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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대한불안의학회 공동기획 563호 특별부록

스트레스 대한민국 “나 떨고 있니?”

불안장애 자가진단 & 극복 가이드

스트레스 대한민국 “나 떨고 있니?”

스트레스 대한민국 “나 떨고 있니?”

공황장애 환자들에게서는 광장공포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 불쑥 찾아오는 ‘공황장애’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극심한 불안발작과 이에 동반하는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공황장애에서 발생하는 불안발작은 매우 심해서 거의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유발하는데, 이를 공황발작(panic attacks)이라고 한다.

모든 불안장애 환자들이 불안증상을 호소하지만, 공황장애 환자들이 보이는 불안증상은 그중 가장 심하고, 갑자기 나타났다가 빠르게 소실되는 특성이 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불안발작 외에도 흔히 혈압 상승, 심장이 빨리 뜀, 온몸이 떨림, 호흡이 빨라짐, 숨쉬기 힘듦,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메스꺼움, 발한, 질식감, 손발의 이상감각, 머리가 멍함,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나 실제로 잠깐 실신하는 것과 같은 신체증상을 보일 수 있다.

공황장애는 이처럼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오진되기 쉽다. 흔히 심근경색이나 히스테리 증상, 심지어는 간질로 오인되기도 한다. 많은 환자들은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몹시 당황하고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하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응급실에 도착한 뒤 잠시 안정만 취하면 1~2시간 만에 저절로 증상이 호전된다.

공황장애는 광장공포증이 동반하는 경우와 동반하지 않는 경우로 나뉜다. 광장공포증이란 백화점이나 지하철역처럼 사람들이 북적대는 장소에만 가면 심한 불안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공황장애가 없이 광장공포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황장애 증상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역사는 매우 길지만, 이 병이 독립적인 질환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 이후부터다. 따라서 임상 의사들이 이 질병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질병의 특성상 일상생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최근엔 임상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질병의 특성 및 임상 양상

평생 동안 공황장애가 한 번 이상 발생할 가능성은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3.5% 내외로 알려져 있다. 동양의 경우 이 비율이 다소 낮아 한국인에서는 약 1.7%라고 보고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률이 2~3배 높으며 발병 시기는 아무 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공황장애 환자들은 다른 정신과적 질병을 함께 갖고 있다. 함께 발병하기 쉬운 질환으로는 우울증, 범불안장애나 사회공포증 같은 불안장애, 인격장애, 신체형 장애, 습관성 물질 관련 장애 등이다.

공황발작의 첫 증상은 특별한 유발요인 없이 저절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육체적 과로나 과음,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난 후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공황발작은 10분 이내에 급격한 불안과 동반되는 신체증상이 정점에 이르는데, 20~30분 지속되다 저절로 사라진다.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며, 증상의 빈도도 하루에 여러 번 나타나거나 1년에 몇 차례만 나타날 수도 있어 환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증상과 다음 증상 사이에는 앞으로 다시 나타날 불안발작에 대한 예기불안이 동반되기 쉽다. 발작 중에 이인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평소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알코올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은 공황발작이 있을 때 응급실을 찾으며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각종 임상검사를 받지만, 일시적인 혈압 상승이나 과호흡 증상 외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곤 한다.

진단 및 감별진단

공황장애는 심한 불안발작(공황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각종 신체증상, 예기불안을 특징으로 한다. 공황발작이라는 진단이 나려면 아래 표에 열거된 13가지 증상 가운데 적어도 4개 이상이 갑자기 발생해서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러야 한다. 하지만 공황발작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최소한 한 번 이상 공황발작과 더불어 한 달 이내에 또 다른 발작이 올까봐 계속 염려하거나, 아니면 발작이나 그 결과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거나 미쳐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증상이 나타나야 비로소 공황장애라고 진단한다.

공황발작을 진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증상

1. 심계항진,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림, 빈맥2. 발한3.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림4.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5. 숨 막히는 느낌6. 흉통 또는 가슴의 불쾌감7. 메스꺼움 또는 복부 불편감8. 어지럽거나 불안정함. 또는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음9. 이인증 또는 비현실감10.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11. 죽을 것 같은 공포감12. 감각과민(감각이 둔해지거나 따끔거리는 느낌)13. 춥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공황장애와 감별해야 할 질환은 크게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신체질환으로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이다. 그 밖에도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나 부갑상샘 기능항진증, 간질, 갈색종, 전정신경질환, 저혈당증, 심실상성 빈맥 등이 있다. 그리고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정신분열병, 이인증, 신체형 장애, 경계성 인격장애, 적응장애 등을 들 수 있다.

