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3

2017.04.12

인터뷰

대선 출마 김종인 전 의원 “리더가 어벙하게 모호한 태도 취해선 안 돼”

통합의 대통령 소임 제시…“업적을 차곡차곡 쌓는 정부 보여드리겠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4-11 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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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 19대 대선을 34일 앞둔 4월 5일. 김종인 전 의원(사진)이 ‘통합조정의 소명’을 수행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다스리는 기존 대통령(大統領)의 구실에서 벗어나 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라는 리더십을 제시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5층에 마련된 대선캠프에서 김 전 의원을 따로 만났다.

    ▼대선에 출마한 이유가 뭡니까.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은 통합정부가 아니면 정부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없어요. 당장 정부가 출범하려 해도 국무총리 인준, 장관 청문회 등 국회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 180석 이상의 지지를 받는 통합정부여야 합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소속 정당이 없고 탈당해 의원직도 상실한 혈혈단신의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180석 이상의 지지를 받는 통합정부를 꾸리는 게 가능할까요.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화합과 통합을 할 수 없죠. 권력을 나눠 조정하고 통합하는 조정자 구실을 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정당이 있고 없고는 큰 관계가 없어요.”



    ‘개혁 중의 개혁은 헌법 개정’

    김 전 의원은 “대선은 국민이 후보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지,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역대 대선에서 의원 수를 보고 (대통령을) 뽑은 게 무슨 의미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르는 선거”라며 “짧은 기간에 나라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비상시국인 만큼 누가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대선에 뛰어들어 지지율이 아직 미미합니다.
    “지지율은 변할 수 있어요. 그러니 예단할 필요 없어요. 국민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무엇을 하려고 대선에 나섰습니까.

    “우리나라가 정상적으로 발전하려면 정치와 경제를 쇄신해야 해요. 정치쇄신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지금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헌법을 개정해야 해요.”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개헌은 우리나라를 바꾸는 시작이자 결과’라며 ‘개혁 중의 개혁인 헌법 개정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3년 뒤인 2020년 5월 다음 세대 인물들이 끌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출마 선언 속에는 차기 정부 출범 후 개헌을 통해 자연스럽게 임기를 3년으로 줄이겠다는 임기단축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그는 특히 “경제민주화가 갖는 시대적 의미와 중요성을 대선후보 누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경제민주화란 경제세력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려는 것을 막는 방화벽을 세우는 일과 같아요. 또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 전 단계에 와 있는데도 (대선후보 누구도) 그런 상황 인식을 못 하고 있어요. 대통령은 상황 인식을 철저히 해 제대로 결정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정권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 같은 구호가 난무한다’며 ‘교체는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의란 단어를 팔고 청산을 외치는 적개심 정치로는 우리 앞에 있는 수많은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미 망해서 과거가 된 정권을 두고 정권을 교체하자는 집단이 판단력이 있는 사람들이냐’고도 했다.

    ▼오늘 대선 출마 선언 때 “새 정부는 이 땅에서 전쟁이 발발할 여지를 없애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한반도가 처한 상황이 전쟁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험하다고 봅니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면 일촉즉발의 사태가 닥칠 수도 있어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대화하고 있는데, 만약 중국이 동조하지 않아 대화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예방적 조치를 취하고자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 아닙니까. 우리는 전쟁의 위험이 내포된 상황에 처해 있는 겁니다.”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대선 출마자들이 확고하게 (사드 배치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선두주자라는 사람들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그것도 두 사람 다.”

    ▼사드 배치에 대한 김 전 의원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때 내 생각을 밝혔죠. 한미동맹을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당론으로는 채택되지 못했죠.
    “그 사람들이 반대하니까 못 한 거지. 그래서 정직하지 못하다는 거예요. 자기들이 집권하면 (사드 배치에 대한 견해를) 바꿀 수 있겠어요?”

    김 전 의원은 ‘그 사람들’이라며 대명사를 썼다. 누군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후보와 가까운 친문재인(친문) 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들렸다.

    ▼만약 바꾸게 되면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닙니까.

    “그러니까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하는 거예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되는 건 되는 거라고. 리더가 어벙하게 그런 모호한 태도를 취해선 안 돼요.”



    대선 완주? “한번 봅시다”

    김 전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문(비문재인) 연대’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본인은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4월 15일과 16일 후보등록을 하고 30일 투표용지가 인쇄됩니다. 그 후까지도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계획인가요.
    “한번 봅시다.”

    ▼통합정부를 위해 다른 대선후보를 만나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인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출마 선언 전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 · JTBC 회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등을 두루 만나지 않았습니까.“그건 다음 정부가 통합정부여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거지.”

    ▼어쨌든 대선후보 간 연대는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이 아니에요.”

    ▼그럼 결과적으로 연대가 될 것으로 봅니까.
    “시간 흐름에 따라 각자 알아서 판단하겠죠.”

    ▼대선 법정 선거비용이 최고 509억 원가량 됩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 국고보조금을 받습니다만, 무소속 후보는 사재를 털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데….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지, 방법이 있나요.”

    ▼어쨌든 대선을 완주한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5월 9일 투표용지에 무소속 김종인 이름이 있을 것으로.
    “그걸 전제하지 않고 어떻게 시작합니까.”

    ▼안철수 후보를 만날 계획은 없습니까.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선거운동을 하러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만나요.”
    김 전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 때 “업적이 차곡차곡 쌓이는 정부가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다”며 과거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 사례를 언급했다.

    “저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불과하던 40년 전, 국민의료보험제도를 설계한 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한 사람입니다. 미국 국민 중 3200만 명이 의료보험 없이 살고 지금도 의료보험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이 평가할 겁니다.”

    출마선언문 맨 마지막 장에는 1977년 발행된 한 기업 직원의 의료보험증 사본이 첨부돼 있다. 국민이 뒤늦게 대선에 뛰어든 김종인 전 의원을 대한민국을 구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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