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2017.01.04

월급쟁이 재테크

불확실한 미래 현명한 투자 전략

예·적금, 펀드 등 현금성 자산 비중 높이고, 중국 기업에 눈 돌려야

  •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입력2016-12-30 16: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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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부모와 살림을 합친 지인을 만났는데, 대뜸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좀 더 큰 집이 필요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봤지만 그새 대출금리가 너무 올랐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런데 그가 비싸다고 한 금리는 다른 은행보다 오히려 낮았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데다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도 아닌데 시중금리가 왜 올랐느냐며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금리 또한 ‘상품’이라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소위 ‘양적완화’를 통해 자금 공급을 늘려 억제해왔지만 그것이 오히려 가계부채를 악화하면서 더는 지속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가계부채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 2%대는 사라졌고 연 5%를 돌파한 상품까지 등장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던 금리인상 카드를 드디어 꺼내 들었다. 특히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해 ‘강(强)달러’ 현상과 맞물리면서 한국에 미칠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시대에 한국 직장인이 선택한 재테크 상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즉 아파트 청약 혹은 매입이었다. 물론 돈을 불리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전·월세 가격 상승에 맞선 불가피한 결과였지만, 어쨌든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상품’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대부분 상당한 액수의 대출까지 끌어안고 투자한 상황에 최근 대출금리 상승 및 미국 금리인상은 직장인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택 구매에 부정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한 주택 가격 상승은 과거 경험에서도 필연적인 후유증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금 보유’ 전략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현금 보유가 갑(甲)인 적이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바로 그렇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비록 그때와 원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과를 예측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에이티브·카피 기업에 관심 가져야

    첫째, 어쨌든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그렇다고 통장에만 현금을 넣어두라는 뜻은 아니다. 예·적금뿐 아니라 주식, 펀드 등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 위주로 자산을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거의 모든 자산이 부동산이거나 그것도 모자라 부채까지 있는 경우 앞으로 금리인상과 글로벌 변동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점쳐온 사람은 대부분 그 근거로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매도와 최근 몇 년 사이 분양시장에 쏟아진 과다공급을 첫 손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부동산이야말로 변동성 위험에 가장 취약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은 현금성 자산이나 금융자산에 비해 전환기시대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는 구체적인 방법은 각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간혹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테크란 이익의 최대화뿐 아니라 손해의 최소화도 포함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투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저금리시대 가장 주목받은 투자상품은 ‘배당주’ 혹은 ‘배당주펀드’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가 낮고 투자시장이 불안한 시대에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그런 종목이 대부분 대형 기업이라 심리적인 안정성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면 시중금리와 배당수익률의 차이가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로 배당 성향이 강한 국내 대형주에 투자하던 외국인의 이탈이 우려된다. 따라서 저금리시대 대안이던 배당주 위주의 투자 패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투자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장기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투자 기대수익률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자할 때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어서다. 따라서 금리인상은 투자상품을 선택할 때 기대 보상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는 중단되고 기업은 망할 것이며 자본시장은 붕괴된다. 자본주의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 비틀거릴 수는 있어도 넘어지기는 쉽지 않으며, 설령 넘어지더라도 얼른 다시 일으켜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결국 어떤 상품을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중요할 뿐 투자 자체를 멈춰서는 안 된다.

    선진국 투자의 경우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가치성장주에, 국내투자의 경우 ‘카피(copy)’ 기업에 관심을 가져보자. 구글, 월마트, 아마존 같은 기업이 크리에이티브한 가치성장주라면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애플의 카피 기업에 해당된다. 안타깝게도 지난 10여 년간 한국 기업은 글로벌시장을 선도하지 못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명단에 중국 기업은 있지만 한국 기업은 없다. 10년 전 세계 최고 IT 기반을 자랑하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금의 추락이 쉽게 납득되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크리에이티브한 벤처기업에 투자하길 원한다면 국내 코스닥보다 해외주식이나 해외펀드에 눈을 돌리는 게 낫다. 여러 기업이나 펀드에 분산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는 늘 옳다

    반면 국내투자는 카피 기업 혹은 세상이 뒤집어져도 여전히 유효한 기업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먹거리 관련 기업이다. 물론 해외투자에서도 식음료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코닥필름’과 ‘모토로라’는 망했지만 ‘코카콜라’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 역시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즉 식음료 기업 가운데서도 ‘1인 식사’ 관련 상품의 비중이 높은 기업이 미래가치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언제든 혼자 먹을 수 있는 짜장면과 햄버거는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 ‘정크푸드’라는 오명에도 맥도날드가 아직까지 건재한 이유다.

    중국은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와 ‘카피’ 기업이 혼재하는 유일한 나라다.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거품이 가득 낀 기업도 많다. 따라서 중국 역시 트럼프 시대의 배타적 경제전쟁을 비켜 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물이 빠진 다음에도 생존 가능한 기업의 성장세는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 압도적이다. 알리바바나 샤오미처럼 드넓은 시장과 넘치는 인구를 장악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 역시 중국 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제 투자 방법을 얘기해자. 장기투자의 장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나, 특히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장기투자가 더욱 빛을 발한다. ‘내일도 모르는 마당에 웬 장기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일이 불확실할수록 장기투자가 중요하다. 실제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투자를 이어온 사람의 수익률은 월등하다. 다만 종목 선택의 문제는 남는다. 따라서 가능하면 우량주에, 그것도 한 종목에 ‘몰빵’하기보다 여러 기업에 분산하거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불확실성의 시대, 직장인 재테크를 위한 세 번째 조언은 ‘파트너십(partnership)’ 구축이다. 재테크와 관련해 길을 묻고 의논할 수 있는 전문가가 곁에 있다면 심리적 안정은 물론,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직장인이 이 부분에 취약한데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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