경과 및 예후

스트레스 대한민국 “나 떨고 있니?”

퇴원 전 의사와 상담하고 있는 공항장애 환자.

공황장애는 일반적으로 만성적인 질병으로, 자연히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30~40%는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고, 약 50%는 증상이 남아 있더라도 가벼워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10~20%만 심각한 증상이 계속 남아 있다.

공황장애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약물치료는 1년 정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은 일반적으로 좋은 편이나 단기간에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높다. 심리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효과도 좋은 편이다.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역시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PTSD의 3가지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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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는 수많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양산했다.

‘정신적 외상’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만 외상 반응을 보인다. 증상이 출현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의 경우 PTSD가 발병해 사회생활 및 기능에 많은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거에는 통상적인 상황에선 겪기 어려운 끔찍한 일만 ‘정신적 외상’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엔 자신으로선 어쩔 수 없는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거나 매우 심한 공포를 겪게 한 사건이라면, 설사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목격만 했다 하더라도 ‘외상적 사건’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본다. 따라서 PTSD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매우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서는 그리 외상적 사건이 아닌 것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을 목격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흔한 외상적 사건은 자연재해, 인위적 사고, 상해, 범죄, 전쟁 피해, 성범죄, 폭행 등이지만 그 밖에 외상적 사건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현대의 정신의학적 정의에 따르면 PTSD의 평생 유병률은 남자의 경우 약 5%, 여자는 약 1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평균 인구의 약 8%에서 존재하는 흔한 질환인 셈이다.

이러한 외상적 사건과 관련해 PTSD의 전형적인 3가지 범주의 증상, 즉 외상 사건의 재경험, 외상 사건의 회피 및 감정의 둔화, 과도 각성 등의 증상이 있을 때 PTSD로 진단할 수 있다. 재경험은 PTSD의 가장 핵심적인 양상의 하나로, 의식 속으로 반복적으로 끼어드는 외상 사건에 대한 두려운 반복 경험을 말한다. 이러한 재경험은 생각이나 영상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쟁에 참가했던 재향군인에게 전투 장면이 자꾸 떠오르고 마치 자신이 전쟁터에 있는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또는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 끊이지 않고 떠오르는 것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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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회피 및 감정적 둔화는 침습적 사고로 인한 재경험이 매우 불쾌해 외상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절박한 노력을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외상적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를 상기시킬 수 있는 활동이나 장소, 사람, 물건 등과 접하는 것을 피한다. 회피가 극심한 경우엔 고통스러운 기간에 대해 완전히 기억을 상실하는 경우까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차를 잘 타지 않으려 하는 것, 강간당한 여성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피하는 것 같은 현상이다.

세 번째는 대부분의 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각성되어 잘 놀라고, 긴장상태가 높으며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수면장애, 경련, 악몽, 초조, 분노 폭발, 참을성 부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울러 집중이나 기억 곤란, 과도경계, 과잉보호 혹은 과잉통제, 겁에 질림, 사소한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 등도 흔히 나타난다.

PTSD는 공존 질환이 많은 것이 특징으로 주로 우울증, 약물이나 술의 남용, 다른 불안장애 등과 같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환자들은 외상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므로 통상적인 진료 상황에서는 미처 PTSD를 파악하지 못하고 현저하게 겉으로 나타나는 공존 질환으로만 진단하기도 한다.

PTSD 환자들은 신체적 병이 많고, 전반적인 건강 수준이나 복지 및 고용 수준 등도 낮다. 활력, 감정적 역할, 사회적 기능 또한 낮고 대인관계, 일상활동, 직무수행 등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삶의 질 자체가 낮다.

