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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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의 ‘홀로서기’ | “새삼 느끼는 자유와 홀가분함”

청순·섹시 거쳐 ‘싱어송라이터’로 변신…“등 떠밀려 결혼하고 싶진 않아”

  • 김민주 자유기고가 mj7765@naver.com

    입력2017-03-20 10: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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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2세 어린 나이에 CF 모델로 시작해 어느덧 연예계 데뷔 24년 차가 된 가수 박지윤(35). 97년 가요 ‘하늘색 꿈’을 발표하며 청순한 매력을 발산한 그는 2000년 ‘성인식’을 통해 파격 변신에 성공했다. 10대의 청순함과 20대의 섹시함을 넘어 30대 박지윤에게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새 타이틀이 생겼다. 최근 정규앨범 9집 ‘박지윤9(parkjiyoon9)’을 발표한 그를 3월 10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소니뮤직’에서 만났다.

    봄 느낌의 얇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박지윤은 “함께 먹으려고 사왔다”며 노란색 치즈타르트 박스를 내밀었다. 매니저가 아닌 자신이 직접 사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그는 윤종신이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박지윤 크리에이티브’라는 1인 기획사를 차리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주도해 만들었다. 자작곡을 8곡이나 수록하는 등 ‘가장 박지윤다운 앨범’을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혼자 일하면 챙길 게 많아서 힘이 들긴 해도, 제 성격에는 이게 맞는 것 같아요. 과거 7, 8집도 제가 직접 프로듀싱했지만 이번에는 자작곡을 많이 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죠.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음악·사진으로 치유받은 지난날”

    ▼ 앨범 제목이 ‘parkjiyoon9’인 이유는 뭔가요.



    “노래와 함께 사진 에세이를 실었는데, 그만큼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는 의미에서 앨범 제목에 제 이름을 붙였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 음악적으로 좀 더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 수록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어떤 건가요.

    “순위 매기는 게 쉽진 않지만(웃음), 꼭 그래야 한다면 ‘겨울이 온다’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아요. 차가운 겨울에 홀로서 있는 외로운 마음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표현했어요.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곡도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함께 강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후련함이 드는 곡이에요.”

    ▼ 앨범 전체 느낌이 아련하고 슬퍼요.

    “일부러 ‘슬픈 곡 써야지’ 하고 만들진 않았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중에서 ‘슬픔’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듯해요. 그러다 보니 음악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고요.”

    ▼ 앨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예전보다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은 ‘박지윤의 음악 스타일이 느껴진다’는 거였어요. ‘음악 색깔’을 인정받는다는 건 가수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 추구하고 싶은 음악 색깔은 뭔가요.

    “제게 음악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에요. 딱히 고집하는 게 있진 않아요. 그저 제가 살면서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을 꺼내 음악을 만들고, 또 사진을 찍어요. 이런 작업들이 많은 분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설령 그런 분들이 몇 분 안 된다 해도 상관없어요.”

    박지윤은 2009년 정규앨범 7집 ‘꽃, 다시 첫 번째’와 2012년 정규 8집 ‘나무가 되는 꿈’도 직접 프로듀싱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적 홀로서기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한다. 특히 1인 기획사로 나서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그가 회사라는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내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내가 만든 음악으로 내가 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하지만 기획사들은 그동안 제가 1~6집까지 해왔던 음악들을 원하더라고요. 결국 내 음악을 하려면 울타리의 안락함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홀로서기 이후 한결 자유로워졌나요.

    “성격상 일탈을 싫어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던 10대나 20대 때도 어딘가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자유롭죠.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렇게 홀가분한 것인지 요즘 새삼 느껴요.”

    ▼ 댄스, 발라드 가수를 거쳐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기 의지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함이 더 크죠. 7집 때는 제가 만든 곡을 부른다는 게 많이 어색했는데, 지금은 자긍심이 좀 더 커진 것 같아요.”

    ▼ 음악 못지않게 사진 작업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 걸로 알고 있어요.  

    “2004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사진은 음악과 함께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예요. 한동안 심적으로 힘들 때 사진을 찍으면서 많이 치유됐어요. 2008년에는 ‘비밀정원’이라는 사진 에세이를 내기도 했죠. 이번 앨범에 사진을 함께 넣은 이유는 사람들이 음악과 사진을 동시에 접하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면 해서예요.”



    “결혼하면 남편과 꼭 ‘세계일주’를”

    ▼ 언제 가장 힘들었나요.

    “20대 때 사춘기가 왔어요. 자아를 찾고자 많이 방황했죠(웃음). 그런데 이런 고민은 30대가 돼서도 계속되더라고요.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금도 끊임없이 ‘당당하게 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요.”

    박지윤은 요리 솜씨도 수준급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그가 직접 요리한 음식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식은 물론 일본 가정식, 베이커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신부감’이란 타이틀을 붙여줬다. 하지만 정작 그는 “나이 때문에 등 떠밀려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 인생의 동반자로 어떤 사람을 원하나요.

    “친구 같고, 서로 취향이 맞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짝을 만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어딘가에는 분명 있겠죠(웃음)?”

    ▼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결혼하면 남편과 꼭 ‘세계일주’를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그래서 음악도 혼자 하는 것 같아요. 여행은 제가 미처 몰랐던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활력소거든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많은 나라를 다니며 또 다른 행복을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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