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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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영어달인 ‘그들만의 비법’

외국 드라마 보고 AFKN 테이프 듣고 … ‘나만의 영어수첩’ 제작, 명사보다 동사 암기 전념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5-10-12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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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영어달인 ‘그들만의 비법’
    SK네트웍스 무역 부문에 근무하는 류제수(34) 대리는 ‘AFKN 신봉자’다. 대학 시절부터 최근까지도 꾸준히 AFKN 중심의 영어 공부를 해왔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개설한 유명 AFKN 강사 송강흠 씨의 강좌를 수강한 것이 첫 경험. 강의가 재미있었던 데다 효과도 좋아 겨울방학 특강도 이어 들었다.

    “군대 다녀온 뒤 보니 모두 토익 공부를 하고 있더군요. 저도 준비해야겠다 싶었지만 학원 강좌는 듣지 않았어요. 얄팍한 ‘기술’만 가르치는 것 같아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Vocabulary2200’ ‘거로Vocabulary’ 등으로 어휘력을 쌓고 토익 학습서와 ‘아카데미토플’ 등을 보며 전체 정리를 했다. AFKN 공부도 계속 했다. 또 한 명의 AFKN 스타 강사인 주재현 씨의 강좌를 챙겨 들었다.

    “토익 시험에 듣기가 있잖아요. 그걸 AFKN 공부로 대신한 거죠. AFKN엔 뉴스도 있고 드라마, 토론, 영화 같은 것들이 다 포함돼 있어 일상 회화는 물론 미국 문화며 시사적 주제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류 대리의 입사 직전 토익 성적은 880점. 1998년 당시로선 꽤 괜찮은 성적이었다.

    입사 후에도 영어 공부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매일 아침 7~8시 진행하는 각종 학원 강좌들을 수강했다. “특히 외대어학원 선킴 선생님(현 EBS ‘귀가 트이는 영어’ 진행자)의 AFKN 강의를 많이 들었어요. 선킴 선생님은 한줄 한줄 큰 소리로 따라 읽기를 많이 시키거든요. 제가 어학연수 한번 가지 않은 사람이라 말하기에 영 자신이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한 3개월 수업을 듣고 나니까 말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토플은 YBMe4u학원의 이선욱 선생 강의를 들었다. 토익 강좌는 역시 듣지 않았다. 회화 강의도 안 듣는다. “AFKN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국 관련 업무가 늘어나면서 요즘 류 대리는 중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영어는 원서를 읽는 것으로 ‘감’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다빈치 코드’를 재미있게 읽었다 한다.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토종 영어달인 ‘그들만의 비법’
    현대자동차 홍보실 장정규(43) 차장은 매일 아침, 주요 외신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블룸버그, AP, 다우존스 뉴스,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USA투데이 등이 ‘필수 코스’. 회사의 해외홍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영어 입’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유학이나 해외지사 근무, 하다 못해 어학연수 경험이라도 있을 법하건만 그렇지 않다. 장 차장은 ‘순수 토종 영어달인’이다.

    “학창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죠. 대학 땐 남들 다 보는 ‘시사토플’, ‘타임’지, 영자신문 같은 걸로 기초를 다졌고요.”

    회화 공부를 위해선 ‘민병철 생활영어’ 테이프를 들었다. “강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집중도를 높이는 데다, 틀리기 쉬운 발음이며 표현들을 어찌나 콕콕 잘 집어내는지 도움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회사가 직접 출제한 영어시험을 치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기획실을 거쳐 대리 승진과 함께 해외영업본부 발령을 받았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를 돌며 버스와 트럭을 팔았다. 이어지는 상담과 협상. 영어 실력이 곧 영업 실력이었다.

    “우선 지하철 출퇴근 시간 동안 AFKN 테이프를 들었어요. 매달 책 한 권과 테이프 하나씩이 짝지어 나오는 교재었거든요. 반복해 듣다 보니 절로 외워지더군요. 영어 공부에 통째로 외우는 것보다 좋은 건 없죠.”