PTSD 발병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줄 수 있다. 크게 나누어보면 첫째, 외상적 사건 이전 요인으로 이전의 외상 과거력, PTSD의 과거력,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과거력, 공존하는 성격장애, 부모와의 애정관계 이상 등이다. 둘째, 외상적 사건 자체의 요인으로는 외상 사건의 양태와 강도를 들 수 있다. 셋째, 외상후 요인으로는 사회적 지지망의 기능과 형태, 경제적 자원, 부가적인 기타 스트레스 원인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심리사회적 요인 외에도 스트레스에 의한 두뇌 내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내분비적 변화, 변연계의 과잉활동 및 전전두엽 등 두뇌피질 기능 저하 등이 특징적으로 알려졌다.

약물과 정신요법으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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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가을로’의 한 장면.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요법과 정신요법으로 나뉜다. 약물요법으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약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제(SNRI)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항우울제 계통, 전통적 약물인 삼환계 항우울제(TCA) 및 단가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AOI) 등도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기분안정제, 항아드레날린성 약물,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등도 일부 증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요법으로는 전통적으로 최면치료, 정신분석치료 등이 사용돼왔으나 현시점에서 가장 활발히 쓰이는 치료법은 인지행동치료다. 폭로, 인지 재구조화, 불안관리 프로그램, 복합치료 프로그램 등이 흔히 사용되는데 특히 지속 폭로, 스트레스 점입 훈련, 인지처리치료 등이 PTSD의 증상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또한 안구운동 탈감작화 및 재처리(EMDR)라는 기법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PTSD는 생각보다 흔히 발생하며, 미처 알아내지 못해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는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정호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한편 공황장애 환자 중 절반 정도가 우울증을 보이며, 약 20%에서는 알코올 의존증이 함께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 환자들의 자살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발병기간이 짧을수록, 발병 전의 사회적응 능력이 좋을수록 질병의 예후도 좋다.

유범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2. 매사 안절부절못하는 ‘범불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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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안장애 환자는 걱정과 근심을 달고 산다.

결혼 5년차 주부 K(32)씨는 5세 된 아들이 유치원에 다녀올 때 납치되지는 않을까, 교통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은행원인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당해 실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늘 한다. 특히 TV에서 각종 사고나 사건 관련 보도가 나오면 그런 일이 자신의 가정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이렇듯 모든 일에 근심이 많아 가족과 친구들이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하지만 걱정하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이웃과 사소한 대화를 하고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걱정한다. 자신이 집안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속상해하고 애들을 잘 돌보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등 A씨의 걱정과 근심의 주제는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이처럼 범불안장애에서 관찰되는 불안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것이 특징이다. 즉 어떤 상황에 놓이든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기 힘들고 항상 불안해하며,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 장애의 전반적, 지속적, 만성적인 불안감은 공황장애에서 보이는 급격하고 강렬하며 곧 숨이 멎을 것 같은 불안과 대비된다. 또한 사회공포증이나 특정 공포증에서 관찰되는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직면해야만 생기는 불안증상과도 다르다.

범불안장애는 일반 인구의 3.6~10.5%까지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의 통계를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1.5~2배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반 인구의 3.6%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상 불안, 힘겨운 일상생활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모든 일에 걱정과 근심이 지나치고 낙관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흔히 20대 초반에 시작된다. 부수 증상으로 안절부절못함, 운동성 긴장, 피로감 등이 있다. 진행은 만성적이며 가족력에다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알코올 남용 등의 기왕력이 흔히 발견된다.

환자의 3분의 1 정도만이 정신과 의사를 찾으며 대부분 신체증상 치료를 위해 심장내과 또는 호흡기내과를 찾기 때문에 증상이 만성화하거나 고착되기 쉽다. 범불안장애와 동반되는 정신질환을 살펴보면 사회공포증이 29%로 가장 많고 감정부전장애 18%, 공황장애 18%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주요 우울장애는 11%, 특정 공포증 6%, 강박장애는 3% 정도 동반된다. 흔히 동반되는 인격장애는 의존성 인격장애와 회피성 인격장애다.

또한 범불안장애 환자는 불신과 분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2005년 필자 등이 한국에서의 범불안장애와 동반되는 질병을 조사 발표한 연구를 보면 범불안장애 단독 발생이 44.6%, 우울증이 함께 생기는 경우가 32.1%, 공황장애 10.7%, 사회공포 5.3%,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1.7%, 강박장애 1.7%, 우울증과 공황장애 동반이 1.7%, 우울증과 공포증 동반이 1.7% 순이었다.

