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2017.03.15

국제

중국의 ‘화약고’ 신장웨이우얼

위구르족의 독립운동에 IS까지 가세, 중국에 선전포고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03-13 17:02:0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인들이여, 칼리프 국가 전사들이 너희에게 가서 무기로 분명히 알려줄 것이다. 피가 강같이 흘러 압제자에게 복수할 것이다.”

    중국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위구르족 대원이 2월 28일 인터넷에 올린 30분짜리 동영상의 한 대목이다. IS가 위구르족 대원의 목소리를 통해 중국을 공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가 중국을 ‘압제자’로 표현한 것은 중국 정부로부터 탄압과 차별을 받아온 위구르족 주민의 정서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무장대원이 포로를 처형하는 장면과 위구르족 소년들의 전투 훈련 모습도 들어 있다. 중국은 자국민 300여 명이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싱크탱크 ‘뉴 아메리칸 파운데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IS 대원은 100여 개국 출신으로 구성됐으며, 위구르족은 최소 114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위구르족 대원은 국적칸에 ‘동(東)투르키스탄’이라고 적었으며, 대부분 학력이 낮은 건설 노동자나 도장공 출신이다. ‘동투르키스탄’은 1910년 청나라가 멸망한 후 위구르족이 한때 세웠던 나라의 이름이다.



    동투르키스탄

    중국 북서부 국경에 자리한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동서 길이 2000km, 남북 폭 1600km, 넓이 160만㎢로 중국 전체 영토의 6분의 1, 한반도의 7.3배나 된다.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가장 크다. 이 지역에 사는 민족은 튀르크계인 위구르족이다. 중국어로는 ‘웨이우얼(維吾爾)’이라고 한다. 동북아시아 역사에선 돌궐족으로 알려졌다. 위구르족은 유럽인과 같은 캅카스 인종이지만 알타이어 계통의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슬람 수니파 무슬림이다. 생김새와 풍습, 종교가 한(漢)족과 완전히 달라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다. 현재 인구 2095만 명 중 965만 명(46%)이 위구르족이고, 한족은 823만 명(41%)이다. 이 지역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고대 실크로드의 길목에 있는 교통요충지다. 위구르족은 독립 국가를 유지해왔지만 1884년 청나라에 합병됐다. 이후 위구르족은 무력 투쟁을 벌여 두 차례 독립을 쟁취하기도 했다. 중국은 1949년 이 지역을 다시 합병했고, 55년 신장웨이우얼자치구로 만들었다. 위구르족은 그동안 계속 독립운동을 해왔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독립세력의 테러 공격도 끊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위구르족의 독립운동을 뿌리 뽑고자 가혹한 탄압 정책을 추진했다.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이 위구르족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겠다고 했던 약속과 달리,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을 자국 문화에 동화시키고 이 지역을 자국 땅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의 종교, 문화, 언어 등을 금지하거나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염을 기르거나 베일을 머리에 쓰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최근에는 이슬람 종교 행사의 핵심인 라마단도 금지했다. 정치적 집회 등은 총기 사용을 포함한 강경 수단을 동원해 진압한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한족을 이 지역에 대량 이주시켜 위구르족을 소수로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 위구르족 지역에서 한족 비율은 1940년대 5%에 불과했다. 현재 한족은 이 지역의 정치, 행정, 치안은 물론 경제와 상권까지 장악했고 위구르족은 대부분 도시 변방과 시골로 밀려났다.



    그러자 위구르족의 일부 독립운동세력이 독립 국가를 세우고자 1990년대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이라는 무장단체를 만들었다. ETIM은 중국 관공서나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저항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ETIM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국제적으로 연대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로 변신했다. 중국 정부는 ETIM을 없애려고 무자비하게 소탕작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ETIM 조직원은 물론, 위구르족 독립운동세력들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태국, 터키 등으로 피신하거나 망명했다. ETIM은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와 IMU 다음으로 강력한 외국계 테러세력이 되기도 했다. ETIM은 알카에다의 세력이 약화되자 IS와 연계하고 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선 테러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 베이징 등 대도시는 물론,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위구르족의 테러 공격이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주키르기스스탄 중국대사관 앞에서 자폭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8월 태국 방콕 폭탄테러 사건도 ETIM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한 당시 사건은 터키로 가기 위해 밀입국한 위구르족 109명을 태국 정부가 중국으로 강제 송환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교육 규칙’ 통한 통제

    중국 정부는 테러 사건이 갈수록 늘어나자 위구르족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이슬람을 말살하기 위해 시행 중인 ‘교육 규칙’이다. 그 내용을 보면 부모가 자녀를 종교 활동에 보내거나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 종교를 상징하는 옷을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모든 종교 활동도 금지했다. 주민 상호 감시제도를 통해 이웃의 수상한 여행, 이슬람 교리 전파 및 학습,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 유포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심지어 이웃의 토지매매, 관영매체 시청 및 구독 거부, 갑작스러운 금연·금주도 감시해야 한다. 모든 주민의 여권을 회수했으며, 해외여행은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민 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 장착도 의무화했다.

    중국 정부는 IS의 ‘선전포고’가 실제 상황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중앙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IS 가담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IS에 가담했던 대원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경우 자칫하면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하면서 테러 공격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우루무치 기차역에 안면인식시스템을 도입했고 경찰초소 949개를 설치했다. 올해 들어 무장경찰 1만 명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네 차례나 실시했다.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가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치가 크기 때문에 절대 독립을 용인할 수 없다는 처지다. 이 지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의 육상 핵심 거점이다. 또 최근 매장량 1900만t에 달하는 아연광이 발견되는 등 천연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위구르족이 독립하면 다른 소수민족 독립이라는 도미노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폭발력이 강한 ‘화약고’인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독립운동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으려 하지만 독립운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