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2017.03.22

정치

보수 지지층의 최종 선택은?

반기문, 황교안 이을 범여권 대표주자로 홍준표, 유승민 부상 가능성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3-17 16: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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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월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보수계 지지율 1위인 대선후보가 또 사라진 것이다. 보수 지지층은 마음 둘 곳이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그동안 10% 안팎을 오가던 황 권한대행의 지지층이 어느 후보로 옮겨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수혜를 볼 대선주자로는 4명이 꼽힌다. 범여권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범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거론되는 것. 이들은 황 권한대행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잡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홍준표냐 유승민이냐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인 3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지사 지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여론조사 때 3.6%였던 지지율이 15일 조사에서는 7.1%로 급등한 것. 홍 지사는 황 권한대행 지지층의 32.4%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끌어들인 안희정 지사(14.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주로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 60대 이상 등 강성 보수층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유승민 의원도 전주 대비 1.7%p 오른 4.8%를 기록했다. 유 의원은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오랫동안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으로 파면되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두를 앞뒀다는 점에서 유 의원에게 씌워졌던 배신자 프레임이 걷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배신해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워진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자신이 문제였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금까지 유 의원 지지율이 억눌려 있던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을 만든 TK(대구·경북) 유권자들이 그를 ‘배신자’라고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TK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 내세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유 의원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면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의원은 3월 둘째 주 여론조사 때 4.6%에 머물던 TK 지지율이 3월 15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12.7%로 크게 오르며 지지율 폭발 가능성을 엿보였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지만 범야권이 똘똘 뭉쳐 ‘문재인 대세론’을 떠받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확인된 ‘문재인 비토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자구도에서 30% 이상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도 안철수 전 대표와 양자 가상대결에서 문 전 대표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것은 거꾸로 우리 국민 사이에 문재인 비토 정서가 50% 가까이 된다는 얘기도 된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 경선주자인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지리란 예상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문재인 비토 정서는 범야권 내부에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범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더 크다. 3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별 대선후보 지지율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12%가 안 지사를 지지했다. 그에 반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5%에 그쳤다.

    3월 1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안 지사가 TK와 6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를 일부 흡수하면서 3주 만에 15% 선을 회복했다. 문 전 대표는 37.1% 지지율로 2위 그룹보다 20%p 앞섰지만 황 권한대행 지지자의 1.6%만 끌고 와 여전히 표의 확장성에 의문을 던졌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한 명의 주자는 안철수 전 대표다. 범야권 후보이면서도 중도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안희정 등 민주당 대선주자의 집권은 범여권 지지층 처지에서는 여야 정권교체로 인식된다. 안 전 대표의 경우 범야권 주자이긴 하지만 문재인 등 민주당 주자들과 견제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그가 집권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잡을 적임은 안철수?

    안 전 대표는 3월 1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역별로는 TK·PK·충청, 연령대별로는 40대 이상, 지지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이른바 보수층에서 폭넓게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의 11.6%를 흡수했다. 

    이처럼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보수와 중도 지지층 사이에 퍼져 있는 ‘Anybody but Moon(문재인만 아니면 누구나 괜찮아)’ 정서를 효과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 경선에서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꺾어야 하기 때문. 현장 투표 80% + 여론조사 20%라는 경선룰은 안 전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 만약 안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손 전 의장을 크게 압도하지 못할 경우 80% 비중인 현장 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황 권한대행에 쏠려 있던 옛 여권 지지층이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에게 눈길을 줄 수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한계”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 지지층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 두 후보를 지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만약 안희정, 안철수 두 주자가 각각 당내 경선을 통과한다면 황 권한대행을 지지했던 옛 여권 지지층이 가세하면서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기폭제 구실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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