그 외 국내 연구들을 살펴보면 남에게 잘 보이려는 경향이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경우보다 범불안장애 환자군에서 훨씬 높았으며, 임상 증상으로 감별이 어려우나 범불안장애에서는 근육 긴장, 각성의 증상이 공황장애보다 흔했고, 공황장애 환자에서는 자율신경 과활성이 범불안장애 환자의 경우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공황장애 환자에서 호흡곤란, 어지러움, 죽음에 대한 공포도 범불안장애 환자의 경우보다 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환경요인이 발병의 한 요인

범불안장애의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 환경요인과 생활 사건 등이 특정 유전인자에 작용해 개인별로 범불안장애, 혼합불안우울장애, 우울증 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림 참조). 따라서 같은 사회적·환경적 자극을 받더라도 개인에 따라 어떤 사람은 범불안장애로 나타나고, 어떤 사람은 우울증으로 표출되며, 또 어떤 사람은 그 중간 정도인 혼합불안우울장애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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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불안장애 진단기준

A. 여러 사건이나 활동(작업 또는 학교 성적)에 대한 지나친 불안과 걱정(염려스러운 예견)이 적어도 6개월 넘게, 최소한 한 번에 며칠 이상 일어난다.B. 개인은 걱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C. 불안과 걱정은 다음 6가지 증상(증상들이 적어도 며칠 이상, 지난 6개월 이내에 존재해야 한다) 가운데 3가지(또는 그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소아에서는 오직 한 가지 증상만 요구된다).(1) 안절부절못함, 또는 긴장이 고조되거나 가장자리에 선 느낌(2) 쉽게 피로해짐(3) 집중 곤란 또는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4) 과민한 기분상태(5) 근육긴장(6) 수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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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안장애에 인격장애가 동반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범불안장애의 치료에서 특히 고려해야 할 사항은 동반 질환의 유무와 만성화 정도, 발병 연령, 증상 시작 후 병원 방문 시점까지의 기간 등이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동반 질환이 존재할 경우 이에 대한 치료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 또한 발병 초기에는 인지행동치료나 이완요법, 소량의 약물치료 등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증상이 만성적인 경과를 보일 경우 이러한 치료방법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기회는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발병 연령이 낮을수록, 증상 시작 후 병원 방문까지의 기간이 짧을수록 약물치료보다는 인지행동치료, 이완요법 등을 더 많이 고려할 수 있다.

흔히 고려되는 치료방법은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누어볼 수 있다. 비약물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 이완요법, 바이오 피드백 등이 있다. 정신약물학적 치료로는 과거에 진정제 위주의 항불안제(벤조디아제핀 등)를 주로 처방했는데, 최근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를 근간으로 하는 처방이 주를 이룬다. SSRI나 SNRI는 남용이나 습관성 위험이 적어 더욱 선호된다.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투약기간은 증상 호전 후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추천되고 있으며, 이 기간 이전에 약물을 중단할 경우 재발 위험이 높다. 증상에 따른 치료방법을 보면 걱정(worry)이 주요 증상인 경우 인지치료가 선호되며, 불안(anxiety)이 주요 증상인 경우 약물치료가 선호된다. 긴장(tension)이 주증상일 때는 행동이완치료나 약물치료가 선호된다. 또한 약물을 복용하는 도중 증상의 재발을 억제하는 데 인지행동치료나 이완요법을 시행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에게서 좋은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로는 최근에 발병한 경우, 치료가 빠르게 이뤄진 경우, 이전 치료에 반응이 좋은 경우, 치료에 순응도가 높은 경우, 치료 결과에 현실적인 기대를 할 수 있는 경우, 좋은 자아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 결혼생활이 안정된 경우 등이다. 치료 예후가 나쁜 경우는 동반된 인격장애가 있을 때다.

이승환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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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포증 환자의 불안 대상은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이나 대인관계다.

