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4

2017.02.08

북한

개성공단 폐쇄 1년 유엔제재 위해 불가피…실제효과 미미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kimosung@kyungnam.ac.kr

    입력2017-02-03 16: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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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는다.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북핵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핵실험 여파로 공단을 닫았는데 한반도 정세는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은 더더욱 낮아 보인다. 공단 폐쇄 1년을 맞아 과연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게임 체인저 조치

    지난해 북한 4차 핵실험은 기존 북핵 문제의 결정적 전환을 가져온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성격을 띠었다. 기존 선(先)협상-후(後)확산에서 이제는 선확산, 선핵보유라는 입장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핵포기는 불가하다는 정치적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김정은의 불가역적인 핵 질주 상황을 맞아 그에 상응하는 남북관계의 게임 체인저 조치를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었다. 북한의 핵보유에 박근혜 정부도 대북정책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이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는 김정은 체제의 핵포기 불가라는 입장에 강 대 강으로 맞서려는 박근혜 정부의 결기를 드러낸 정책이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압박 국면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이던 개성공단을 남측이 먼저 닫음으로써 김정은이 핵 질주를 계속하는 한 남북관계는 더는 불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이었다. 그와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를 앞세운 대북제재의 일관된 실행 의지를 입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중단과 대북제재라는 결기는 자기 선언적 과시에만 그친 측면이 적잖다. 대북제재를 일관되게 실행함으로써 김정은의 핵 질주를 꺾어보겠다는 결기의 과시에는 성공했지만, 그 결기를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즉 강력한 의지와 불퇴전의 결기는 그 자체만으로 족할 뿐, 이를 통해 얻고자 했던 김정은의 핵 야욕 중단이나 완화라는 정책적 목표에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김정은은 곧바로 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무수단 미사일 발사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 핵·미사일 위협을 더욱 고조해왔다.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은 지금, 북한의 핵 질주는 전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속도와 일정이 더 빨라진 상황이다. 대북제재를 통해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겠다는 애초 목표는 여전히 미달성이다. 지난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미(對美) 본토 위협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마감 단계에 있음을 내비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남북관계 전면 중단과 대북제재 의지 과시에는 성공했지만 그 수단으로 달성해야 했던 목표, 즉 북한의 핵 질주 중단과 북핵 문제 해결에서는 오히려 역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물론 유엔 안보리의 2270호 결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일관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추동력이 확보됐다는 의미는 그나마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가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견인하고 미국과 일본의 강도 높은 제재를 정당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5차 핵실험 이후 유례없는 고강도의 대북제재 2321호를 이끌어내는 데도 개성공단 폐쇄라는 강경 방침이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대북제재 국면의 유지 및 강화라는 목표도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중관계의 불안으로 중국의 협조를 온전히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홀로 참석한 것은 대북제재에 중국을 확실히 끌어들이기 위한 그 나름의 전략적 계산이었다.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함으로써 중국 측에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달라고 요구할 명분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맞서 갑자기 사드 배치를 결정함으로써 그동안 대북제재 공조를 위해 쌓아온 한중관계는 물거품이 됐다.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과 사드 배치라는 오락가락 행보는 결국 대북제재 유지 및 강화라는 개성공단 폐쇄의 효과를 근본부터 잠식하고 말았다.



    실종된 정책 목표

    정책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한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핵포기와 제재 국면의 지속 및 강화라는 목표를 이루지도, 유지하지도 못한 채 어느덧 1년이 됐다. 1년밖에 안 됐음을 감안해 후하게 평가해도 성공하지 못한 정책인 것만은 명백하다. 개성공단 폐쇄로 얻을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과 달리, 잃은 것 중에는 뼈아픈 것이 많다. 먼저 남북관계 퇴행은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남북의 정치·군사적 대치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최후 보루로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일시 폐쇄에도 남북은 7차례나 회담을 열어 마침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했다. 남북이 서로 경제적으로 윈윈(win-win)하는 개성공단이야말로 남북협력의 옥동자가 아닐 수 없었다. 경제협력이 정치·군사적 통합으로 확산된다는 기능주의 통합이론의 살아 있는 모범이 개성공단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어떤 어려움에도 견뎌냈던 개성공단의 생명력을 핵실험에 대응하는 감정적 결기 과시로 소진해버림으로써 이제 남북관계는 기본합의서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다시 화해협력으로 정상화되려면 상상 밖의 난관이 존재할지 알 수 없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에게 현금수입 중단이라는 경제적 아픔을 안겼지만, 그와 동시에 입주 기업 및 하청업체에게도 큰 경제적 아픔이었다. 북한은 근로자를 중국에 인력송출하면서 현금수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우회로를 찾았지만, 입주 기업은 생산설비와 공장은 말할 것도 없고 철수 당시 원부자재와 반(완)제품마저 갖고 나오지 못했으며, 피해보상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자국민과 최소한의 소통마저 생략해버린 셈이다.

    개성공단 폐쇄의 불가피성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팔을 자르는 대북제재의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결기로 이루려는 정책 목표는 분명 달성하지 못했고, 그 결기 때문에 애꿎은 피해만 더 많이 입은 것도 사실이다. 대북제재에 올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해적 제재’에 그쳤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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