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2006.03.14

아찔한 꽃내음, 질펀한 꽃잔치

섬진강 따라 가는 봄꽃 여행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6-03-13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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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찔한 꽃내음, 질펀한 꽃잔치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에 핀 매화.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한 매화마을은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들로 장관을 이룬다.

    전북 진안 팔공산 중턱에서 발원, 남원·곡성을 지나 구례와 하동을 휘감으며 흐르다 광양만에서 바다와 섞이는 섬진강. 봄이 오는 섬진강은 늘 분주하다. 매화가 시작되는가 하면 어느새 노란 산수유 꽃이 뒤를 잇고, 4월이 되면 벚꽃이 시샘하듯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뿐만 아니라 자운영, 진달래, 개나리까지 가세해 남도는 꽃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남도 땅에서 마음 가득 봄꽃 향기만 채우고 와도 행복한 여정이 될 것이다.

    광양 매화마을

    섬진강 끝자락에 자리한 광양 매화마을. 고요히 흐르는 섬진강을 앞에 두고 봄의 전령인 하얀 매화꽃이 안개처럼 내려앉은 풍경이 아스라이 보인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아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며 백운산 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멀리서 보면 순백의 눈을 뒤집어쓴 것 같다.

    매화는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다압면 일대 도로변 어느 산자락에나 지천으로 피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을 한복판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꽃구경하기에 가장 좋다. 매화 경치로는 전국에서 으뜸으로 칠 만큼 아름다워 ‘취화선’ ‘다모’ 등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매실장아찌와 매실액이 익어가는 수천 개의 항아리가 들어찬 청매실농원 마당을 지나면 언덕을 따라 오솔길이 나 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언덕을 가득 메운 매화 향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요모조모 볼거리가 쏠쏠하다. 아울러 농원 언덕 어느 곳이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면 발밑으로 넉넉하게 품을 벌린 섬진강과 건너편 하동의 지리산 자락이 펼쳐져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아찔한 꽃내음, 질펀한 꽃잔치

    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 평사리공원의 장승

    산수유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의 만개 시기에 맞춰 3월11일부터 19일까지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매화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관광객과 함께 하는 매화보물찾기를 비롯해 농악 한마당 놀이, 풍물예술단 공연, 남미 전통음악 공연, 매화꽃 보디페인팅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문의 광양시청 문화홍보과 061-797-3363

    구례 산수유마을

    먼 길을 달려와 매화만 보고 돌아간다면 아쉬운 일. 내친김에 산수유마을도 둘러보자. 매화마을에서 구례군 산동면에 위치한 산수유마을까지는 약 40km. 자동차로 쉬엄쉬엄 달려도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전라도 광양과 경상도 하동 땅을 잇는 섬진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곳. 구불구불 이어지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강물처럼 마음도 절로 여유로워진다.

    아찔한 꽃내음, 질펀한 꽃잔치

    하동군 쌍계사 어귀의 십리벚꽃길. 3월 매화가 지고 4월이 되면 섬진강변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자태를 뽐낸다(왼쪽). 노란 꽃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구례 산수유마을의 산수유 꽃.

    산수유마을로 가는 도중에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며 번성했던 화개장터가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예전의 북적대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까지는 그 유명한 ‘십리벚꽃길’이 펼쳐진다. 길 양편에 늘어선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4월 초순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아울러 악양 지주 최 참판 댁의 3대를 중심으로 갑오 동학농민운동부터 광복까지 우리 근대사를 펼쳐낸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도 있다. 평사리 마을 앞에는 휴식공원도 마련돼 있는데 공원 앞의 섬진강은 바다의 백사장처럼 강줄기보다 모래사장이 더 넓은 모습이 이채롭다. 훈훈한 강바람을 맞으며 사각거리는 모래 위를 맨발로 걸으면 지압 효과도 탁월해 상쾌하기 그지없다.

    쉬엄쉬엄 섬진강을 음미하며 오다 보면 어느새 구례. 구례군 산동면의 계천리, 대평리, 위안리 등지에는 산수유 고목이 숲처럼 우거져 있는데 이 중 3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위안리 상위마을이 대표적인 산수유마을로 꼽힌다.

    아찔한 꽃내음, 질펀한 꽃잔치

    매화나무 아래 앉아 봄나물을 파는 아낙들.

    산수유 꽃은 멀리서 보면 개나리 같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꽃잎 길이가 2mm 정도로 아주 작다. 때문에 낱낱의 꽃송이는 화려한 느낌이 들지 않지만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노란 꽃무리를 지으면 화사하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키가 7m가 넘도록 꼿꼿하게 자라는 산수유는 가는 줄기에 살포시 휘어지며 피어나는 개나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당당함을 지녔다.

    마을 윗길로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샛노란 산수유나무에 파묻힌 모습이 동화 속 풍경 같다. 마을 한복판에 흐르는 냇가, 밭고랑 사이, 허리께까지 올라오는 돌담 사이…. 그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틈을 비집고 나온 산수유가 마을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여놓는다. 그래선지 마을 안에 있는 사람조차 노란 꽃이 된 듯 웃는 모습이 화사하다.

    3월 말이 되면 절정을 이루는 산수유 물결에 맞춰 3월25일부터 4월2일까지 산동면 일원에서 ‘산수유 축제’도 펼쳐진다. 축제 기간에는 전통 태껸 시범 공연, 남도소리 국악의 향기, 중국기예 공연, 팔도 품바 공연 등 문화행사를 비롯해 산수유 떡치기, 산수유 꽃길 걷기, 산수유꽃부채 만들기 등의 특별 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다. 아울러 고로쇠 약수로도 유명한 산수유마을 초입에는 지리산 온천랜드가 있어 꽃 여행과 함께 온천욕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문의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4

    ☞ 섬진강의 맛

    섬진강 변을 따라가다 보면 은어회와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아주 많다. 은어회와 매운탕 가격은 2만5000~3만원 선. 천수식당(061-782-7738), 전원가든(061-782-4733), 섬지관광농원(061-782-5576), 여수산장(061-782-4849) 등이 있다.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맛이 그만인 재첩국도 별미. 하동의 강변할매재첩국(055-882-1369), 옛날재첩국식당(055-882-0937) 등이 유명하다.

    ☞ 매화마을, 산수유마을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대진고속도로-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 방면 19번 국도-섬진교 건너자마자 우회전(861번 지방도)-4km 가면 매화마을 매화마을-섬진교 건너 19번 국도 구례 방면으로 좌회전-화개면-토지면-산동 지리산온천랜드 이정표 따라 우회전-지리산온천-위안리 상위마을(산수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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