3. 대인관계 두려운 ‘사회공포증’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은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라고도 하는데, 여러 사회적 상황 및 대인관계를 두려워하여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즉,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혹 실수나 하지 않을까 또는 당황하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이런 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매우 심각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25세 여성 환자가 목소리가 떨린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환자는 어려서부터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중학교 시절 반에서 책을 읽다가 목소리가 떨린 일이 있었는데, 이후 발표를 하거나 남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가 떨릴까 두려워 제대로 나설 수 없다고 했다. 환자는 매우 꼼꼼하여 실수하는 일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한 성격이었다. 환자는 이런 증상 때문에 면접을 볼 수 없어 취업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체 인구 2~5%가 경험

사회공포증은 전체 인구의 2~5%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서양의 한 연구에서는 13~15%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한 불안장애 중 하나다. 한국, 일본 등 동양에도 문화적 특성상 환자 수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까지의 역학 연구에서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어느 연령에서든 발병할 수 있다.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실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남자가 더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상황은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하기, 대화하기, 남들 앞에서 글씨 쓰기, 남들과 식사하기, 공중화장실 사용하기 등이다. 이 밖에도 데이트, 상사와의 대화, 모임 참석 등을 두려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불안과 함께 신체증상을 경험한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얼굴 붉어짐, 손이나 몸 떨림, 목소리 떨림, 경직된 표정, 어색한 시선 등이다.

증상이 한두 상황에서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비일반형 사회공포증이라 하고, 거의 모든 상황에서 나타나면 일반형 사회공포증이라고 한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자신의 증상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확신하는 이른바 가해형 환자들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시선이나 표정이 어색하고 때로는 자신에게서 나쁜 냄새가 나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는 죄책감을 갖게 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사회공포증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인 것과 심리·사회적인 것으로 나뉜다. 전자는 대뇌의 편도에 문제가 있거나 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이상 등의 이유로 알려져 있으며, 유전 가능성을 보고하는 연구들도 있다. 심리·사회적 측면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 등으로 사회적 기술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거나,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어린 시절 주변으로부터 받은 놀림 혹은 창피를 당한 경험이 큰 충격으로 남은 경우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회공포증으로 인한 고통은 다른 정신장애와 함께 나타나기 쉬운데, 우울증·공황장애·강박장애·알코올 또는 약물중독 등이 흔히 동반된다. 이 경우 대부분 사회공포증이 먼저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공포증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공포증의 진단은 자세한 문진과 몇 가지 신경정신과적 검사 등을 통해 가능하다.

- 사회공포증의 역학임상 양상 진단기준

A.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사회적 상황이나 활동 상황에 대한 현저하고 지속적인 두려움, 즉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주시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수치스럽거나 당혹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할까봐(또는 불안증상을 보일까봐) 두려워한다(소아에서는 친한 사람들과 연령에 맞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입증돼야 하며, 불안은 성인과의 상호관계뿐 아니라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일어나야 한다).B. 두려운 사회적 상황에 노출될 때 예외 없이 불안을 일으키며 이는 상황과 관계가 있거나 상황이 소인이 되는 공황발작으로 나타난다(소아에서의 불안은 울음, 냉담 또는 낯선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회피 등으로 표현된다). C. 공포가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임을 인식한다(소아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결여되어 있다). D. 공포스러운 사회적 상황이나 활동 상황을 회피하려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강한 불안과 고통을 경험한다.E. 공포스러운 사회적 상황 또는 활동 상황에 대한 회피, 예기불안, 이로 인한 고통이 정상적인 일상생활, 직업적(학업적) 기능 또는 사회적 활동이나 관계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거나 공포로 인해 심하게 고통받는다.F. 18세 이하에서는 기간이 6개월 이상 되어야 한다.G. 공포나 회피는 물질(예컨대 약물 남용 등)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며 다른 정신장애(광장공포증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공황장애, 분리불안장애, 신체변형장애, 광범위성 발달장애, 분열성 인격장애)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H. 만약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나 다른 정신장애가 존재한다면 진단기준 A에서의 공포는 이들과 연관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두려움은 말더듬이나 파킨슨병에서의 떨림,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신경성 폭식증에서의 비정상적 섭식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흔히 발병

사회공포증은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흔히 발병하여 공부를 방해하고 친구 사귀기를 어렵게 하며, 사회생활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하는 등 사회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결혼도 늦게 하게 되며 실제 직업을 갖는 비율도 보통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 대한민국 “나 떨고 있니?”

