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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2009 생활경제 대전망

경제 전망 배고프다!

불안의 확산 내년 경기 예측 더 많은 수요와 공급

경제 전망 배고프다!

경제 전망 배고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정선조(62) 홀리라이프 총재는 “나는 창조주 하나님과 한 몸, 한 마음”이라고 주장한다. “직관으로 미래를 예언한다”는 그는 11월7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린 세계예언자대회 참석차 귀국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종말을 맞는다. 한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이 사망한다. 경제 불황이 확산될 것이다. 기업 도산이 줄을 잇고 대기업도 파산한다. 한국전쟁 6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을 맞는 2010년이 더 걱정이다.”

그는 한 달 남짓 다가온 ‘2009년 한국’을 이렇게 내다봤다. 거짓, 모순, 허상, 테러, 폭동, 살인, 지진, 폭설 등의 키워드를 앞세웠다. 비관론이다.

예언은 고부가가치 콘텐츠다. 정 총재는 서울에 체류하는 동안 개인과 기업에 상담을 해줬고 ‘불안, 파멸을 극복하는 길’ ‘건강, 장수를 이루는 비결’을 강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부지런히 귀동냥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 수요일 아침마다 개최하는 수요정책포럼은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1992년 시작된 이 포럼은 벌써 600회를 훌쩍 넘겼다. 회원들은 주로 기업가, 경제전문가, 정부 관료 등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 포럼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를 선정, 최고 권위자를 초대해 진행된다. 11월5일에는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이 초빙돼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한국의 금융정책 시사점 및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노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국제 공조체제가 선진국끼리만 이뤄지고 있어 신흥시장국에 도움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겠지만, 무차별적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이날 평소 75명 안팎이던 참석자 수는 100여 명으로 부쩍 늘었다. 요즘 경제위기를 다루면 조찬모임 참석자가 평소보다 20~30% 많아진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다들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체가 무엇이고, 언제 이 위기 상황이 종료되는지를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종합물류기업 ㈜KCTC의 이윤수 부회장이다. 요즘 그는 어느 때보다도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각종 단체에서 주최하는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수출입 물류가 주된 사업 영역인 만큼 그의 회사는 세계 경기 사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 세계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심각할지, 그로 인한 수출입 물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언제쯤이면 경기가 회복될지를 파악해야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강연 주제가 무엇인지, 강연자가 누구인지를 살피면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어요. 부지런히 귀동냥해야죠.”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점술 밸리’다. 수입명품 매장과 고급 카페가 들어선 골목을 따라 역술카페가 즐비하다. 11월11일 오후 이곳의 한 역술카페에서 만난 회사원 김종철(37) 씨는 자신의 운세가 주식과 부동산 가운데 무엇과 더 잘 맞는지를 묻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점괘대로 할 생각은 아니고, 자기 나름의 판단과 점술가들의 의견을 비교할 심산이다. 역술가는 김씨의 사주를 풀어본 뒤 토(土)의 기운이 많다며 부동산 쪽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식 같은 경우에는 직접투자를 삼가고 적립식 펀드를 운용하란다. 김씨의 표정이 밝아졌다.

경제 전망 배고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경제 전망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급매물로 나온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느낌이 크게 틀리지 않았나 봅니다. 체증이 가시는 것 같습니다.”

불안의 시대, 예측과 예언에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 비록 위약(僞藥) 효과일지라도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더 많은 정보력을 가진, 더 예리한 분석력을 보유한 ‘현인’을 찾아나선다. 그는 저명한 경제학자일 수도, 용하다고 소문난 역술인일 수도 있다.

