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6

2009.07.28

그대와 나, 우리에겐 그 섬이 있다

섬으로 떠나자 ① 해외편

  •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입력2009-07-20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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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와 나, 우리에겐 그 섬이 있다
    여름이 되면 꼭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입안에 담는 것만으로도 파도가 넘실거리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상상이 포르르 올라오는 그곳. 바로 ‘섬’이다.

    7월만 되면 일상이 팍팍한 샐러리맨들의 컴퓨터 바탕화면은 모래사장에 야자수가 흔들리는 풍경으로 바뀌고, 여성들은 챙 넓은 모자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밀가루처럼 하얀 해변을 거니는 꿈을 꾸느라 분주하다. 그렇게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섬. 이번 주에는 찌는 듯한 더위에서 우리를 탈출시킬 섬으로 떠나보자.

    섬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누구와 가느냐다. 가족과 함께할 것인지 친구나 애인과 여행할 것인지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구별에는 수백만 개의 섬이 있다. 이번 여름에 이 섬들을 돌아보는 것은 어떠신지.

    애인과 함께라면, 낭만의 섬 산토리니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어디로 떠나든 상관없겠지만,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그리스 산토리니를 추천한다. 산토리니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인들의 섬’. 섬 전체가 파란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뤄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에 서도 짙푸른 에게 해가 시원하게 보이고 높은 절벽 위에 하얀 교회와 집들이 그림처럼 앉아 있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바로 이 섬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산토리니의 구석구석이 모두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꼭 가봐야 할 곳은 산토리니 꼭대기에 있는 이아 마을이다. 포카리스웨트를 비롯한 각종 CF 광고 배경으로 나왔던 이 마을은 연인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세상의 연인들이 이아 마을의 풍차 뒤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면서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기 때문. 낯간지러울 것 같지만, 정작 그 자리에 가보면 혼자 있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지 알게 된다. 반드시 이곳에는 애인과 갈 것.

    골목을 다니다 보면 아기자기한 숍과 갤러리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피노키오 마리오네트를 파는 작은 기념품 가게와 반지하에 있는 오래된 서점 아틀란티스는 여행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곳이다. 지중해 햇살을 받으며 한가하게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 그것만으로도 산토리니 여행은 가치가 있다.

    이아 마을 아래에 있는 피라도 이아 못지않게 인기 있는 마을이다. 이아 마을보다 퍼브나 레스토랑이 많다. 피라에서는 빵에 수블라키와 토마토, 양상추를 넣어서 말아주는 ‘피타’를 먹어보자.

    섬에 왔는데 해변은 없냐고? 설마. 산토리니라고 하면 절벽 위의 모습만 많이 알려졌지만 해변도 다양하다. 산토리니가 화산섬이다 보니 해변도 나름 독특한데, 새까만 해변이 특징인 카마리 비치와 남쪽에 있는 아크로티리의 레드 비치가 유명하다. 아침 일찍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카마리 비치를, 오후에 해변을 찾을 생각이라면 레드 비치를 권한다. 카마리 비치는 여유롭고 레드 비치는 석양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귀찮다면 호텔에 머무르기만 해도 괜찮다. 산토리니의 좋은 호텔은 대부분 절벽에 있어, 객실 문만 열어도 에게 해가 눈에 들어오니까. 수영장도 대개 에게 해가 보이는 절벽 가까이에 있어 밤에는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홀로 가고 싶다면, 독특한 문화의 잔지바르

    그대와 나, 우리에겐 그 섬이 있다

    그림 같은 산토리니의 풍경.열대의 휴양섬 ‘괌’.피피 섬의 푸른 바다.(순서대로)

    혼자 섬 여행을 떠날 때는 더욱 특별한 곳으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만의 섬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라고나 할까. 여유가 있다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그곳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섬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크게 만들어줄 섬이니까.

    잔지바르는 탄자니아 동쪽에 자리한 섬으로,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에 있지만, 이슬람 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 잔지바르는 역사적으로 수메르와 이집트, 인도, 오만 등 여러 나라 사람이 거쳐갔는데, 이 가운데 잔지바르의 중심인 ‘스톤타운’을 만든 것이 19세기 초반의 아랍 사람들이라 지금까지 아랍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다.

    미로처럼 퍼져 있는 골목길과 수많은 모스크에 히잡을 입은 여성들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 하루에 다섯 번씩 섬을 울리는 기도 소리, 기하학적인 이슬람 문양을 만드는 사람들까지, 그저 멍하니 서 있다 보면 이곳이 아프리카인지 중동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여기에 잔지바르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친다. 잔지바르는 사방이 해변이지만 그중에서도 북쪽에 있는 능위 비치는 아름다운 색으로 유명하다. 능위 비치에서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배 다우가 바람에 떠가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세상 근심이 모두 바다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잔지바르에서 하루 정도 시간이 있다면, 향신료 농장을 돌아다니는 ‘스파이스 투어’도 해볼 만하다. 가이드와 함께 숲을 돌아다니면서 스파이스의 왕이라는 ‘카다몬 클로브’나 모기를 쫓는 데 쓰는 ‘레몬 그래스’ 같은 수많은 향신료 나무를 찾아보는 프로그램으로 가이드는 향신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해준다.

    가족과 떠난다면, 가깝고 편안한 괌

    가족끼리 여행을 떠날 때는 멀리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여러 명이 함께 갈 때는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섬 중에서 골라보자.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수많은 섬을 거느린 나라가 많지만, 가족이 함께 떠날 때 무난한 여행지라면 역시 스테디셀러인 괌을 들 수 있다.

    서울에서 약 4시간만 날아가면,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웃음소리가 넘실거리는 열대 휴양섬 괌에 도착하기 때문. 괌이 부모님이나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 편한 이유 중 하나는 친숙함 때문이다. 대부분의 호텔에는 한국 직원이 대기하고 있고 길거리의 표지판이나 쇼핑몰 곳곳에서도 한국어를 볼 수 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빛을 뿜어내는 물빛을 보는 것도 괌이 주는 재미다. 아침에 눈을 막 뜨고 만나는 에메랄드 빛 바다색과 사랑의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깊은 바다색, 돌고래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나는 코발트 빛 바다색이 모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괌은 해양 스포츠의 천국. 어느 바다에 뛰어들어도 즐겁게 놀 수 있지만, 새로운 해양 스포츠를 맛보는 것도 괌을 신나게 여행하는 방법이다. 낙하산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패러세일링부터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 신나는 해양 스포츠에 빠지다 보면, 집에 돌아가기 싫어질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함께 간다면, 재미 만점의 푸껫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지로 섬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재미다.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일수록 좋다. 그런 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섬은 태국 푸껫이다. 푸껫의 팡아만에 가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에 수백 개의 예쁜 섬이 점점이 흩어져 있고, 그 위에는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베트남 하롱베이와 비슷한 풍광을 볼 수 있다. 보트를 타고 정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더 비치’로 유명한 피피 섬 유람을 떠나기도 한다.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푸껫에는 29개의 사원이 있어, 태국의 신실한 불교문화도 엿볼 수 있다.

    친구들과 여행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진 찍기 놀이. 원근법을 이용해 제임스본드 섬을 들고 있는 듯한 사진과 석양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한껏 높이 뛰어오르는 점프샷은 꼭 남기자. 책상 위 액자에서 넣어두면 1년간 에너지를 충전받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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