사회공포증은 사춘기에 흔히 발병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병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히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병이라는 사실을 아는 경우에도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신과에서 치료받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이차적인 정신과적 합병증과 사회기능의 저하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오강섭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4. 쓸데없는 걱정 ‘강박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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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사진)는 주인공 멜빈의 강박장애를 잘 그려낸 영화다.

26세 여성 A씨는 TV 뉴스에서 에이즈 관련 보도를 들은 뒤 버스나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기가 두려워졌다. 혹시 바이러스가 손에 묻어 병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것과 손잡이를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A씨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 A씨는 다른 사람들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모든 사물에 손대는 것을 꺼리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어떤 물건을 만진 경우엔 얼른 손을 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소독하듯 손을 세척한다. A씨의 머릿속은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혹시나 감염 경로가 될 만한 접촉이 있었는지를 따져보는 일로 가득 차게 됐다. 이 같은 결벽증은 비교적 흔한 강박장애의 하나다.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특징적인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강박사고(obsession)란 현재의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으며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불안하고 찜찜하게 하는 생각이나 장면, 소리 등을 일컫는다. 흔히 ‘쓸데없는 걱정’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A씨의 예에서는 ‘혹 질병에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강박사고-불안-강박행동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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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고는 사람을 불안하게 해 당장 그것을 떨쳐내고 싶은 강한 욕구를 일으킨다. 그 욕구에 따라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하게 되는 행위가 바로 강박행동(compulsion)이다. 다시 A씨의 예를 보면,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당장 손을 씻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불안을 일으킨다. 따라서 ‘소독하듯 손을 씻는’ 강박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강박행동은 당장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강박행동을 통해 얻은 안정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곧이어 또 다른 걱정이 뒤따르기 일쑤이며, 이는 다시 강박행동을 부추기고 반복되는 강박행동은 강박사고-불안-강박행동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점차 심화시킨다. 예를 들면, 한 번 손을 씻은 것만으로는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복해야 한다든지, 정해놓은 순서대로 손을 씻어야만 안심이 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강박행동은 점차 복잡한 형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주인공 멜빈(잭 니콜슨 분)의 강박증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멜빈은 새 비누의 포장을 벗겨 셋을 세면서 손에 비누칠을 한 뒤 그것을 버림으로써 모두 세 개의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는다. 복잡한 일련의 의례적 행위가 되어버린 강박행동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멜빈의 오염에 대한 공포는 외부세계와 접촉할 때 장갑을 끼게 하고, 식당에서 빌려주는 넥타이를 사용하는 대신 아무도 사용한 적 없는 새 넥타이를 급히 구입해야 하는 절박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한 뒤뚱거림을 비롯해 일상에서의 그의 모든 행위는 오로지 더러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청결에 대한 그의 집착을 잘 보여준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강박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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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상(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르며, 환자마다 경험하는 종류가 다르다. 결벽증 외에도 비교적 흔히 경험되는 강박증상은 다음과 같다.- 가스불이 꺼졌는지, 문단속이 됐는지 수차례 확인했음에도 혹시나 잘못 확인한 게 아닐까 걱정하며 또다시 확인해야 한다. - 보도블록의 금을 밟으면 내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에 시달리며 금을 밟지 않으려 애쓴다. - 과거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기억해내지 못하면 불안해서 수시로 과거의 사건을 세세히 떠올린다.-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끊임없이 작성해야 한다. - 칼 같은 날카로운 것만 보면 누군가를 찌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진다. - 내가 좋아하는 숫자만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마음이 편하다. -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반복해서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또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강박장애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강박사고는 오염에 대한 공포, 자신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해가 입혀질 것 같은 걱정, 몸의 어딘가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걱정, 물건이 정리정돈돼 있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걱정 등이다. 이러한 강박사고는 흔히 반복해서 씻는 행동, 물건이 제자리에 잘 있는지 또는 가스불이나 문단속이 잘 됐는지 등을 반복 확인하는 행동, 물건의 줄을 일렬로 혹은 크기 순서대로 맞춰 정리하는 행동 등의 강박행동을 일으킨다(그림1 참조). 대부분의 강박장애 환자들은 한 가지가 아닌, 몇 가지 이상의 여러 가지 증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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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비합리적인 엉뚱한 걱정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강박장애는 아니다. 정상적으로 경험되는 경우엔 강박행동이 유발되지 않고 이성적 생각을 통해 불안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이성적으로 조절되지 않고, 이로 인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고민하거나 강박행동으로 낭비한다면, 그리고 이런 걱정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강박장애는 전 인구의 2~4%에서 발견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첫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남녀가 조금 다르다. 남성의 경우 10대에 많이 생기고, 여성은 10대와 20대 후반에 많이 생긴다(그림2 참조). 남자는 천천히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급성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발병 연령이 늦은 데는 임신과 출산의 위험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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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강박증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강박장애가 발병하기 전에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스트레스가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니다. 강박장애의 원인은 뇌기능의 이상에 있다. 그림 3은 강박장애에서의 뇌 이상 부위를 붉게 표시하고 있다. 전두엽의 일부인 안와전두피질은 감정정보를 처리하는 최고 중추이며, 기저핵은 전달돼 오는 다양한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만 선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기저핵에서 선별된 정보는 시상을 통해 다시 뇌의 다른 부위로 전달되어 행동을 이끌어낸다. 강박장애에서는 이 안와전두-기저핵-시상의 신경전달로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활동을 나타낸다. 이는 불필요한 불안한 생각이 발생되어 잘 걸러지지 않고 머릿속에 떠올라 강박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치료하면 이러한 뇌 이상이 정상화된다.