    ‘정철 스크린 영어’로도 재미를 봤다. 숙어나 구어체 표현이 어려웠지만 그냥 외웠다.

    해외홍보 업무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영어의 생활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동의어 사전을 애용했으며, 집에서도 자막을 가린 채 CNN, 디스커버리 채널, 아리랑TV 등을 즐겨 봤다. 화장실에 갈 때도 영자신문의 영어학습용 간지를 챙겨갔다.

    장 차장이 1990년대 초 별 준비 없이 친 토익 성적은 870점. 2004년에는 930점을 받았다. 그는 “신입사원 중 토익 점수가 950점이 넘는 ‘영어 벙어리’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영어에는 정말 왕도가 없다. 끝없는 반복과 자기 싸움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토종 영어달인 ‘그들만의 비법’
    예술의 전당 신입사원인 정영선(24) 씨는 영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그저 영어와 함께 즐기고 놀 뿐이다. 입사 시험 때 제출한 토익 성적은 910점. 높은 점수지만, 요즘 웬만한 직장의 신입사원들이 900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주 뛰어난 성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는 토익 성적을 떠나 영어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루 종일 ‘온스타일’이나 ‘OCN’ 같은 케이블 TV를 틀어놓아요. 아침에 출근 준비할 때도 틀어놓고 있죠. 굳이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기서 해주는 방송이나 영화가 정말 재미있거든요. 근무 시간에 하는 프로그램은 녹화를 해서라도 꼭 봐요.”

    정 씨는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 ‘위기의 주부들’ ‘더 오씨(The OC)’ ‘CSI’ ‘썸머랜드’ ‘윌&그레이스’ 등 유명한 외국 시트콤이나 드라마는 모조리 섭렵했다.

    ‘프렌즈’는 한 대사가 나오면 다음 대사가 무엇이 나올지 외울 정도로 여러 차례 봤다. 이럴 땐 등장인물이 말하기 전 먼저 그 대사를 읊조리기도 한다. 그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목소리가 굉장히 맑고 깨끗하기 때문에 잘 들린다. 또 대다수 시트콤이나 드라마에 내레이션이 많이 나오는데,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보다는 훨씬 듣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책이나 CD 등을 살 때도 아마존닷컴 등 외국의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글을 매우 성실하게 써서 올리기 때문. 최근 그는 아마존닷컴에서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의 자서전을 주문할까 고민 중이다.

    원서로 된 책도 많이 본다. 소설을 좋아한다는 그는 재미있게 읽은 번역소설을 원서로 다시 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모르는 단어를 일일이 찾아가며 읽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냥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원서를 접하면 아무래도 쉽지 않죠. 하지만 번역된 것을 미리 읽어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한다면, 작은 부분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세부적인 내용도 훨씬 쉽게 이해가 돼요. 또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문화적 배경도 알게 되죠.”

    정 씨는 입사 후 비즈니스용 영어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공연기획팀’ 해외파트에서 일하면서 비즈니스 레터를 많이 써야 했는데, 영어를 잘하지만 ‘포멀’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들었다는 것.

    “그래도 공부한다고 매달리지 않아요. 업무용 영어도 일정한 규칙이 있어서 재미있거든요. 무엇이든 공부라고 생각하면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어서 보게 되면 또 보고 싶고, 그러다 보면 들리게 되고 또 말하게 돼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토종 영어달인 ‘그들만의 비법’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나중에 후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 외국인과의 미팅 때 입 안에서만 맴돌며 말하지 못했던 표현들이 분명히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후회만 하고 넘어가지만 한국전력공사 국제금융팀 김정주(40) 과장은 그런 표현들을 꼭 완성된 문장으로 만들어 소리 내어 말해보고 컴퓨터로 직접 쳐본다. 여기에 더해 여러 가지 상황들을 상상하면서 필요한 문장을 만들어본다. 김 과장은 “그러다 보면 의식적으로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진다”며 허허 웃었다.

