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9

2008.06.10

친환경 날개 펴고 숲가꾸기 시동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004년부터 황사 발원지 중국·몽골 사막에 나무 심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06-02 12: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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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날개 펴고 숲가꾸기 시동

    지난해 10월31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은 중국 쿠부치 사막을 찾아가 직접 나무를 심었다.

    인천공항에서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게 되는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도시 바오토우(包 頭). 한국 황사의 발원지 쿠부치 사막에 가기 위해선 여기서 또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반 남짓 달려야 한다. 차창을 열면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들이닥치지만, 최근 많은 한국인들이 이 쉽지 않은 여정에 오르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황사를 막고자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환경을 살리려는 이 대열의 맨 앞에 글로벌 종합물류기업 총수인 조양호(59) 한진그룹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0월31일 대한항공 임직원 70여 명과 함께 쿠부치 사막을 찾아 직접 모래땅에 나무를 심었다. 모래땅이라고 쉽게 파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얼어붙은 모래땅에 구덩이를 파느라 조 회장과 임직원들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졌다.

    쿠부치 사막에 2011년까지 180만 그루 심을 계획

    조 회장이 심은 첫 나무는 쿠부치 사막에서 펼쳐질 ‘대한항공 녹색장성 생태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진그룹은 2011년까지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쯤 되는 600헥타르(약 600만㎡)의 사막에 1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당장의 이익보다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새로 심은 묘목들이 무럭무럭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는 10년, 20년 후에는 한국에까지 건너오는 황사가 확연히 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이 심은 나무는 이곳 중국의 사막뿐 아니라 몽골 사막에서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조 회장은 2004년 5월 대한한공 신입직원 100여 명과 함께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바가노르 사막을 찾아 뜨거운 날씨와 씨름해가며 식림(植林) 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새내기’들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글로벌 항공인으로서 갖춰야 할 봉사정신을 함양하는 데 사막에서의 나무 심기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2004년 이후에도 조 회장의 뜻에 따라 매년 100여 명의 신입사원들이 바가노르 사막에 나무를 심는 뜻 깊은 해외연수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5월13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한진그룹 산하 인하대 항공대 인하공업전문대 학생 등 총 209명이 참여했다.

    지난 5년간 바가노르 사막에 조성된 ‘대한항공 숲’은 2만7500여 그루가 자라는 5헥타르의 대규모 공원으로 ‘성장’했다. 조 회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3배 많은 1만2000여 그루의 소나무와 포플러 나무를 심도록 했다. 이 ‘바가노르 프로젝트’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매년 이 지역에 나무를 심어 숲의 면적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중국과 몽골의 식림 활동을 글로벌 환경보호 활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한진그룹이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지향하는 만큼, 지구 환경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임직원들에게 늘 “환경보전은 기업이 여유 있을 때만 하는 일이 아닌, 기업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생활”이라며 “환경경영은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 덕에 한진그룹이 펼치는 환경경영은 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 말고도 다양하다. 친환경 신형 비행기 도입, 송도 친환경 비즈니스 연구센터 조성 등이 그 예다.

    친환경 날개 펴고 숲가꾸기 시동

    조양호 회장(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미국 스탠리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 조지 데이비드 UTC 회장, 존 하인즈 게일인터내셔널 사장이 지난해 10월18일 ‘친환경 비즈니스 연구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월15일 몽골 바가노르 사막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대한항공 신입직원들과 인하대·항공대·인하공업전문대 학생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임직원들에게 “친환경 기술의 보유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갈린다”고 늘 강조한다. 즉, 그는 거대 수송 기업의 총수로서 항공유 등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늘 고민해왔다.

    조 회장이 인천 송도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비즈니스 연구센터’는 한진그룹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0월,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는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및 첨단 다국적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와 손잡고 ‘친환경 비즈니스 연구센터’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연구센터는 송도 신도시를 세계 최고의 ‘그린 시티’로 조성하는 구실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인하대는 환경적 기술연구, 게일인터내셔널은 그 연구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할 계획이다. UTC는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다. 조 회장은 이 센터의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한진그룹의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여나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보다 30% 이상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는 게 그의 복안(腹案)이다.

    에너지 저감에 대한 조 회장의 신념은 신형 항공기 도입에서도 확인된다. 조 회장은 미국 9·11테러의 영향으로 전 세계 항공사들이 구조조정 등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B787, A380을 각각 10대, 8대 들여오는 계약을 맺었다. 이 둘은 연료 효율이 기존 항공기 대비 20% 정도 뛰어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다. 연료 효율이 좋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을 뿐 아니라, 이착륙 소음도 30% 이상 적다.

    ‘친환경 비즈니스센터’ 통해 송도를 ‘그린 시티’로 조성 야망

    이 밖에도 조 회장의 ‘친환경 철학’은 한진그룹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띈다. ‘항공과 환경의 조화를 통한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의 가치 창조’를 환경 비전으로 삼고 있는 대한항공은 연간 배출되는 폐기물의 40%를 재활용하고 있다. 기내 서비스 품목이나 기내식 폐기물, 항공기 운항과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이 재활용 대상으로, 2006년 전체 폐기물 1만8000t 가운데 7000t을 재활용했다. 또 2006년부터는 기존의 환경보고서를 지속 가능 보고서로 대체, 발전시켰다. 기존 환경보고서 내용에 사회적 활동과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성과를 추가한 것이다.

    조 회장은 “인류 미래의 최고 화두는 환경”이라면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지향하는 한진그룹은 국제사회의 환경보호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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