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2009.07.21

여수 앞 7개 섬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복합문화단지 ‘타임아일랜드’ 개발 부푼 꿈 … 세계 최대 출렁다리·누드비치 등 조성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7-15 1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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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도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대형 테마파크가 들어설 전망이다. 공룡유적지와 천혜의 자연환경, 우주발사기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과거-현재-미래의 체험장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대규모 오락시설과는 성격이 확연하게 다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오현섭 여수시장, 황보창호 ㈜종합건축사무소 황보건축 대표, 양용승 하나대투증권 대표는 7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장보고홀에서 ‘융·복합 문화관광지 개발사업-타임아일랜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타임아일랜드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 일대 낭도, 사도, 중도 등 7개 섬을 잇는 대규모 관광지. 14만7200㎡에 4000여 억원을 들여 콘도미니엄과 호텔, 테마전시관, 모노레일, 누드비치, 수상호텔 등이 들어선다. 2009년 착공해 2012년 개장이 목표. 배후부지 60만㎡도 향후 개발지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아일랜드가 들어서는 화정면 일대의 섬은 황보 대표가 20여 년 전 관광지 개발을 위해 매입한 섬으로, 최근 여수엑스포지원특별법 제정 등으로 개발이 가능해졌다.

    공룡섬, 전설섬 … 섬마다 테마 설정

    황보 대표는 이들 섬을 특성에 맞게 ‘테마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콘도미니엄과 컨벤션 시설이 들어서는 낭도는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예술섬으로, 사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즐기는 모래섬으로, 중도는 섬 전체를 공룡섬으로 만들어 모노레일을 타고 공룡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수 앞 7개 섬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타임아일랜드 전체 조감도(스케치-큰사진).중도와 장사도를 잇는 출렁다리(작은사진).

    추도는 용궁섬, 전설이 많은 증도(시루섬)는 전설섬으로, 기암괴석이 많은 장사도는 만물섬으로 만들고 여기에 25동의 테마전시관도 들어선다.



    비록 인위적 개발은 하지만 천혜의 관광자원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설계가 뒷받침된다. 최근 이곳에서 발견된 금조개를 모티프로 한 콘도미니엄 설계와 장사도와 중도를 잇는 세계 최장 출렁다리(약 420m), 낭도와 사도 간 집 트렉(Zip-trek·나무와 나무 또는 평지에 설치된 기둥을 와이어로 연결해 도르래를 타고 활강하는 친환경 스포츠 시설), 공룡공원 모노레일 설치 등을 계획하는 것도 모두 자연환경을 고려한 작품이다.

    여기에 융·복합 문화관광 전문대학원을 유치하고 관광지 내의 모든 활동을 디지털미디어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이다. 타임아일랜드 자문위원인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신영석 겸임교수는 “융·복합 문화관광은 관광과 타 산업 간 융·복합화를 지향하는 관광기술(Tourism Technology)을 말한다. 관광지인 타임아일랜드에서 문화축제는 물론 영화나 방송,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른 산업과 연관 상품을 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첫 삽을 뜨지는 않았지만 섬 곳곳에 ‘들어갈’ 문화 콘텐츠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타임아일랜드에서만 발행되는 화폐와 공식 술을 만드는가 하면 콘도 일부 객실 천장을 유리로 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장사도에 조성될 ‘성(性)의 광장’은 남녀가 짝을 지어 입장하는데 관람 내내 손을 잡고 있으면 입장료를 환불해주고, 관광지 내 음식점 24곳(한식 12가지, 각국 음식 12가지)을 운영하면서 매년 1개 음식점을 퇴출시켜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200여 명 조직위 출범 … 7월19일 문화예술제 팡파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 등 각계 유명인사 200여 명이 참여한 타임아일랜드 조직위원회가 지난달 출범, 타임아일랜드 일대를 방문했다. 이 중 문화예술계 인사 30여 명은 타임아일랜드 콘텐츠 ‘싱크탱크’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배우 정지희 씨, 삿갓시인 김만희 씨 등은 타임아일랜드 운영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공룡화석지 이미지를 고려해 낭도와 사도를 오가는 배는 ‘공룡선’으로 하고, 낭도 제2해수욕장을 ‘원시인촌’으로 설정해 나뭇잎 모양 팬티로 중요 부위만 가리는 누드비치를 제안한 것도 이들이다. 이와 함께 7월19일~10월10일 여수시 거북공원과 섬 일대에서 타임아일랜드 문화예술제(www.timeisland. com)를 열어 누드 촬영대회와 백일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황보 대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타임아일랜드는 9000만년 전의 공룡화석지이기도 하지만 고흥 외나로도 우주발사기지가 직선거리로 13.5km에 있는 미래의 땅”이라며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경쟁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타임아일랜드는 훌륭한 자연자원을 가진 전남의 이미지와 맞고 정부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과도 통한다”며 “안심하고 개발에 전념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타임아일랜드는 ‘타임머신 아일랜드’의 줄임말로, 육지에서 타임머신 캡슐(집 트렉)을 타고 9000만년 전의 공룡섬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디즈니랜드도 울고 갈 경이로운 관광지 만들 것”
    ‘25년의 꿈’ 타임아일랜드 닻 올린 황보창호 대표


