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2007.09.25

“10년 후 집 빼고 10억~15억 있어야 알부자”

전문가 8인 “중산층이 도전 가능한 목표” … 자산가치 변동 부동산 비중 크게 하락 예상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9-19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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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후 집 빼고 10억~15억 있어야 알부자”
    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 일반인이 느끼는 심리적인 부자의 기준이 날로 상승하는 추세다.

    한길리서치연구소의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부자 커트라인’은 20억30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어느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50억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의견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의 고객조사에서는 10명 중 1명이 “100억원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연수입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을 부자로 간주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자산이 100억원 이상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연간 10억원을 버는 사람”을 부자라고 정의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수십,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꿈꾸는가? 그러나 그것은 사실 불가능한 도전에 가깝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중위소득은 월 283만원(2007년 6월 기준)으로 연간 3400만원가량 버는 셈이다. 통계청의 2006년 가계자산조사에 따르면 연간소득이 3500~4000만원인 계층의 총자산은 2억7000만원 정도다. 그야말로 돈벼락을 기대하지 않는 이상 중산층이 수십,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되기란 요원한 일이다.

    큰 부자를 꿈꾸기 전 작은 부자에 도전하는 것이 좀더 현명한 부자 되기 전략이다. ‘주간동아’는 작은 부자를 상류층과 중산층 사이에 놓인 중상층으로 가정했다. 즉 중산층에서 부자로 가는 길목이자, 중산층과 부자를 잇는 다리가 바로 작은 부자다. 그렇다면 10년 후인 2017년, 작은 부자는 얼만큼의 소득과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일까? 각계에서 부자에 관해 연구하는 전문가 8인에게 10년 후 작은 부자의 기준과 그 이유를 물었다.

    ‘거주하는 주택을 제외하고 10억~15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 전문가들은 대체로 2017년 작은 부자의 커트라인을 이 정도로 잡았다. 먼저 신한은행 김영표 PB고객부 부장의 견해다.



    “2017년 주택을 제외하고 14억3880만원의 자산이 있어야 하며,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으로 매년 최소 2000만원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 10년 후 작은 부자가 될 것이다.”

    “10년 후 집 빼고 10억~15억 있어야 알부자”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김영표 신한은행 PB고객부 부장, 김창수 하나은행 PB사업본부 재테크 팀장, 서기수 HR파트너스 대표(왼쪽부터).

    대대손손 물려줄 정도 아닌 당대 소비 수준의 부

    김영표 부장은 부자를 ‘더 이상 수입이 없어도 평생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으로 본다. 그리고 작은 부자는 현재 부자가 소유한 자산의 절반을 보유하면서 근로소득을 통해 나머지를 채워가는 사람이다. 통계청의 2007년 2·4분기 자료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가구의 평균 가계지출은 305만4000원(교육비 30만6000원 제외)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3665만원이 된다. 은퇴 후 생활비는 은퇴 전 생활비의 70%라고 가정해 2565만원으로 잡는다. 경제활동 기간 30년, 은퇴 후 기간을 25년으로 계산한다면 지금 적어도 17억4000만원이 있어야 돈 걱정이 없는 부자다. 여기에 자녀 2인의 교육비 3억원(1인당 1억5000만원으로 가정)을 더하면 20억4000만원이 된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3.5%로 잡으면 10년 후 28억7760만원이 된다. 그렇다면 작은 부자는 부자의 50% 수준, 즉 현재 10억2000만원, 2017년 14억3880만원을 가진 사람이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백만장자의 정의를 적용해 작은 부자의 기준을 제시했다. 순수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약 9억4000만원) 이상인 경우 현재의 작은 부자라는 것. 김 소장은 “복리로 계산한다면 10년 후에는 15억~20억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작은 부자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자산은 대대손손 물려줄 정도의 재산은 아니다. 당대에 소비할 만한 수준의 부(富)다. 즉 작은 부자는 최상위층이나 갑부가 아니다. 한편으로 중산층은 당대에 놀고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작은 부자와 구별된다.”(김방희)

    하나은행 김창수 PB사업본부 재테크팀장은 ‘연간소득 1억5000만원, 금융자산 10억원, 부동산 8억원’을 10년 후 작은 부자의 최하 기준으로 꼽았다. 자산운용사 HR파트너스의 서기수 대표는 “자산이 적을수록 부동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은 빼고 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 3억~5억원, 10년 후 7억~10억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작은 부자”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서 대표는 현재 100대 대기업의 연간 평균급여가 약 5000만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연봉 7000만원 이상’을 2017년 작은 부자의 조건으로 꼽았다.

    소득에 기대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사람

    한편 작은 부자에 대해 가장 높은 커트라인을 매긴 전문가는 재무설계상담법인 머니트리의 한만형 수석연구원과 ‘부자학’을 연구하고 있는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경영학)다. 우선 한만형 수석연구원은 2017년 작은 부자를 ‘투자자산으로 28억2120만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부자를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10년 후 집 빼고 10억~15억 있어야 알부자”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 최성환 대한생명경제연구소 상무, 한만형 머니트리 수석연구원,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왼쪽부터).

