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5

2009.09.29

라식 한계에 도전 광속 레이저의 힘

예본안과네트워크 조정곤 원장 최첨단 시력교정술

  • 최영철 ftdog@donga.comt

    입력2009-09-23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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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식 한계에 도전 광속 레이저의 힘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기숙사 여사감의 ‘까만 뿔테안경’을 기억할 것이다.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안경을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 곳을 노리며 그 굴비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는 B사감. 그녀에게 ‘안경’은 사내의 접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안경은 이런 미용 측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근시 환자에겐 애물단지임이 분명하다.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쓰는 사람이 많지만 세척의 번거로움과 안구건조증 등 불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격한 운동을 즐기는 20, 30대라면 안경이 자칫 큰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라식’ ‘라섹’ 등 레이저 시력교정술을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모른다. 시력의 이상은 사물을 인식하는 눈의 각 구조물 간에 조화가 깨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반사된 빛이 눈 안에 들어와 망막에 맺힌 상(象)이다. 각막을 통과한 빛은 동공(홍채)을 지나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데, 이 굴절력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에 이상이 온다.



    이때 각막과 수정체가 빛을 굴절시키는 정도(굴절력)에 비해 각막에서 망막까지의 눈의 길이(안축장)가 길면 상이 망막 앞에 맺힌다. 근시가 되는 것이다. 라식과 라섹은 바로 이런 경우 각막을 깎아 굴절력을 조절함으로써 망막에 상이 제대로 맺히도록 교정해주는 수술이다.

    각막 깎아내는 부위 따라 라식 vs 라섹

    라식과 라섹의 결정적 차이는 각막을 깎아내는 부위에 있다. 각막은 크게 세 부위로 나뉘는데 가장 바깥쪽에는 각막상피가, 중간층엔 각막실질이, 안쪽엔 각막내피가 있다. 라섹은 수술이 각막의 가장 바깥쪽인 각막상피에서 시작되지만, 라식은 각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막실질에서 진행된다. 라식은 알려진 대로 수술 후 통증 없이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력교정술.

    반면 라섹은 수술 후 3일 정도 지나야 시력이 회복되며 라식보다 통증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라섹은 라식과 비교해 수술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 장점도 있다. 라식은 각막의 중간층인 실질을 깎기 위해 먼저 바깥쪽 상피와 실질의 일부를 탱크 해치 모양으로 잘라 절편을 만들기 때문에 수술 후 절편이 다시 붙어 아무는 과정에서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라섹은 각막의 상피만을 제거하고 실질을 깎아나가기 때문에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다.

    이는 애초 재생이 불가능한 각막실질 부위와 달리, 상피 부위는 벗겨내도 또다시 살이 살아나는 성질을 이용한 것. 라섹 수술 후 나타나는 통증도 이 상피가 되살아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이런 통증을 최소화한 ‘무통 라섹(ASA라섹)’이 등장했고, 각막혼탁이나 야간 눈부심 등의 부작용을 줄인 ‘자가혈청 무통 라섹’도 도입됐다. 하지만 라식도 최첨단화하면서 절편의 한계를 거의 극복했다.

    1989년 라식이 그리스에서 처음 시술된 후 1990년대 초반까지 각막에서 절편을 만드는 데 사용된 수술 기구는 ‘마이크로케라톰(Microkeratome)’이라는 철제 칼. 하지만 이후로는 철제 칼 대신 레이저로 절편도 만들고 실질도 깎아내는 ‘올 레이저(All-Laser) 시력교정술’이 널리 쓰였다. 빛보다 빠른 속도인 ‘1000조분의 1초’에 절편을 만들고 각막을 깎아내는 ‘펨토세컨드 레이저(Femto- second Laser)’가 바로 그것.

    라식 한계에 도전 광속 레이저의 힘
    ‘아이라식’과 ‘비주라식’이 이들 레이저를 이용하는 시술로 빠르게 절편을 만들다 보니 절편 만들 때 발생 가능한 굴절력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각막을 깎기에 앞서 검은자위의 광학적 특성을 특수 장비가 미리 인지하는 까닭에 수술할 때 환자의 시선이 움직이더라도 자신이 알아서 눈의 중심을 추적해 정확하게 각막을 깎아나간다. 국내에 도입된 지 1년이 넘은 아이라식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우수성을 인정한 수술.

    그 유명세 때문인지 실제 많은 환자가 이 시술의 혜택을 받았다. 원래 아이라식은 미국 AMO사(社)가 만든 라식기기의 이름으로, 웨이브 스캔(wave-scan) 검사를 통해 시력저하 원인 파악을 할 수 있는 데다 수술 중에는 안구추적도 가능해 수술의 정확성을 높였다. 인트라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을 절편한 뒤 커스텀뷰 엑시머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낸다. 1년 추적관찰 결과 93%가 1.0 시력에 도달했다는 임상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

    초정밀 시력교정 비주라식과 아이라식

    하지만 현존하는 라식기기 중 최고로 꼽히는 장비는 따로 있다. 독일 칼차이츠사의 비주라식 기기가 그것이다. ‘CRS Master’라는 검사 장비로 시선의 중심을 추적하는 점에선 아이라식과 같지만 레이저 광선의 사이즈나 속도에선 훨씬 뛰어나다. ‘비주맥스 레이저’로 각막을 절편한 뒤, ‘MEL 80 엑시머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낸다. 비주라식 장비의 장점은 무엇보다 기존의 라식기기와 달리 시술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안구가 눌리거나 압력이 가해지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라식기기 중 시신경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 또한 시력교정술의 가장 많은 단점으로 지적됐던 수술 후 안구건조증도 현저히 줄였다. 하지만 예본안과네트워크 조정곤 대표원장은 “최적의 수술 결과는 자신의 눈 상태와 특징에 맞는 시술법을 고르는 것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검진장비를 이용해 반복 측정을 해야 수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예본안과네트워크는 굴절력, 각막 두께, 곡률, 안압, 눈물막 등 총 55가지 항목에 대해 첨단기기를 이용한 중복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MATRIX 검진 시스템)으로 유명한데, 검사 결과는 모두 시술에 반영한다고. 그리고 이 안과는 눈이 가장 편안한 ‘시력의 질’을 찾기 위한 20/20 검안법도 실시한다.

    조 대표원장은 “시력교정술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개인의 시력, 각막 두께와 조건, 시신경의 건강 상태와 직업이다. 과거에는 각막의 두께가 얇으면 주로 라섹을 추천했지만, 최근에는 섬세한 레이저 덕분에 라식수술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의 관심은 무엇보다 시력교정술로 본인의 눈이 얼마만큼 회복되느냐에 쏠리게 마련. 조 대표원장은 “최근에는 웬만한 시력교정술로 1.0 이상의 시력을 회복하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시력교정술 후 눈부심, 안구건조증이 수술 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눈의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이고 편안하지 등이 고려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각막의 두께가 얇거나 시신경이 약한 경우, 시술 후 일상생활로 빠른 시간 안에 복귀해야 하는 사람에겐 비주라식이나 아이라식을 추천한다. 특히 비주라식은 눈동자가 커 야간 빛번짐이 우려되는 경우, 디자이너나 사진작가처럼 눈의 ‘대비감도(Contrast Sensitivity)’가 직업에 큰 기능을 하는 사람 등에게 적합하다.

    한편 각막이 얇은 사람이나 고도 근시자, 격투기 선수처럼 눈에 물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각막절편이 남지 않는 라섹이 적당하며 초고도 근시자에게는 각막을 깎아내는 양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라식, 라섹보다 ‘렌즈 삽입술’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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