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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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듀오, 유럽 정벌 대작전

이영표 박지성 프리미어리그 동반 진출 … 세계 최고 무대서 최고 선수들과 어깨 나란히

  • 최원창 조이뉴스24 스포츠팀 기자 gerrard@joynews24.com

    입력2005-09-15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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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 듀오, 유럽 정벌 대작전
    단 한 번도 한국인을 허용치 않던 콧대 높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마침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삼사자 군단’의 고향이자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땅을 밟은 주인공은 ‘태극 듀오’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28·토트넘 홋스퍼). 1978년 차범근(현 수원 감독)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빅리그에 발을 내디딘 후 27년 만의 일이다.

    99년 초 한국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최용수와 김도근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부터 어이없는 입단 테스트를 제안받곤 실망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후 안정환, 김태영, 이을용 등 2002년 월드컵 스타들이 도전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던 축구 ‘종가’가 박지성과 이영표를 서로 모셔가려고 경쟁했다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잉글랜드가 고질적으로 겪어온 ‘왼쪽 딜레마’의 틈새시장을 파고든 성공적인 예다.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은 왼발을 쓰는 특급 선수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데다 국제 경기 경험이 화려한 박지성과 이영표는 안성맞춤이었던 것.

    박지성, 이영표의 프리미어리그 가세로 순지하이(맨체스터 시티) 리티에(에버튼·이상 중국), 나카타 히데토시(볼튼) 이나모토 준이치(웨스트브롬위치·이상 일본) 등과 펼칠 ‘한중일 프리미어리그 삼국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가 됐다.



    한국 대표팀과 PSV 에인트호벤서 4년 넘게 거스 히딩크의 따뜻한 품에서 무럭무럭 성장한 이들은 이제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당당히 ‘새로운 도전장’을 내던졌다. 박지성이 과연 ‘두 개의 심장을 지닌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진가를 펼쳐보일 수 있을까? 또 이영표의 ‘헛다리짚기’ 드리블에 이은 크로스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지 부푼 기대감으로 지켜보자.



    어느 누가 박지성이 라이언 긱스의 후계자가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맨유 퍼거슨 감독은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부동의 좌우 공격을 이끌며 맨유의 최전성 시대를 이끈 긱스를 대신할 새로운 얼굴로 박지성을 지목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기대처럼 박지성이 붙박이 왼쪽 윙포워드로 뿌리를 내린 것은 결코 아니다. 퍼거슨 감독의 계산은 실력으로 긱스를 넘어서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맨유는 긱스와 3년간 연장 계약했고, 긱스는 “주전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며 ‘노장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박지성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포르투갈의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0)다. 폭발적인 스피드에다 타고난 기술을 가진 호나우두는 왼쪽뿐만 아니라 오른쪽 측면도 가능한 전천후 폭격기다. 이들과 경쟁을 펼칠 박지성은 자신의 장점인 지치지 않는 체력과 공수에 걸친 폭넓은 움직임을 최대화하고 아직은 매끄럽지 않은 공 처리 기술을 키워야 한다. 또한 반 니스텔루이-웨인 루니 등과의 소통을 넓히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반면 런던에 정착한 이영표는 네덜란드 출신의 마틴 욜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서 입단과 동시에 주전자리를 꿰찼다. 이영표의 경쟁자로 여겨졌던 스웨덴 국가대표 출신의 에릭 에드만을 프랑스 렌으로 이적시킨 것. 게다가 스위스 청소년대표 출신인 열아홉 살의 유망주 레토 지글러까지 독일 함부르크 SV에 1년간 임대했다. 욜 감독은 그동안 왼쪽을 맡았던 스티븐 켈리를 원래 자리인 오른쪽으로 복귀시키는 대신 이영표에게 포백 수비라인의 왼쪽 중책을 맡겼다.



    이영표에게는 PSV 에인트호벤 시절보다 더욱 공격적인 임무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욜 감독은 “이영표는 공격적인 수비수다”는 말로 그의 오버래핑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과감한 공격 가담은 이영표 역시 선호하는 것. 다만 공수 양면에서 노련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이영표의 성공 키포인트다.

    9월 ‘운명의 승부수’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후 3경기에서 안정적인 경기를 펼쳐보였다. 에버튼전과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선발로 활약했고, 특히 애스턴빌라전에서는 맨유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가 된 오른발 터닝 중거리슛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뉴캐슬전에서는 선발 자리를 호나우두에게 내준 채 후반 교체 선수로 9분간 뛰며 주전 확보 경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9월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박지성과 런던 팬들 앞에서 첫선을 보인 이영표 모두에게 운명의 계절이 될 전망이다.

    박지성은 18일 리버풀과의 원정, 24일 블랙번과의 홈경기 등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앞두고 있다. 또 15일 비야르레알과의 챔피언스리그 32강전 D조 예선 첫 경기를 위해 스페인 원정길에 오르며, 28일 홈에서 포르투갈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끝으로 9월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영표는 10일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리버풀과의 홈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18일 애스턴 빌라, 27일 풀햄전 등 총 3경기에 출전하며 런던 토박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10월22일 박 vs 이 맞대결 ‘빅뱅’

    대표팀과 에인트호벤에서 친형제보다도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지만 맞대결은 피할 수 없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10월22일 올드 트래퍼드에서의 생애 첫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같은 그라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최고 뉴스임이 틀림없다. 첫 맞대결이 벌어지기 전까지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뚜렷하다. 박지성은 경쟁자 호나우두만큼 ‘결정력’을 보여줘야 하고, 이영표는 네덜란드와는 차원이 다른 거친 수비라인을 상대로 ‘돌파력’을 입증해야 한다. 과연 10월22일 올드 트래퍼드에 나란히 설 그들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이들의 성공 신화는 숱한 관심사를 만들며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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