    “소득에 기대는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연소득이나 월소득으로 부자를 정의할 수는 없다. 대신 ‘자신의 노동력을 대신해 중단 없는 소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용자산을 제외한 투자자산’으로 부자를 정의할 수 있다. 투자수익률 4.0%(무위험 이자율 기준)로 연간 8000만원의 소득을 창출한다고 가정할 때 투자자산은 20억원이 있어야 한다. 연간 물가상승률 3.5%를 적용한다면 10년 후 작은 부자의 투자자산은 28억2120만원이어야 한다.”(한만형)

    한동철 교수는 ‘현금자산 5억원’을 2017년 작은 부자의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현금자산 3억원을 포함해 25억원 정도의 총자산을 가진 사람을 작은 부자로 본다. 10년 후 이들은 현금자산 5억원을 포함해 총자산이 40억원 정도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 교수는 “현재 현찰 3억원 이상을 은행계좌에 넣어두고 있는 작은 부자가 60만~8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10년 후에는 그 수가 적어도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과는 반대로 ‘소박한’ 작은 부자의 커트라인을 제시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대한생명경제연구소 최성환 상무는 ‘월평균 소득 800만원, 금융자산 4억~5억원, 부동산 4억~5억원’을 작은 부자의 기준으로 내놓았다. 그는 “극소수 부자들이 집중적으로 언급되면서 부자에 대한 심리적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진 면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중상층에 해당하는 작은 부자는 전체 가계의 소득을 10분위로 나눈 등급의 9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2006년 현재 9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485만원, 부동산을 포함한 총자산은 4억9289만원이다. 10년 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린다고 가정할 때 9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800만원, 총자산은 8억~10억원이 될 것이다.”(최성환)

    삼성증권의 정복기 PB연구소장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연평균 소득 8000만원, 부동산 4억1000만원’ 이상이면 2017년 작은 부자에 속한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의 70~150%를 중산층으로 분류하는데, 중상층인 작은 부자를 중위소득의 150%로 정의한다면 현재 작은 부자의 연간 소득은 약 5000만원이다(2007년 6월 도시근로자 가구 중위소득 283만원 기준). 과거 10년간 도시근로자 소득증가율의 평균인 4.9%를 소득증가율로 적용하면 10년 후 연평균 소득은 약 8000만원이 된다.

    한편 통계청의 2006년 가계자산조사를 보면 연간소득 4000만~5000만원인 경우 부동산 금액이 2억4003만원, 연간소득 5000만~6000만원인 경우에는 3억4671만원이다. 따라서 양 구간 평균은 2억9337만원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3.4%로 가정한다면 2017년 부동산 금액은 약 4억1000만원이 된다. 정 소장은 “주식 등 금융자산의 경우 자료가 충분치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자가 되려는 마음이 대한민국 발전 원동력

    이상 8인의 전문가들은 기타 자산 없이 10억원 이상의 부동산만 보유한 사람들을 작은 부자 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부동산은 미실현 자산으로 가치가 늘 변동하기 때문”(서기수)이다. 특히 김방희 소장은 “닷컴 거품 붕괴 이후 주식 및 부동산 관련 대출문제 해결(Debt Diet)에 나섰던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3~4년 안에 자산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출을 받아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가짜’ 작은 부자들에게 “저금리 시대는 끝났다”며 “집을 줄여 이사하면서 빚을 갚고 나머지는 펀드나 예·적금으로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동안 부동산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으며,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현재 한국인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0%. 최성환 상무는 “2017년에는 60% 안팎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복기 상무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고령화 시대로의 진입,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의 자금이동 등으로 향후 10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물가상승률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산층이 한 사회의 허리로 연결핀이라면, 작은 부자로 불리는 중상층은 한 사회의 어깨로 역할모델이 된다. 중산층이 늘면 사회가 더욱 안정되지만, 작은 부자들이 늘어야 우리 사회에는 활력이 더욱 넘칠 것이다(김방희). 한동철 교수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2000년 이후 한국은 부유한 시대에 진입했다”며 “부유한 사회에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은 ‘부자가 되려는 마음과 부자로 살려는 마음’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방희 소장도 “50대 주식부자를 보면 미국의 경우 대부분 자수성가형 부자지만, 우리는 거의 다 상속형 부자들”이라며 “작은 부자가 더욱 늘고, 이들 가운데 최상층 갑부가 당대에 탄생해 누구나 노력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10년 후 한국의 부’지도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코스피지수 5000포인트 예상


    부자학연구학회(학회장 한동철)는 9월17일 창립총회를 기념해 이 학회 발기인들을 대상으로 ‘10년 후 한국의 부(富)’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대학교수, 금융기업 종사자, 기업인 등 부자전문가들로 구성된 총 22명의 설문인단은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이며 코스피지수는 5000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저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만 달러’라는 응답이 41%, ‘4만~5만 달러’라는 응답도 41%로 집계됐다. 2017년 코스피지수를 묻는 항목에서는 3000~5000포인트 41%, 5000~7000포인트 36%, 7000~9000포인트 5%, 9000~1만2000포인트 18%로 집계됐다. 학회장 한동철 교수는 “따라서 부자전문가들이 보는 2017년 한국의 국민소득은 4만 달러로 현재의 2배, 코스피지수는 5000포인트로 현재의 2.5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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