    1987년에 입사해 95년부터 국제금융팀에서 근무한 그는 업무상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아 유명하다는 듣기 테이프는 다 사서 들었지만 막상 외국인들과 업무를 하다 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처음 국제금융팀에 왔을 때 외국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Hello’를 듣는 순간부터 당황했는데, 당시 팀장님이 저 대신 전화를 받았죠. 그런데 대화를 들어보니까 그렇게 어려운 표현은 아니었어요. 또 비즈니스 용어들은 일정한 규칙이 있어 오히려 쉬웠고요. ‘나도 당황하지 않으면 웬만큼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러면서 무조건 외국인들과 많이 접하고 이야기하려 노력했어요. 만나지 않을 때 혼자서라도 상황을 상상하고 표현들을 만들어 중얼중얼거렸고요.”

    요즘은 하루에 1~2시간은 꼭 케이블 TV에서 하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려고 노력한다. 사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내용 자체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보게 된다고. 주말에는 8세, 5세인 두 자녀와 함께 월트 디즈니 등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자주 본다. 그리고 아이들과 영화에 대해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자신의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애니메이션이나 CNN은 성우나 아나운서의 발음이 또렷하고 표현이 정확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초보자에게 좋고, 드라마나 영화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한 사람에게 적합한 것 같아요. 영화도 처음부터 대사가 많은 것을 고르지 말고 액션영화나 추리영화 등을 보며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영화들이 좋은 것 같아요.”

    2002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치른 토익 시험에서 960점을 받았다. 상당히 높은 점수지만 김 과장은 “토익 성적이 영어 실력을 반영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말하기와 쓰기가 없는 테스트는 반쪽짜리라는 것. 그는 “영어를 잘하는 정도는 영어와의 잦은 접촉”이라며 “스스로 말해보고 써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토종 영어달인 ‘그들만의 비법’
    LG상사 화학품팀 박정규(37) 차장은 2004년 2월까지 인사팀 소속이었다. 인사팀은 무역이 주업무인 ‘상사’에서 외국어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서 중 하나. 그럼에도 박 차장은 화학품 수출입을 주로 하는 새 부서에 큰 무리 없이 적응했다. 평소 영어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전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한때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는데, 그러면서 한 1년 영어공부를 집중적으로 했죠. 방법이야 다른 친구들하고 비슷했어요. ‘아카데미토플’ 보고 ‘거로Vocabulary’ 보고. 4학년 때는 영어회화 학원도 한 1년 다녔죠.”

    1993년 LG상사 입사 직전 토익을 봤다. 아무 준비 없이 본 것이라 770점 정도가 나왔다. 다른 입사동기들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사팀 배정 뒤, 그래도 영어를 아주 잊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타임’지를 정기구독하기 시작했다. 매주 기사 한두 개를 읽는 정도였지만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회사에서 하는 회화 테스트에도 빠지지 않고 응시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영어로 끼적끼적 습작을 했어요. 한두 문장은 아니고 제법 긴 길이로요. 외국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제 영어가 유창하진 않지만 정확하다는 평을 간혹 듣곤 해요. 아무래도 영어 습작을 꾸준히 한 게 도움이 됐겠죠.”

    박 차장은 “영어공부의 기본은 문장 구조를 아는 것”이라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문법인데요, 영어 공부하겠다고 무작정 회화학원부터 찾는 건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책상 앞에 앉아 기본부터 착실히 챙겨야죠.”

    그렇다고 ‘말하기’에 신경 쓰지 말라는 건 절대 아니다. 구문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그만큼 문장 구사가 쉬워진다는 뜻. “일단 기본이 됐다 싶으면 듣고 말하기 연습을 해야죠. 하다 못해 테이프 내용 듣고 받아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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