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6

2007.12.25

자궁경부암

백신 등장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

  • 박종섭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입력2007-12-24 11: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레드 애플’ 캠페인 홍보대사인 방송인 변정수 씨의 딸(맨 오른쪽)이 가다실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한때 전 세계를 무서움에 떨게 했지만, 지금은 의사들조차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이들과 자궁경부암 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바로 예방 백신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세계 최초의 암 백신인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국내 시판을 허가했다.

    일반적으로 암은 원인이 다양해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조기 검진이나 발병 이후 수술 등을 통해 치료할 수밖에 없는 무서운 질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원인이 명확히 밝혀졌고 예방 백신까지 나옴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암이 됐다.

    자궁경부암, 소리 없이 찾아온다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6대 암에 속하지만 위암, 폐암 등보다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다. 수치로 볼 때 자궁경부암은 세계적으로 하루 700여 명의 여성을 사망케 하는 여성 암 사망률 2위의 심각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4300명 정도가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며,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2005년의 경우 1067명으로 1995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30~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성생활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20대 여성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감염된 이후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기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40대 이후 나타나는 자궁경부암도 실상 20, 30대에 감염된 HPV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감기처럼 흔한 바이러스인 HPV는 증상이 없어 감염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접촉으로 전염될 수 있다. 즉 HPV는 성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감염 위험이 있는 바이러스로,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감기바이러스를 접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HPV에 감염돼도 자연 치유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에서는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조기 검진이 최선의 방책

    자궁경부암이 진행되면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 질 분비물의 증가, 골반 통증, 성행위 시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얼마 전 내원한 자궁경부암 환자 장모 씨도 평소 별다른 몸의 이상을 느끼지 않았기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고, 당연히 자궁경부암 정기검진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생리 때도 아닌데 출혈이 생겨 병원을 찾았고 자궁경부암 3기 진단을 받아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자궁경부암은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 자각 증상이 없으므로 조기 검진과 예방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을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검사는 자궁경부 세포검사다. 이 검사법이 도입된 1950년대 이후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절반 이상 줄었으며,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암 조기진단법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자궁경부암이 발병하면 초기인 경우 동결, 고주파, 레이저 요법 등 외과 치료를 한다. 그리고 암의 진행 단계에 따른 수술을 시행하는데 자궁 일부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 자궁적출 수술 등이 있다. 자궁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면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이 따르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할 것을 권한다.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엔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가다실’.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

    자궁경부암은 그 원인인 HPV의 감염을 막는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HPV는 100가지 이상의 유형이 있는데 그중 16, 18형은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9~26세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인 16, 18형 HPV 감염을 차단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며,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HPV 6, 11형의 감염도 예방한다.

    생식기 사마귀는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그것을 가진 산모가 출산하면 아기에게 감염돼 목에 종양 같은 혹이 생기는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이 발병할 수도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접종이 활성화되면 20~30년 후엔 자궁경부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지금의 20~30% 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접종 대상이 9~26세 여성인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45세 중년 여성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접종 대상이 확대될 경우 자궁경부암 예방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접종이 활성화되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체계 개편과 예방 백신에 대한 재정 지원, 접종 연령 확대다. 현재 외국에서는 환자 본인이 원하고 의사가 동의하면 26세 이상의 여성에게도 접종이 허용된다.

    건강한 성생활이 예방의 지름길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습관에는 건강한 성생활도 포함된다. 또한 자궁경부암은 암이 되기 전 단계, 즉 전암 단계에 발견하면 치료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고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생활습관도 자궁경부암을 근본적으로 예방해주지는 못하므로 엄마와 딸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엄마는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고, 딸은 HPV 감염을 막는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예방 백신의 활성화로 가까운 미래에 자궁경부암은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최초의 암 예방 백신, 가다실



    세계 최초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Gardasil)’의 접종이 올해 9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HPV 16, 18형을 완벽하게 예방하며,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20%인 10가지 HPV 유형에도 예방효과가 있다. 또한 HPV 6, 11형이 유발하는 생식기 사마귀도 예방한다. 가다실은 가짜 바이러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질병을 유발하지 않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접종 후 2, 6개월에 걸쳐 총 3차례 접종한다. 문의 080-313-1200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