경제 분석과 전망은 자본주의, 경제학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지만, 그것이 진정 존재의 빛을 발하는 때는 위기의 순간에 이르러서다(상자기사 참조). 민간 싱크탱크에 근무하는 한 경제학 박사는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예측은 틀리기 위한 것” 그래도 예측 발표

상업적으로 점을 치는 역술인은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강점기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언이 돈벌이로 등장한 시기는 위험이 한국을 강타한 6·25전쟁 무렵. 피란 온 사람들이 많이 모인 부산 영도다리 밑에서 80여 명의 맹인 역술인이 노상 점집을 개업하면서 점술업이 확산됐다. 대구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곽진곤 씨는 “경제 전망과 예언은 같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가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같은 지표를 분석한 뒤 경제 전망을 내놓듯 축적된 자료를 탐구하고 연구한 뒤 예언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역술에서 ‘역(易)’이란 바뀐다는 뜻이다. 나쁜 상황에서 좋은 것을 보게끔 돕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나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은 책 ‘검은 백조’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불안의 시대에 예측의 욕망이 낳은 스타들이다.

숱한 설왕설래 끝에 ‘증권사 경력과 해외생활 경험이 있는 50대 초반 남성’으로 밝혀진 온라인 논객 미네르바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 등을 정확히 맞히며 ‘사이버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교주’라는 별칭까지 얻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그의 글은 편당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어섰으며, 그 글들은 인터넷을 타고 유령처럼 떠다닌다. ‘코스피 바닥은 500선’ ‘한국은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그의 ‘예언’에 누리꾼(네티즌)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극단적인 비관론이다. 미네르바와 글을 통해 교분을 나눈 한 경제계 인사는 “그는 외국 자본, 특히 일본 자본의 침탈을 경고한다. 비관론은 그 같은 사실을 사람들에게 경고해 막으려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검은 백조’는 ‘예상 밖의 사건’ ‘우리가 계산한 확률 밖에 존재하는 사건’을 뜻한다.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서구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검은 백조 한 마리를 발견한 사건에 빗댄 은유다. 탈레브에 따르면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순간 이전의 예측들은 모두 소용없게 된다. 검은 백조 이후의 세상은 우리가 예측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9·11테러,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대표적인 검은 백조 사례다. 탈레브를 신뢰하는 세계인들은 앞으로 더욱 자주 검은 백조가 출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모든 예언과 예측이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미네르바의 예측도 모두가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탈레브가 운영하던 투자회사도 검은 백조 이론에 따른 투자를 했지만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한 채 2004년 문 닫은 바 있다.

지난해 7월 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을 때, 증권사 10곳 가운데 8곳은 ‘코스피 3000선 돌파도 무난하다’고 예측했다. 현실은 지금 우리가 보는 그대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도 모두 예측이 빗나간 결과들이다. 오죽하면 ‘예측은 틀리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럼에도 정부, 기업, 싱크탱크들은 경제 전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들도 이들이 내놓은 전망에 끊임없이 주목한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번번이 틀렸다고 전망조차 내놓지 않으면 어떤 경제활동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기업은 경영계획을 짜지 못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경제 전망이 예측치나 통계자료로 제시되는 게 아니라 두꺼운 보고서로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예측치가 맞고 틀리느냐보다 그러한 예측치가 나오기까지의 배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망에는 수많은 변수가 함축돼 있다. 바로 그 변수들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각자에게 유용한 더 큰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탈레브도 예측을 무용지물로 여기지 않는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유희숙 연구위원은 “탈레브는 모든 경제 예측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예측을 뛰어넘는 극단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망 배고프다!

11월7일 열린 세계예언자대회에 정두언 의원(오른쪽)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요즘 사람들은 말끔하게 포장된 이들의 말을 믿는다. 그래서 맹인 역술가들이 모인 미아리는 점점 더 쇠락하고 전공 분야별로 특화한 점술가들이 각광받는다. 정치 분야에 능통한 점술가가 있는가 하면 재산 관리나 주식투자 같은 경제문제와 건강문제, 이혼문제 전문가도 등장했다. 관상을 바꿔준다며 성형수술을 알선하는 역술인도 등장했다.