    여수 앞 7개 섬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대한민국 여수에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경이로운 관광지’가 들어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25년 전의 꿈을 이제 이루는 것이기도 하죠. 준비는 끝났습니다.”

    전장에 나서는 장수의 마음이 이럴까. 때론 양손 깍지를 끼고, 때론 설계도를 그려가며 타임아일랜드를 설명하는 황보창호(53) 대표는 진지했다.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메는 듯 물을 찾았다.

    빛바랜 잡지와 신문 스크랩을 펼쳐보일 때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수시 사도 일원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알리는 21년 전 기사. 그는 너덜너덜한 기사(위 사진)를 보며 20년 넘게 이날을 기다렸다고 했다(이곳에서는 정월 대보름 등 연 두세 차례에 걸쳐 2, 3일 동안 ‘물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 길이 1.5km, 폭 30m의 길이 생겨 7개 섬이 ‘ㄷ’자 형으로 연결된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물었다.

    “담배 피우시나요?”

    담배를 한 개비 물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련한 추억들이 살아나는 듯 곧 표정이 밝아졌다. 건축설계사무소 대표가 4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개발에 뛰어든 궁금증도 실타래 풀리듯 풀렸다. ‘포항 촌놈’이 정반대 여수를 개발하려는 사연도.

    아이디어로 ‘탁구장 대박’

    “서울 동대문구청 건축과에 있을 때였어요. 민원인에게 도움을 줬는데 그분이 당시 남해안에 섬이 있는데 사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일단 보러 갔죠.”

    섬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십 번 헛걸음한 끝에 사도로 향했다. 양면바다 해수욕장의 ‘치명적 유혹’에 매료됐고 평당 500~1000원 하던 땅을 2만원 쳐주고 샀다. 땅 주인이 30, 40명 됐는데 중개인에게 2만원에 몽땅 매입해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개인은 1만원에 매입했고 나머지는 자신의 몫이었다. 1984년 어느 날이었다.

    “어쨌든 여수 앞바다와 첫 인연이 됐죠. 당시 천혜의 자연환경에 반해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력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인근 섬을 매입해나갔죠. 언젠가는 이곳을 지상낙원으로 바꿔놓겠다고 생각하면서요.”

    당시 공무원 한 달 급여가 5만원 안팎이던 시절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갸웃했다. 초등학교 다니던 동안에만 경북 포항에서 경기 문산까지 6번을 옮겨다닐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들은 터라 더욱 그랬다. 얘기는 ‘탁구장 이론’이라는 엉뚱한 곳을 향했다.

    여수 앞 7개 섬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도면과 금조개 모양의 콘도미니엄 스케치를 들고 타임아일랜드에 대해 설명하는 황보창호 대표.

    “1976년 말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전 1년 동안 탁구장을 운영했습니다. 사글세 살 땐데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죠. 400, 500원 하던 탁구 라켓을 1만8000원짜리 국가대표 선수용으로 교체했고, 남녀가 데이트할 수 있도록 휴게실도 만들었습니다.”

    탁구대 6대는 늘 만원이었고 주말에는 예약 티켓을 사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주말이면 하루 5만원, 평일에는 3만원 이상 벌었다니 공무원 한 달 봉급을 하루에 번 것이다.

