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06.08.01

폐업 직전 종합병원의 연쇄 사건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7-31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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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 직전 종합병원의 연쇄 사건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이 차기작 ‘코마’를 들고 ‘안방’ 문을 두드렸다. TV 영화(극장 개봉이 아닌 TV 방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 ‘코마’는 폐업 직전의 종합병원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다룬 5부작 시리즈다. 공 감독은 총감독으로서 시리즈 전체를 총괄하는 한편, 1·5편에서는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공 감독은 2, 3, 4편의 감독 선정에도 참여했다. 그가 눈여겨본 이들은 단편영화에서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 재능을 보인 감독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뽑힌 이들이 바로 유준석(2편 ‘틈’), 조규옥(3편 ‘목걸이’), 김정구(4편 ‘붉을 홍’) 감독이다.

    ‘알포인트’로 충무로의 큰 기대를 받았던 공 감독이 차기작으로 TV 영화를 고른 것은 다소 의외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 감독은 “영화판에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능숙한 감독도 있지만, 나는 스토리텔러로 시작한 사람”이라며 “5부작 이야기를 긴밀하게 풀어나가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코마’는 5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 호러 퍼즐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2004년 봉만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TV 영화 ‘동상이몽’을 보는 것 같다.

    극의 배경은 잦은 의료사고로 폐업 위기에 놓인 종합병원이다. 겉보기에도 으스스한 이곳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입원 중이던 소녀가 사라진 것. 목격자도 단서도 찾지 못한 병원 측은 이 사실을 은폐했고,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결국 문을 닫기로 결정한 원장은 병원에 최후까지 남겨진 코마 환자 소희의 이송을 두고 담당의 장서원(이정헌), 간호사 간수진(면지연)과 의견 대립을 한다. 이때 보험회사 직원 윤영(이세은)과 소희의 유일한 보호자 홍아(이영진), 10년 전 소녀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최형사(임원희)가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10년째 봉인됐던 수술실이 열리며 미스터리한 연쇄 사건이 일어난다.

    ‘코마’는 한국 공포영화의 관습을 모조리 차용하고 있지만 최근 개봉한(을 앞두고 있는) 공포영화 중 단연 돋보인다. 소녀의 몸에서 솟구치는 피, 엘리베이터 사이에 껴 날아가는 목, 피 묻은 메스가 오가는 섬뜩한 수술 장면 등이 영화보다 까다로운 TV 심의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OCN과 시오필름이 공동 제작한 ‘코마’는 그러나 ‘TV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여타의 상업영화와 같은 퀄리티를 보여주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OCN의 목적은 ‘코마’의 현재적 성공에 있지 않았다. OCN은 처음부터 ‘코마’를 “현재의 수익을 바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향후 한국 케이블TV가 뛰어들어야 할 자체 콘텐츠 전쟁에서 포석을 쌓는다는 의미로 제작했다”고 밝혀왔다. 그래서일까. 7월21일 첫 에피소드를 방송한 ‘코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부디 ‘코마’가 외국 시리즈를 사오기에 급급한 국내 케이블TV 시장에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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