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7

2009.03.17

내 아이에겐 필요한 것만 공부시키자!

잘나가는 학습 컨설턴트의 ‘전략적 공부법’ 중계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9-03-12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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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에겐 필요한 것만 공부시키자!

    ‘동기부여 학습법’ 컨설턴트 민성원 씨. 구체적이고 ‘시원한’ 해법으로 초중고생은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음… (침묵)… 100점 맞으면 돼요.”

    “그렇지! 그냥 100점만 맞으면 돼. 책상 앞에 ‘네가 잠자는 동안에도 경쟁자의 책장은 넘어간다’고 써놓은 아이들 있지? 바보들이야. 친구를 경쟁자로 만들면 안 돼. 학교는 즐거워야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다 배운 데서, 시험 범위에서 나오지? 가르쳐준 데서 나온 시험문제만 잘 풀면 돼. 공부는 머리가 문제가 아니라 성실하면 되는, 성실성과의 싸움이야.”

    홀린 듯한 아이들의 눈빛과 공감의 침묵이 전해진다. 2월23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민성원의 동기부여 학습법’ 특강.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는 80명의 어린 수강생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채웠다. ‘동기부여연구소’를 운영하는 민성원 씨는 EBS ‘생방송 60분 부모’ 고정 출연 등으로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학습법 및 진로 로드맵 컨설턴트. 이날의 ‘집중 코스’는 유료임에도 선착순으로 참석자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였다. 봄방학을 이용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학습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내가 이전 회사에 막 들어갔을 때 ‘꿈을 써내라’고 했어. 다른 사람들은 유치하다며 비워두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쓰기도 했지. 그런데 사람은 때로 순진해야 할 필요도 있거든. 내가 ‘3년 안에 연봉 1억원을 받겠다’고 쓰니까 사장님 월급보다 많다며 다들 비웃었어. 하지만 그렇게 쓰고 나니 연봉 1억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나 스스로 찾게 되더라…. 앞으로 나의 꿈은 영화배우가 되는 거야.”



    내 아이에겐 필요한 것만 공부시키자!
    아이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화배우는 영화배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내가 영화배우가 꿈이라고 말하고 다녔더니 벌써 정신과 의사 역이 들어왔어. 송강호 배용준 같은 톱스타만 영화에 나오는 것은 아니야.”

    똑같은 ‘간증’을 해도 부모가 하면 잔소리고, 전문가가 하면 ‘멘토링’이자 컨설팅이 된다. 학습 동기를 불어넣기 위한 ‘멘토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주관성을 배제하고 아이들에게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시’(숙명여대 강정애 교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끊임없이 ‘추상적인 잔소리’(공부 열심히 해라, 계획적으로 살아라 등)를 하며 몸 닳아하는 이유는 부모 자신이 정보가 없어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게 학습 컨설턴트들과 전문 멘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5~6년 뒤 대입제도는 어떻게 될까요? 정권이나 정책이 바뀌면 여러 가지가 달라지겠죠. 하지만 대세는 경쟁이 심화되고 학생을 뽑는 대학의 자율권은 커진다는 점이에요.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니까요. 모두 다 수학능력시험 만점을 목표로 삼자는 말이 아니에요. 지금은 자기 블로그만 잘 만들어도 성공하는 시대죠. 스케이트에 소질이 있으면 다른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즉,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과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솔루션’을 찾아주는 게 바로 학습 컨설팅인 거예요. 다들 서울로 오려고 하는데, 저는 시골 학교에서도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면 오히려 서울대에 가기 쉽다고 말해요. 부모가 다양한 입시제도를 이해하고 자녀의 장점을 일찍 파악해 로드맵을 만들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학습 컨설팅과 달리 민씨의 ‘스스로 공부하는 동기부여 학습법’은 아이들이 직접 수강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사회 학습법으로 ‘교과서의 목차를 연결해 흐름을 이해하자’라든지, 자신감을 갖기 위해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걸어라’ ‘크게 웃어라’ 같은 행동요령을 제시하기도 하고, 객관식 시험문제를 잘 보는 요령에는 ‘절대적 제한을 의미하는 수식어가 붙으면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팁’도 들어 있다.

    민씨가 정서적인 동기부여법으로 유명하다면, 조남호 씨는 공부가 무엇인지 분석한 뒤 공부하라는 ‘이성적’ 학습법으로 인기 있는 컨설턴트다. 그는 서울대생 3121명의 공부법을 분석한 결과, 입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엄마’라는 대답을 얻어 ‘엄마 매니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무슨 사교육을 더 시킬까 상의하려고 컨설턴트를 찾는 엄마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사교육도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라고 말하죠. 전 국민이 사교육에 억눌리고 있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강남에서 이런 게 유행이다 하면 온 국민이 그쪽으로 달음박질쳐서 사교육 시장이 먹고사는 거예요.”

    그는 국제중학교(이하 국제중)와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열풍으로 컨설턴트를 찾는 학부모 ‘고객’이 급증했음을 인정한다.

    “특별한 소수를 위한 특목고 진학에 온 국민이 매달려 있다시피 해요. 국제중과 특목고는 지독한 경쟁의 시작인지라 붙어도 문제고 떨어져도 문제예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일단 시험부터 보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내 아이에겐 필요한 것만 공부시키자!

    교육 컨설턴트 조남호 씨.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선택과 집중’ 하라

    무작정 시험을 보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특목고 진학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이 대입이라는 ‘본게임’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만큼, 어릴 때부터 아이가 진짜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똑똑하게’ 학원을 이용하고 자습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주는 것이 ‘엄마 매니저’의 몫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현행 입시 전형에 필요 없는 공부는 하지 않고, 남들이 토익을 준비할 때 우리 아이는 수학에 투자하는 식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므로 진로 정하기가 또 하나의 필수적인 공부법이 된다”고 강조한다.

    뇌기반 학습 컨설턴트로 유명한 성균관대 김미라 교수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인지적, 정서적, 지각적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종이와 연필로 하는 인지성만 발달하다 보니 마음과 행동이 따라가지 못해 생겨나는 결과예요. 아이들은 모두 개별적이고 독창적이죠. 그래서 평균적 학습법이나 간증식이 아닌, 내 아이에게 적합한 진단을 해주는 컨설턴트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결국 모든 컨설팅의 기본은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학과 과외도 지겨울 텐데 ‘공부하는 법’ 강의에는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친구, 남동생과 함께 학습동기 강의를 수강한 고교 1학년 김다운 양에게 소감을 물었다.

    “막연하던 불안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시원해요. 결국 모든 것이 제 마음에 달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으니까요.”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만휘’(수능날 만점시험지를 휘날리자· cafe.naver.com/suhui.cafe)’ ‘이공계의 별’(cafe.naver.com/kongdae) 등의 인기 멘토링 카페에서 학습법과 로드맵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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