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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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두 남자, 마주보며 웃나

이재오 당 복귀-김무성 정무장관 입각 ‘빅딜설’ 무르익어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09-08-19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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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돌린 두 남자, 마주보며 웃나
    ‘적과의 동침’인가.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의원이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두 사람을 연결할 끈은 당·정 개편이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10월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에 따른 여당 지도부의 변화와 8월 중 단행될 개각이 앙숙인 두 사람을 엮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천적’이 됐다. 당시 두 사람은 각각 이명박(MB) 후보 캠프와 박근혜 후보 캠프의 야전사령관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당의 최고위원이어서 MB 캠프에서 별다른 직책은 맡지 않았지만, 캠프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후보 확정 순간까지 사실상의 좌장 노릇을 했다. 이에 맞서 김 의원은 박근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으로서 경선을 진두지휘했다.

    결국 경선은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두 사람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친박(親朴) 대학살’로까지 불린 공천파동이 일었고, 김 의원도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 공천을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친박 대학살자의 주동자로 이 전 최고위원을 지목했다.

    그는 당시 여러 방송에 출연해 “권력 2, 3인자의 운명은 시간문제다. 지난 대선 직후에 이재오 의원을 만나서 ‘당신이 부동의 권력 2인자인데 너무 설쳐대면 반드시 죽으니 조심하라’는 어드바이스를 한 적이 있다”며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또 “4년 전 총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이재오 의원을 위해 헌신적인 지원유세를 펼쳤는데도 이 의원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며 맹비난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 측이 “박 전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먼저 요청한 바 없으며, 다른 지역 유세를 위해 지나가던 박 전 대표가 우연히 우리 유세차량을 발견하고 5분 정도 지원을 해줬을 뿐”이라고 반박하자, 박 전 대표 측이 발끈해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의 ‘저주’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이 공천칼날을 휘두른 4·9총선에서 낙선하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두 사람의 악연은 계속됐다. 2008년 말 이 전 최고위원이 계획보다 일찍 귀국을 시도하자 김 의원은 이를 ‘친박에 대한 전쟁선포’로 규정하면서 “우리도 신발 끈을 동여매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당·정 개편 통해 전략적 제휴 모색

    그러나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판의 속설대로 8개월 만에 두 사람이 오월동주(吳越同舟)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대신 여권 주류인 친이(親李)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시작한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 일선 복귀와 김 의원의 입각이 미묘하게 맞물린 까닭이다.

    김 의원은 부인하지만, 친이 핵심에서 그에게 신설될 정무장관 자리를 제안해 원칙적으로 수락을 받았다는 게 정가의 정설처럼 돼 있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정무장관직을 제안하는 형식의 문제에서 여권 핵심부와 김 의원의 인식에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입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의 좌장 격인 김 의원은 현실참여론자다. 박 전 대표가 언제까지나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선 안 되며, 적극 도와야 ‘윈-윈’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5월에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를 받으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한나라당 지도부 입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재오계인 장광근 사무총장도 “그분의 본질적 상징은 ‘당인(黨人)’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당에서 어떤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이재오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할 것이라는 등 여러 말이 나오지만 본인은 당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 입성 시나리오에 대해선 ‘박희태 대표 사퇴→정몽준 최고위원(지난해 지도부 경선 차점자) 대표직 승계→정 최고위원 대표 승계로 궐위된 최고위원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 선임’ 과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새 최고위원 선임 방식은 ‘정몽준 최고위원 선출’ 사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은 지난해 1월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고 전국위원회를 통해 공석 중인 최고위원직에 합의 추대되는 방식으로 선출됐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아직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리를 차지하고자 인위적으로 판을 짜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워 입장을 밝히지 않다 보니 입각으로 선회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 측근이 귀띔했다.

    그렇다면 이 전 최고위원의 당 지도부 진입과 김 의원의 입각에는 어떤 함수관계가 있어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것일까. 물론 김 의원의 입각은 일단 당내 친이-친박 사이의 화해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부수효과가 하나 있다. 친박 진영의 ‘이재오 비토’ 기류를 약화시키기 위해 친이 진영에서 김무성 정무장관 카드를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표 특사 수락이 실마리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재오계 핵심 인물들이 정치인 입각을 주장하던 시점에 김무성 정무장관설이 불거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당 복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고 친박 정치인 입각설이 패키지로 거론된 측면이 강한 것이다. 당초 친박 진영에서는 박 대표가 양산 재선거에 대표직을 유지한 채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명분은 그래야 승산이 높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이 전 최고위원 견제용이었다.

    그동안 ‘이재오 당 복귀-김무성 입각’이란 일종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데 최대 난제는 박 전 대표였다. 그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에 강하게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으며, 친박 입각설이 나돌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일”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입각하는 친박과는 결별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박근혜-김무성 결별설이 정가에 나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 변화가 생겼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순방키로 한 것을 두고 ‘빅딜’이 성사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특사 수락이 오래전 일이고, 나랏일과 정치를 분리해 생각하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도 고려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번 특사 수락이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의 친서까지 휴대하고 헝가리 덴마크 유럽연합(EU)을 방문하는 박 전 대표가 9월5일 귀국 후 순방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을 테고, 그런 일련의 만남이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의원을 엮은 패키지 카드가 먹힐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재오계인 권택기 의원은 “개인적으로 김무성 의원의 입각을 좋게 생각한다. 친이, 친박을 막론하고 후배 의원들에게 신망을 받는 분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도 정치적으론 경쟁관계를 지속해왔지만 인간적으론 괜찮은 사람이라고 서로가 인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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