강박장애는 다른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깊다. 강박장애 환자의 약 3분의 1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겪는다. 건강염려증, 섭식장애, 신체이형성장애 등과 같은 신체적 문제를 경험하는 정신질환이 잘 나타날 수 있고 병적인 도박, 병적인 머리 뽑기, 강박적인 자해 같은 충동적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남자의 경우 틱 증상이 동반된 경우도 자주 있다.

처음으로 강박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는 대부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년이 지나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화되고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아주 심한 경우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강박증상에 낭비하므로 가정적,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다른 정신질환과도 깊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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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장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다. 1980년대 이후 강박증상에 효과적인 약물이 다수 개발됐고 강박장애의 치료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강박증상에 효과적인 약물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계에 작용하는 약물로 플루옥세틴, 서트랄린, 파록세틴, 플루복사민, 에스시탈로프람 등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다른 불안장애와 달리, 강박장애의 치료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약물치료 시작 후 수개월이 지나 증상이 서서히 개선되기 시작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짧은 시간에 낫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기 위해서는 1~2년간 꾸준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강박증상으로 인해 야기된 불안을 건강한 방식으로 다루고 강박행동을 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신치료의 일종이다. 비정상적으로 지나친 걱정, 자신의 강박행동이 재앙을 막을 것이라는 미신적 신념, 감각에 대한 불확신, 완벽주의적 성향 등 잘못된 생각을 합리적 생각으로 교정하고, 강박사고가 유발하는 불안에 대해 강박행동이 아닌 건강한 대처 방식을 훈련하게 된다. 일부 강박증상은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로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난치성 강박증상은 뇌를 직접 자극하는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치료, 전기경련요법 등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하태현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5. 충격과 공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베트남전쟁에 참가했다 돌아온 후 매일 술에 절어 지내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퇴역군인,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때 간신히 살아났지만 그 후 지하철은커녕 버스도 타지 못하는 청년,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사람, 결혼 이후 남편의 심한 폭력을 견디며 살아온 주부,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중년 남자, 끔찍한 재난 현장에서 영웅적으로 여러 사람을 구했지만 참혹한 상황을 자주 봐야 했던 119 구급대원, 교통사고를 당한 뒤 차를 탈 수 없게 된 회사원, 강간을 당한 뒤 남자만 보면 떨리고 무서워하는 여성,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시청한 어린이….

서로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하 PTSD)’다. 본디 영어 ‘trauma’를 외상(外傷)으로 번역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외상을 입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병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이유로 ‘외상후’가 아니라 ‘충격후 스트레스장애’로 지칭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강한 심리적 충격을 받은 뒤 그 체험이 기억 속에 남아 정신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주는 후유증을 나타내면 이를 ‘정신적 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정신생리적 반응을 ‘외상 반응’이라고 한다.



주간동아 2006.12.05 563호 (p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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