    “저는 그때의 경험을 ‘탁구장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탁구장은 10가지 아이템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죠. 음식점은 20가지, 영화는 100가지 아이템만 있으면 성공한다고 봐요. 타임아일랜드에는 최소 200가지 이상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각종 특별법으로 규제 풀려 … “아이템으로 승부하겠다”

    사도 주변 섬을 매입해가던 1987년 어느 날, 우연히 여수에 들렀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주민 한 사람이 “바다가 갈라져 조개가 많다”며 조개 잡으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길. 바다가 갈라지면서 사도와 중도, 장사도, 추도를 잇는 바닷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역주민들은 당연한 자연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서울 촌놈’에게는 또 하나의 훌륭한 관광 아이템이었다. 당시에는 진도의 바닷길만 알려져 있던 터.

    “한마디로 ‘특종’이었죠. 빨리 설계를 하고 개발해야겠더라고요. 1988년 3월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접고 건축사무소를 냈어요. 그 전해에 건축사시험에도 합격한 터라 자신 있었습니다.”

    이즈음 그는 사도 ‘모세의 기적’을 신문사에 제보했고,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인근 지역이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묶인 데다 섬마다 공룡발자국이 많이 발견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의 꿈에 먹구름이 끼었다. 하는 수 없이 버섯 재배 등 일부 개발이 허용되는 농어촌정비법에서 개발 근거를 찾기도 했고, 문화재보호구역 설정이 잘못됐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를 수십 차례. 서서히 지쳐갔다.

    “낭도에는 공룡발자국이 없는 곳이 보호구역으로 묶인 거예요. 섬을 샅샅이 뒤져 수차례 알렸더니 ‘행정 착오’라며 나중에 보호구역을 해제해주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민족사관고 등 유명 건축물을 설계하면서 이름을 알렸지만 외환위기 때에는 설계비를 받지 못해 사무실을 접기도 했다. 그래도 관광지 개발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관광지 개발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은 없었지만 여수 앞바다 일대 관광지 설계만 5번을 했다.

    여수 앞 7개 섬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

    7월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타임아일랜드 개발사업 투자협약 체결식. 왼쪽부터 양용승 하나대투증권 대표, 황보창호 대표, 박준영 전남도지사, 오현섭 여수시장.

    지난해 서울대 국가정책과정에 다닐 때는 타임아일랜드의 관광산업 계획을 논문으로 제출해 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도전하고 싶었다. 그는 이 꿈을 ‘황보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가보는 것 자체가 꿈인 경이로운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꿈.

    “그런데 신기하게도 꿈은 이뤄지더라고요. 여수엑스포지원특별법과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 등이 만들어졌어요. 마침 전남도와 여수시도 적극적이었고요. 올해 초부터 다시 ‘탁구장 이론’을 꺼냈습니다. 아이템을 만들어야 성공하죠.”

    소풍 전날 어린이처럼 그는 신이 난 듯 타임아일랜드 추진위원회 자문위원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아이템을 쏟아냈다.

    “생일이 같은 사람을 세계에서 400명 정도 선발해 모으는 겁니다. 성년의 날에는 각국 성년을 맞은 사람을 초청해 ‘인연’을 만들어줄 겁니다. 물론 ‘오리지널 싱글’만 초청해야죠.”

    미스코리아 주간, 만화가 주간 등을 만들어 ‘객실 공실 제로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낭도에 세워질 원시인촌 촌장도 뽑아놓았고 공식 술인 ‘젖샘주’도 이미 만들었다. 세계적 유명인들이 스태프와 찾을 때는 장사도를 일주일간 빌려줄 계획이다. 출렁다리만 통제하면 안전은 보장된다. 그렇다면 투자금 조성에는 문제가 없을까.

    “하나대투증권이 파트너로 참여하는데 사모펀드를 추진할 겁니다. 이미 타임아일랜드 예정지를 다녀간 분들 중에서도 투자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운영수익을 배분할 계획이니까요.”

    커피 3잔을 마시고 나서야 인터뷰는 끝났지만 그의 얘기는 끝나지 않았다.

    “저는 직원들에게 ‘프로 대신 킬러가 되라’고 합니다. 프로는 많아요. 핵심을, 정곡을 찌르는 킬러가 돼야 성공합니다. 이제는 관광의 킬러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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