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3

2007.07.10

그까이 꺼 신용관리? 큰코다칠라

금융거래는 기본 취업·결혼·이민까지 활용…주거래 은행 트고 연체 절대 금물

  • 정경진 아시아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입력2007-07-04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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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까이 꺼 신용관리? 큰코다칠라

    과중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2002년 설립된 신용회복 위원회를 찾은 사람들.

    대학 졸업을 앞둔 김모(28) 씨는 최근 한 대기업 최종 면접시험에서 탈락했다. 입사시험 성적도 좋았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격증까지 갖춰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대학 4학년 초의 신용카드 연체기록. 50만원 정도의 연체금액을 4개월 만에 모두 갚았지만 그의 신용평가 점수는 8등급으로 분류돼 있었던 것.

    자영업을 하는 이모(35) 씨는 얼마 전 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인터넷망 개통을 신청했다 거절당했다. 해당 업체에 거절 이유를 따져 물었더니 “신용등급이 너무 낮아 본사에서 개통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개월 전 급전이 필요해 캐피탈 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뒤 연체한 경험이 있는 이씨의 신용평가 점수는 최하 등급으로 낮아져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거래에서나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개인 신용정보가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은행, 카드 등 금융거래는 물론 취업이나 결혼, 심지어 이민을 신청할 때도 신용정보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때 카드 연체 면접서 탈락

    정보통신 계열의 A사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 시 지원자의 신용평가 정보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신용등급이 높다고 취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감점 요인은 된다”고 말했다.

    결혼 당사자들이 건강진단서를 교환하듯 상대방의 신용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는 상대방의 신용상태를 알고 싶어하는 회원이 많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을 하는 재혼 희망자들에게 신용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업체들은 서비스 개통에 앞서 고객의 신용등급을 확인한다. 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신용등급이 최하위인 신청자에게는 개통을 해주지 않거나 불이익을 주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 같은 나라는 이민이나 유학 신청자의 신용보고서를 제출받아 당사자의 신용상태에 따라 가부를 판단한다.

    중앙대 경영학부 신인석 교수는 “미국에서는 취업이나 전화개통, 전기설치, 주택임대 등 사회생활 전반에 개인의 신용등급이 영향을 준다”면서 “신용점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2년 카드대란’ 이후다. 삼성이나 엘지 등 카드업체들이 90년대 중반 개인 신용평가 모델을 처음 도입한 뒤 2000년 이후 은행권으로 확대됐지만, 그때만 해도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은행장도 모르는 신용평가 모델

    중앙대 경영학부 박창균 교수는 “과거에는 은행에서 개인 신용평가를 대출에 활용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면서 “담보나 보증 위주로 대출하던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2002년 이후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발전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2002년에는 국내 신용평가 시장에 큰 획을 긋는 일이 있었다. 국내 처음으로 1988년부터 개인 신용정보를 제공해오던 한국신용정보(NICE)가 금융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크레디트 뷰로(Credit Bureau·CB)’를 출범한 것. 같은 해 한국신용평가정보(KIS)도 CB를 결성했다.

    CB는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개인의 신용정보를 집중 관리하고 이를 가공해 최종적으로 점수화한 뒤, 각 회원사에 제공하는 구실을 하는 회사다. 이후 2004년 한국개인신용(KCB)이 마지막으로 참여하면서 개인 신용등급 평가는 더욱 정교해졌다.

    은행은 대출심사를 할 때 직업, 직장, 연봉 등 개인 신상정보에다 예금실적, 대출금액, 카드 연체 여부 등을 종합한 CSS(Credit Scoring System) 점수와 CB업체들의 정보를 종합해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은행마다 갖고 있는 CSS 평가기준은 극비로 관리되고 있다. 은행장과 임원은 물론, 심지어 심사부서의 간부조차 정확한 평가방법에 대해 알지 못한다.

    K은행 개인여신심사부 관계자는 “다양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특성상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왜곡된 채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면서 “은행 거래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고 30일 이상 연체 시 5~6등급으로 하락시키는 등의 세밀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신용등급은 대출 가능 여부는 물론 대출한도와 이자율까지 결정짓는 요소다. 국민은행의 경우 고객의 신용등급과 소득등급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차등화하고 있다. 대출금리도 1등급은 6.86~7.56%지만, 8등급은 11.76~ 12.46%의 금리가 적용돼 2배 가까이 차이 난다.

    CB업체들은 신용평가 시 연체 정보와 신용거래 기간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은행과 다른 것은 단기 연체 정보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KCB는 10만원 이상을 5일 넘게 연체하면 은행, 카드, 보험사 등 회원사에 통보한다. NICE는 5만원 이상을 5일 넘게 연체하면 그 정보를 대부분의 은행과 카드사, 보험,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에까지 제공한다. KIS는 은행 대출은 금액과 관계없이 10일 이상, 카드 등 기타 금융회사에서는 5만원 이상 5일 넘게 연체한 경우 각 금융기관에 정보를 제공한다.

    NICE 문경연 과장은 “좋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소득대비 40% 이하의 대출수위 조절이 필요하며, 낮은 등급에서 좋은 등급으로 올라가려면 연체는 금물이고 주거래은행 거래실적을 착실히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등급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가스비·수도세 연체해도 신용도에 영향 끼쳐


    # 자신의 신용정보를 직접 조회해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준다

    그렇지 않다. 본인이 신용관리 목적으로 CB업체의 인터넷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신용등급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그러나 대출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인터넷상에서 대출 가능금액을 산출해보거나, 사용하지도 않을 카드를 신청하는 행위는 조회기록에 남아 신용도에 영향을 준다.

    # 적은 금액을 단기간 연체하면 신용등급에 영향 없다

    아니다. 일반적으로 5만원 이상, 5일 넘게 연체한 명세는 CB업체에 기록돼 신용등급에 영향을 준다. 은행 대출이자와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물론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비, 가스비, 수도세, 전기료 등도 연체하면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연체를 상환하면 곧바로 신용등급이 오른다

    아니다. 연체를 상환하더라도 연체기록은 최대 3년 동안 CB업체에 보관돼 신용등급에 영향을 준다. 특히 단기 연체 경험은 채무불이행 정보와 함께 등급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소득이 많을수록 신용등급도 높다

    소득과 신용등급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소득이 높더라도 연체 경험이 있거나 대출정보가 불량하면 신용등급은 낮아진다. 반면 소득이 낮아도 신용관리를 잘하면 등급이 올라간다.

    #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대출이 있고 원리금을 제때 갚으면 신용도가 좋아진다.

    # 현금만 사용하면 신용등급이 높아진다

    신용점수와 신용등급은 일정 기간 개인의 신용거래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므로 대출이나 카드 이용실적이 전혀 없으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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