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9

2006.08.22

얼음공주, 결혼도 좋지만….

  •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입력2006-08-16 18:3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얼음공주, 결혼도 좋지만….
    ‘얼음공주’ 노현정 KBS 아나운서가 현대가(家)의 며느리가 된다. 노 아나운서는 8월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대선 씨와 화촉을 밝힌다. 예비 신랑인 정 씨는 정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 미국 버클리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현대ㆍ기아차그룹 계열사인 BNG스틸에서 경영 수업을 쌓다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엘리트 청년이다.

    노 아나운서와 정 씨는 6월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7월 말 노 아나운서의 휴가 기간 중 일본에서 상견례를 한 뒤 결혼 날짜를 잡았다. 노 아나운서는 8일 KBS 아나운서실에 결혼 소식을 전하고 휴직 의사를 내비쳤다. 결혼과 함께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 유학 중인 정 씨와 미국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넌지시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방송계를 떠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아나운서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로 8일 KBS는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노 아나운서는 현재 ‘뉴스광장’, ‘新 TV는 사랑을 싣고’, ‘상상플러스’, ‘스타 골든벨’, ‘노벨의 식탁’ 등 5개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터라 그의 결혼으로 프로그램 제작진이 큰 짐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결혼에 대한 언질을 전혀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진은 8일 하루 종일 대책 마련에 부심해야 했다. 사실상 진행자 교체를 염두에 두고 후임 MC 물색 및 녹화 스케줄 조정 등에 대한 회의가 이어졌다.

    노 아나운서가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다는 사실은 방송가는 물론 국민적인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결혼 소식이 알려진 8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노 아나운서와 정 씨에 관한 글들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누리꾼(네티즌)의 반응은 ‘행복한 결혼을 축하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너무 빨리 결혼해 방송 활동을 중단하는 데 대한 아쉬움의 의견도 자주 눈에 띄었다.

    재벌가에 시집가는 일을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줄어든 것은 누리꾼 문화가 많이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노 아나운서가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로 누리꾼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기에 가능한 일로 분석된다.



    사실 여자 아나운서가 재벌가 자제 등 재력가와 결혼할 때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방송을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꿔온 것이 좋은 가문에 시집가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로 장은영, 한성주, 최원정, 최윤영 등 상당수의 인기 아나운서들이 재벌가 자제 또는 재력가와 결혼해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다소 편향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은 인연이 닿아야 가능한 인륜지대사이고, 당사자들만의 결합이 아닌 가족의 결합이니만큼 그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 아나운서의 결혼 소식이 알려진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 아나운서는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사는 인기인이고, 그 점이 결혼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출연 중인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배려는 다소 부족했다. 향후 제작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팬들을 비롯한 KBS 관계자들이 노 아나운서의 행복한 미래를 축복하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