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3

2006.07.11

女봐라! 그녀들의 불꽃같은 삶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6-07-06 16:2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女봐라! 그녀들의 불꽃같은 삶
    막달라 마리아, 에비타 페론, 이사도라 덩컨, 그레타 가르보, 잉그리드 버그먼, 펄 S. 벅, 마릴린 먼로…. 낯익은 이름들이다. 그리고 모두 ‘불멸의 여성 100’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멜리나 메르쿠리, 헬레네 바이겔, 이네스 아르망, 그라치아 델레다, 베라 피그네르 등의 이름은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불멸의 여성들인데도 말이다.

    남녀평등 시대라고 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지금 수준에 이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여성의 대학 입학을 허락한 것만 보아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오래도록 지속됐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여성들이 19세기 말부터 교육과 직업의 기회,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해 본격 투쟁했고, 이런 노력들이 서서히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책 속의 100명 가운데에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세기 전환기의 여성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책은 문학, 미술, 무용, 음악, 정치, 혁명, 종교, 모험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훌륭한 여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운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 여성 스파이의 대명사 마타 하리와 같이 화제의 여성들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베라 피그네르(1852~1942)를 불굴의 투쟁가라고 이름 붙였다. 피그네르는 1800년대 말 러시아 지하혁명조직을 이끌었던 인물로 1881년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암살을 주도했다. 이 사건으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종신형으로 감형됐고, 20년 수감 생활을 거쳐 석방됐다. 그 후 그녀는 정치포로를 위한 활동과 회고록 집필로 여생을 보냈다.

    루크레치아 보르자(1480~1519)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최대의 스캔들 메이커였다. 그러나 그녀 탓은 아니다. 악명 높은 교황 알렉산드르 6세가 바로 그녀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교황은 자신의 정치놀음에 루크레치아를 이용했다. 세도가들과의 정략결혼만 세 차례. 그녀가 세 번째 결혼 할 때의 나이는 불과 스물두 살이었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알아도 파니 헨젤(1805~1847)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헨젤은 멘델스존의 누이로 동생보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사회적 관습을 이유로 그녀의 음악활동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결혼 후에야 뒤늦게 작품을 발표하는 등 작곡가의 명성을 얻었지만 재능을 펼쳐보기도 전에 뇌중풍(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1451~1504)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자와 결혼한 뒤 국토수복 운동을 벌여 에스파냐 통일 왕국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동시에 악명 높은 종교재판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엇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법제도 개혁, 대학 설립, 서인도제도 원주민의 권리 보장 등을 위해 노력한 그녀의 공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신랄한 독설의 계몽주의자 에리카 만, 현대 회화와 문학의 어머니 거트루드 스타인, 카메라와 함께 한 예술가이자 혁명가 티나 모도티, 레닌의 평생동지 나드예자 크루프스카야, 최초의 여성 박사 엘레나 루크레치아 코르나로 피스코피아 등이 실려 있다.

    책에 대한 아쉬움 한 가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출신들이다. 차라리 책 이름을 ‘불멸의 유럽·미국 여성 100’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역사의 여성 차별을 꼬집은 저자도 대륙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물어볼 일이다.

    리타 페터 지음/ 유영미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468쪽/ 1만8000원



    화제의 책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