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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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전 친李-친朴, 제 갈길 가나

세종시 놓고 곳곳서 치열한 공방 … 박근혜 前 대표 ‘결단의 시간’ 앞당겨질 수도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09-11-11 1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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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의포럼’ 세미나가 열렸다. 여의포럼은 지난해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친박 무소속’이나 ‘친박연대’로 당선된 뒤 복당한 21명의 의원이 만든 모임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국회 전위부대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한 달에 두 차례 세미나를 갖는 여의포럼의 이날 세미나 주제는 ‘10·28 재·보궐선거 이후 정국 방향’.

    당초 예정된 주제는 ‘세종시 건설과 복수노조 문제’였지만 그때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원안 수정을 공식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라 주제를 바꿨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는 홍사덕 김무성 이경재 이인기 조원진 유기준 박대해 서병수 현기환 이진복 유재중 윤상현 의원이며, 주호영 특임장관도 자리를 같이했다. 누구도 세종시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또한 10·28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서서히 부상하는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론’도 공론화하지 않았다. 초빙강사가 조기 전당대회(이하 전대)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그냥 경청만 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한 참석자가 ‘박 전 대표의 내년 6월 지방선거 역할론’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고 한다.

    국회 대정부질문 ‘與-與의 싸움’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친박계열이 뜻을 모았다는 것은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친박계열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 때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그전에 전당대회가 열려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당 지도부로부터 지원유세를 요청받았지만 “선거는 책임 있는 분들이 치르는 것”이라며 거절해왔다.



    즉, 자신은 당직을 맡지 않고 있어 나설 처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도부 복귀가 필요하며, 이 경우 2월쯤에는 조기 전대가 열려야 한다. 한나라당 정기 전대가 7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열 의원들이 역할론을 확산해나가면 박 전 대표도 결심을 굳혀야 한다. 지금까지는 조기 전대가 열려도 박 전 대표가 직접 대표직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여러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대리인’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나아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할 경우 당 지도부가 책임론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까지 감안해 조기 전대가 열리더라도 친박계열은 당권 장악을 시도해선 안 된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돌변했다.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를 놓고 친이계열과 친박계열의 내전(內戰)이 발발해버린 것이다.

    여의포럼이 세종시에 애써 침묵한 다음 날, 정부는 세종시 원안 수정을 공식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대안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MB의 분명한 의중을 파악한 친이계열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친박계열의 공세에 맞서기 시작했다. 여의포럼이 열린 날 친이계열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회합을 가진 데 이어, 정부 발표 후 이명박 정부의 산실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이 모여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한 동력에 힘을 보탰다.

    결전 의지를 확인한 양 진영은 이후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마치 친이계열과 친박계열 사이에 가로놓인 화약고가 세종시를 뇌관으로 마침내 폭발해버린 양상이다. 11월5일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친이계열의 공성진 의원과 친박계열의 조원진 의원이 대표주자로 나서 공방전을 펼쳤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의 세종시 원안 수정 성토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다시피 했다.

    공 의원은 “세종시 건설은 여·야 합의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표를 의식해 나온 정략적 타협의 산물로밖에 볼 수 없다. 9부2처2청 이전은 명백한 수도 분할”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친이 직계인 정태근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정 의원은 2005년 2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제정에 합의한 당시 박근혜 대표가 원칙을 저버렸으며, 재적 과반수 찬성 표결에 의한 당론 결정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새롭게 출발한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가 수정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국회의원의 권리로, ‘당의 존립’과 상관없는 건강한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세종시 원안 수정 시도를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한 박 전 대표를 성토한 것이다.

    1월 세종시 대안 나와도 또 충돌 가능성

    반면 친박계열의 조 의원은 ‘박근혜 책임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또 충남 공주 출신인 정진석 의원은 “7년 동안 국책연구가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세종시 원안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를 공격했다. 앞서 11월4일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살벌한 장면이 연출됐다. 친박계열에 부정적인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세종시 원안이 잘못됐으면 개정할 권리는 국회에도 있고, 정부에도 있다.

    절대불가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개정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친박계열의 홍사덕 의원이 “그동안 왜 당·정 간 논의나 토론이 없었느냐”고 반문하면서 “당·정 관계에 중대 흠결이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특히 친이계열에서 국민투표론이 나오는 데 대해 “충청 사람은 전 국민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나폴레옹이 국민투표를 처음 실시한 이래 이런 비겁한 국민투표를 실시한 적은 없다”고 공격했다.

    이에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공성진 의원은 “나를 지칭해 비겁하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국민투표는 밀실에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이 문제를 직접 챙기는 방안의 하나로 제기한 것”이라고 재반격했다. 친이계열과 친박계열 의원들은 앞 다퉈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세종시 원안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자신을 설득해보겠다고 한 정운찬 총리를 겨냥해 10월31일 “의회민주주의 시스템 아래서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한 이후 조용하다. 그는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공식화한 날 대구시와 한나라당 대구시당 당정협의회에 참석했지만 “할 말은 이미 다 했고,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세종시 문제는 당분간 정국의 뇌관으로 자리잡을 게 분명하다. 정부의 로드맵대로 내년 1월에 대안이 나온다고 해도 여·야는 물론, 친이계열과 친박계열이 실효성을 놓고 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나라당에선 조기 전대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다툼까지 맞물려 친이계열과 친박계열 앞에 갈림길이 놓일 수도 있다. 그때는 박 전 대표도 당내 친이계열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 독자적인 길을 걸을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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