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정치

호헌론자 문재인의 7년 집권 속셈

단독 집권 후 1년 이내 4년 중임제 개헌 관철하면 가능?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1-06 16: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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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개헌 문건’ 파동에 휩싸였다. 민주당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란 제목의 보고서(개헌 문건) 때문이다. ‘개헌 문건’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결집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가 비문(비문재인)연합과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들을 야합세력으로 몰아붙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 당내 대선주자 경선도 치르지 않은 민주당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문 전 대표의 대선 본선 진출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첫 번째 원인이다.



    5년 단임 호헌

    두 번째 원인은 대선 국면에서 개헌 저지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 전 대표를 제외하면 대선주자 대부분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대선 국면이라도 논의는 물론, 마무리까지 가능하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국회 개헌특위 설치에 찬성했고, 특위위원 14명까지 추천했다. 1월 3일 개헌특위는 구성을 완료했다. 대선 기간에 개헌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론도 아니다. 그런데 ‘개헌 문건’은 적극적인 개헌론자의 개헌특위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 나아가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이후 경제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개헌을 공약하더라도 집권 이후 지켜야 할지는 그때 가서 보자는 의미다.

    세 번째 원인은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 개헌의 완전 배제다. ‘개헌 문건’은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견해를 가진 의원을 국회 개헌특위에 다수 참여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당론으로 확정 지은 사안이 아니다. 당내에서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다.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은 이원집정부제에 찬성한다. 이들은 지방분권 강화도 함께 요구한다. ‘개헌 문건’은 문 전 대표만 주장하는 4년 중임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 개헌을 공약했다. 그리고 개헌 시점과 관련해서는 대선 때 공약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은 뒤 차기 정부 초반에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고 주장해왔다. 초반이 언제일까 애매했는데, 최근에는 집권 1년 이내라는 구체적 시한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정말 의지가 있는 것일까. 지난해 12월 29일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5주기 추모식에서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오히려 5년 임기도 짧다”고 말해 온갖 추측을 낳았다. 집권 1년 이내 개헌할 경우 임기 단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임기 단축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반대다.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기 단축은 다음 정부의 의미를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하기 위한 과도정부로 규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 정부는 결코 과도정부가 될 수 없다.”



    제3지대 괴멸 시도 

    여야 통틀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로 대선 본선에 나서 단독 집권을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역시 범야권 후보단일화라는 안전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녹록지 않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대표와 다시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데, 2012년 대선 때처럼 안 전 대표가 또 양보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뒤 정계은퇴의 길을 택했고 오랜 칩거 끝에 제3지대에 둥지를 튼 손학규 전 상임고문 역시 양보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두 사람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이들이 제3지대에서 규합하는 것만이라도 무산시켜야 한다. 양자구도에서 이들이 제3지대 또는 범여권 후보단일화 체제로 편입된다면, 이번에도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벌써 반기문-안철수-손학규를 중심으로 한 비문(비문재인) 또는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태동 중이다. 보수에서 중도, 심지어 일부 진보까지 포함할 수 있는 연대다. 이 연대는 무조건 무산시켜야 한다. 제3지대 자체를 괴멸로 몰고 가야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3자 이상 다자구도라도 만들어내야 승산이 높아진다.

    민주당은 최근 제3지대를 상대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다. 제3지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주요 대선주자에 대해서는 이른바 ‘모두 까기’ 전략을 실행 중이다. 반기문도, 안철수도, 손학규도 민주당, 특히 친문(친문재인)세력에게는 그저 비난의 대상일 뿐이다. 반 전 총장을 향한 공격 논리는 ‘무능’이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 성과가 별로 없었고, 그 결과 국제사회로부터 부정적 평가만 받았다는 주장이다. 안 전 대표에 대한 공격 논리는 ‘MB(이명박) 앞잡이론’이다. 최근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가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하고,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 연대설이 불거지면서 친문세력은 이 주장을 확산하려 하고 있다. 손 전 고문을 향한 공격 논리는 ‘철새 정치인론’이다. 최근 안희정 지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손 전 고문 비판에 나서고 있다. 동지가 어떻게 수시로 바뀌느냐며 아예 정계은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교란 또는 흡수 전략도 실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의당과 재통합 시도다. 문 전 대표는 새해 첫날 광주를 찾아 이렇게 언급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때 잠시 길이 엇갈렸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함께해야 할 관계라고 생각한다. 대선 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길 바란다.” 국민의당이 개혁보수신당과 연대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재통합을 추진함으로써 중도로 외연을 확대해보려는 시도다.



     단독 집권 달성 

    하지만 문 전 대표와 민주당 내 주류 친문세력이 꿈꾸는 것은 단독 집권이다. 1차 목표는 제3지대 괴멸, 그러니까 강력한 중도보수 정치 연대의 출현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선 본선을 3자 이상 다자구도로 치른다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2차 목표는 양자구도 하에서 신승이다. 제3지대가 이뤄지더라도 불완전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의당, 그중에서도 특히 호남 현역의원만 다시 불러들이면 성공이다. 지지율 하락세인 안 전 대표는 와도 좋고, 안 와도 관계없다. 안 전 대표는 호남 현역의원 없이는 외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톨이가 된 안 전 대표는 어디로 가든 더는 큰 변수가 아니다.

    정의당은 어차피 대선에서 변수가 아니었다. 총선에서는 정의당을 지지하던 이들도 대선에서는 사표 방지 차원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수정당이 분열해 개혁보수신당이 창당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은 더 없어졌다. 정의당은 5당 체제로 재편됐다고 강조하지만, 언론과 국민은 4당 체제로 인식할 뿐이다. 4개도 많은데 다섯 번째까지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대선주자를 본선에 내보내더라도 파괴력을 갖긴 어렵다.

    단독 집권은 어느 정당이나 꿈꾸는 바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는 이루기 힘든 꿈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대선 때는 통합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그래야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긴 하다. 하지만 문 전 대표와 민주당 친문세력의 판단은 다른 것 같다. 아니, 달라진 것 같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악화된 민심, 촛불집회의 뜨거웠던 열기, 무엇보다 역대 최저 5%까지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에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7년 집권 플랜  

    문 전 대표는 1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개헌 국민투표를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함께 실시하는 일정이다. 이번에 개헌한다면 차기 대선은 2020년 4월 총선과 동시에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차기 대통령 임기는 3년 2개월에 그친다. 기존 5년 임기에서 1년 10개월, 거의 2년이 줄어든 임기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개헌 약속을 지킨 대통령에게는 차기 대선 도전을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개정 헌법 부칙에 당해 대통령은 차기 1회에 한해 도전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넣는다면 개헌 당시 현직 대통령 임기는 최장 7년 2개월까지 늘어난다. 물론 대선에서 패배하면 3년 2개월 단임으로 끝나지만 말이다. 문 전 대표가 5년 임기도 짧다고 말한 데는 이런 계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표 친문계인 민주당 최인호 최고위원의 지적이 눈길을 끈다. 문 전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가진 1월 4일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이렇게 말했다. “3년짜리 임기 대통령은 3년의 바지사장에 불과하다. 레임덕으로 시작해 레임덕으로 끝날 것이다. 국가 대개혁은 실종될 것이다.”

    단독 집권 후 1년 이내 4년 중임제 개헌을 관철한다. 이로써 약속을 지킨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평가를 기반으로 차기 대선 출전권을 획득한다. 여세를 몰아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7년 2개월 동안 문재인 정권을 유지한다. 그사이 ‘이명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의 보수 일변도 정책을 원위치시킨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 친문세력은 바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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