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2006.03.28

“아파트도 장학회도 최고로 짓겠다”

호반건설, 無 어음 원칙 5-Bay 파격 설계 해외까지 장학사업 확대 업계 화제

  • 이임광 자유기고가 LLKHKB@yahoo.co.kr

    입력2006-03-22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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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도 장학회도 최고로 짓겠다”

    2006년도 ‘꿈을현실로장학회’ 장학증서 수여식. 앞줄 왼쪽에서 7번째가 김상열 이사장.

    “계약금을 돌려주시면 안 되나요?”

    지난해 11월 호반건설산업에 접수된 사연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김도연 군. 도연 군의 아버지는 호반건설이 지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계약한 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가장을 잃은 도연 군 가족은 생계가 막막해졌고,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집 장만은 그만두고라도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계약금까지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그래서 안 되는지 알면서도 호반건설에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는지’ 사정을 해본 것이다.

    회사 측은 고심했다. 도연 군의 청을 들어주고 싶지만, 법적으로 계약금을 환급해줄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도연 군 가족의 딱한 사연은 결국 회장에게까지 보고됐다. 김상열(45) 회장은 “고민할 게 무어냐”며 “장학금을 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도연 군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총 8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1999년부터 ‘꿈을현실로장학회’라는 장학재단을 통해 도연 군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자사 아파트 입주자 중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있다. 호반건설이 20억원을 내고 이사장인 김 회장이 1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이 장학재단은 출연금이 계속 늘어 현재 170억원 규모로 커졌다. 김 회장은 2008년까지 재단 규모를 200억원대로 키우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장학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월28일에는 235명의 학생에게 총 5억8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한 번에 지급한 장학금으로는 국내 최고 금액이다.

    “아파트도 장학회도 최고로 짓겠다”

    용인에서 성공리에 분양한 ‘호반 베르디움’.

    “미래는 사람이 결정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학생 10여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해외에까지 장학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결정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실제 그가 창업한 호반건설도 그랬다. 김 회장이 20대에 건설업에 뛰어들 때 자본금은 고작 1억원이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 호반건설은 연매출 7000억원을 올리는 자산 1조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키운 것이다.

    그동안 호반건설이 지어 분양한 아파트만 4만5000가구가 넘는다. 연고지인 광주는 물론 울산, 대전, 천안, 전주 등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2000년에는 경기도에 있는 36홀 규모의 골프장 스카이밸리CC를 인수했다.

    성공한 건설사로 주목받는 호반건설의 성공비결은 역설적으로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단 한 장의 어음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 호반건설의 경영 대원칙 중 하나인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협력업체에 지불하는 대금은 모두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결제한다.

    “아파트도 장학회도 최고로 짓겠다”

    광주 신창지구 아파트(왼쪾). 호반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의 발코니.

    이런 방침은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어음을 쓰지 않으니까 부도날 위험이 없다. 또 현금으로 자재를 구매하고 용역비를 지불하므로 적기에 최고의 자재와 인력을 활용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공사기간은 단축하고 부실을 막을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어음거래-자재 불량-부실공사-분양 실패-부도로 이어지는 국내 건설업계의 악순환의 병폐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현금 결제’는 그렇게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주었고, 같은 비용으로 타사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난해 3월 대우건설 출신의 이영(50)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호반건설이 처음 수도권에 진입할 때도 그런 효과는 제대로 실현됐다.

    지난해 11월 용인 구성택지지구에서 40평형대 아파트 ‘호반 베르디움’을 분양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이 나온 직후인 데다 겨울도 코앞이라 아파트 분양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런 상황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그것도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파격적인 설계인 5-Bay(방 4칸, 거실 등 다섯 공간 모두 일렬 남향)로 짓는다고 했으니 모험도 그런 모험이 없었다. 게다가 당시 용인 지역 최고 분양가인 평당 1150만원대를 제시하자 모두가 실패를 점쳤던 것이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전략은 적중했다. 분양 개시 2개월 만에 308가구 전체가 모두 계약된 것.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자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님을 확신했다. 무엇보다 발코니를 분양 면적의 최대 43%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조건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그런 조건이라면 분양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 것.

    돈 아끼지 않은 게 성공비결

    호반 베르디움은 타 아파트에 비해 발코니 면적이 1.5배가량 넓다. 입주자가 평당 100만원 정도의 저렴한 발코니 공사비를 지불하면 40평대를 60평처럼 만들 수 있다. 타사보다 적은 공사비를 받고도 더 넓은 발코니를 지어준 것이 100% 분양의 결정적인 비결이었다. 목표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호반건설의 전략이 더욱 돋보인 대목이다.

    3월16일에는 광주 신상무지구와 풍암지구(주월2차)에 총 1100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용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대(大)면적 발코니를 아예 무료로 제공한다(본 계약기간 중 계약한 경우에 한함). 1월 중순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발코니 폭이 1.5m 이하로 제한됐지만, 이 두 지구의 호반 베르디움은 시행령 개정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넓은 발코니를 제공할 수 있다.

    호반건설의 영토 확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3월 광주를 시작으로 4월 행정복합도시와 KTX역 신설 등의 후광을 업고 중부권의 중심으로 떠오른 청주 강서지구와 충북 오송지구에서도 호반 베르디움을 선보인다. 이어 하반기에도 광주 종합터미널 앞 송원학원 부지(2만5000평)와 용인 흥덕지구, 춘천 거두지구, 동해 해안지구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목표대로라면 올해 이들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총 5202가구에 달한다.

    탄탄한 재무구조, 높은 수익성, 차별화된 설계와 서비스를 무기로 호반건설은 올해 국내 건설업계 2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올해 첫 사업으로 최근 분양을 시작한 광주 신상무지구와 풍암지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료 발코니 확장 서비스 외에도 100%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단장이 한창이다. 신상무지구에 들어서는 호반 베르디움은 20층짜리 12개동 총 803가구 규모로 19km에 이르는 광주천 수변공원과 인접해 있어 조망권이 뛰어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모든 아파트를 남향 배치해 일조량을 극대화했고, 유럽풍의 인테리어와 외관 조명을 설치하는 등 차별화에 신경 썼다고 한다. 총 298가구가 들어서는 풍암지구 주월2차 호반 베르디움 역시 근처에 금당산과 짚봉산 등 녹지가 풍부하고 대형할인점, 영화관, 월드컵경기장 등 문화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테마파크 에버랜드 조경팀이 단지 내 공원 조경설계를 맡고 있어 공간마다 색다른 주제를 가진 아파트로 꾸밀 예정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장학재단도 최고로 만들 계획이다.

    꿈을현실로장학회를 세계 1등 인재를 키우는 장학재단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장학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해외 유학생 보조, 학술연구, 문화예술행사 등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에서 출발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서울로 본사를 이전했다. 수도권 공략을 위해서다. 다음 목표는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사장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토목, 환경, 플랜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영역을 키우는 동시에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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