들이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이 정부를 더 궁지로 몰고 갈 것인가. 게임은 시작됐다.

    ‘대박’ 난 단시간 직업상담원 모집 … “풀타임 전환 고려 안 하고 있다”

    ‘27.5대 1.’ 내로라하는 대기업 입사경쟁률이 아니다. 노동부가 단시간 근로 확대의 일환으로 고용지원센터에서 일할 ‘단시간 상용직’ 직업상담원 90명을 모집한다고 공고를 내자, 지원자가 2475명이나 몰렸다. 신영철 고용정책실장은 “가족을 돌보면서도 전문성을 살려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적, 전문적 일자리”라며 “특히 30, 40대 고학력의 경력 단절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바늘구멍’을 통과해 단시간 상용 직업상담원이 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5시간을 근무하고 월 84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풀타임(full-time) 직업상담원과 마찬가지로 60세까지 정년 보장이 되며 상여금, 경조휴가, 가족수당 등 각종 복지혜택도 똑같이 누린다. 그렇다면 본인이 원할 때 풀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노동부 측은 “앞으로도 직업상담원은 단시간 근로자로 선발할 계획”이라며 “이들의 풀타임 전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단시간 근로가 ‘가정주부용 부업’ 수준에 머무는 것은 노동부 종합상담센터에서 엿볼 수 있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이 센터는 ‘1544-1350’ ‘1350’의 상담전화를 운영한다. 총 82명의 상담사가 하루 4.5 혹은 5시간 근무하며, 시간당 7267원의 임금을 받는다. 대부분 30, 40대 기혼여성으로 안양 근처에서 산다. 남성은 딱 1명, 60대 고령자다. 아예 풀타임 직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풀타임으로 전환할 수 없다. 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남편이 돈을 벌고 있어 부수입을 목적으로 나오는 가정주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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