매년 12월마다 ‘SERI 전망’을 내놓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는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12월1일 발간을 목표로 ‘SERI 전망 2009’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2009년 책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언제 출간되는지, 무슨 전망이 담기는지에 대한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한 특집을 책 서두에 실을 계획이다.

연 20만원의 회비를 내고 매주 경제시평, 주간 경제동향, 시사경제 등 경제보고서를 e메일로 받아보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은 국내외 금융 혼란이 극에 달하던 10월 한 달에만 500여 명이나 증가했다. 전체 1600여 명의 유료회원 가운데 3분의 1이 10월에 가입한 것이다. 연구소 측은 이러한 회원 폭증이 미국발 경제위기와 한국 경제 위험요소를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쌓아온 신뢰, 그리고 금융위기로 인한 불안심리 때문으로 보고 있다.

11월20일과 21일에는 ‘2009 대한민국 소비자 트렌드 전망’이란 주제로 대규모 콘퍼런스가 열린다. 경제위기로 2009년도 기업 마케팅이 잠재적 고객까지 아우르는 전략에서 지금 당장 지갑을 열 고객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검은 백조’로 월가의 대재앙을 예측해 잭팟을 터뜨린 탈레브는 아직 쓰지도 않은 다음 책을 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살펴보니…

‘2009년 경제 전망 보고서’ 하늘 찌르는 인기


100만명이 넘는 온라인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이하 SERI)는 연구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회원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보고서가 가장 인기를 끌까.

11월12일 현재 신규 보고서 코너에 게재된 50편의 보고서에서 영문 보고서 13편을 제외한 37편 가운데 조회 수가 가장 높은 보고서는 ‘2009년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황인성 외/ 2008. 10.15)이다. 37편의 평균 조회 수가 4만528건인데, 이 보고서의 조회 수는 그보다 3배 이상 많은 14만6606건으로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2008년 세계 및 국내경제 전망’(황인성 외/ 2008. 3.3) 보고서의 조회 수(12만9032)보다 2만 건 가까이 높은 수치다.

오른쪽 표에서 보듯 상위에 오른 보고서일수록 전망과 예측 성격이 짙다. 경제 주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외환시장, 미국 경제, 부동산 경기 등 지금 당면한 문제의 앞날을 짚어본 보고서들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이다. 10위까지의 보고서 가운데 이런 성격을 갖지 않는 보고서는 9위 ‘한국 高성과기업의 특징’(김성표 외/ 2008. 9.17)뿐이다.
▼ 삼성경제연구소 신규 보고서 50편 중 영문 보고서 13편을 제외한 37편의 보고서 (2008. 8.13~11.10)
번호 제목 저자 날짜 조회 수
1 2009년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 황인성 외2008. 10.15146,606
2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장재철 외2008. 10.2292,966
3 최근 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 장재철 2008. 10.9 81,970
4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경제 전망 곽수종 외2008. 8.28 78,144
5 오바마 당선의 의미와 영향 동용승 외2008. 11.5 77,066
6 최근 부동산경기에 대한 진단 유정석 외2008. 9.24 75,831
7 ‘글로벌 D세대’의 소비트렌드 이승현 외2008. 9.10 73,438
8 글로벌 금융위기의 향방 박현수 외2008. 10.1570,640
9 한국 高성과기업의 특징 김성표 외2008. 9.17 68,645
10現 금융불안 현상 진단 및 처방 권순우 2008. 9.8 61,655
33동아시아의 경제협력 : 중국의 역할과 한계 박번순 2008. 11.3 17,934
34제품 가치를 높이는 인터페이스 기술 이안재 2008. 10.2716,221
353/4분기 한반도안보지수(KPSI) 조사결과 이한희 외2008. 9.30 15,180
36한국과 일본산업의 에너지효율 비교 박성배 2008. 11.5 8,681
37중소기업 자금사정 경색의 원인 및 시사점 전효찬 2008. 11.108,655




주간동아 2008.11.25 662호 (p34~37)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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