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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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서울김장문화제

세계인과 함께 김치 버무리기

  • 입력2016-10-31 16: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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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바람이 분다. 아침녘엔 썰렁하다 못해 추위가 느껴질 정도다. 이제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할 때가 왔다. 김장은 한꺼번에 김치를 많이 담그는 일이다. 예전엔 김장 때면 가족이 일손을 모았다. 농촌에선 먼저 밭에 심어 기른 무와 배추를 뽑아 깨끗하게 씻어놓았다. 한 접 100포기 김장도 하고, 가족이 많은 집은 두 접으로 늘어났다.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면 숨이 푹 죽어 김칫소를 넣어 버무리기가 좋다. 각종 재료를 넣는 김칫소는 고춧가루 때문에 빨간색을 띤다. 김치는 젓갈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면서 숙성된다. 요즘엔 가정에서 김치를 많이 담그지 않는다. 마당을 파서 김장독을 묻거나 움을 만들어 무 등을 넣어 저장할 수도 없다.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아 김치를 보관할 공간도 넉넉지 않다.

    하지만 한식에서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백김치, 동치미, 깍두기 등 종류도 많다. 입맛에 따라 겉절이나 익은 김치를 골라 먹기도 하고, 매운 김치 또는 새큼한 김치를 찾기도 한다. 김치는 꽁보리밥이나 잡곡밥과도 어울리고, 쌀밥이나 찰밥을 먹을 때도 반찬으로 그만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속이 느끼하지 않게 해주고,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부족함이 없다. 이제 김치는 세계인이 찾는 건강음식이다. 늦가을 어머니가 딸에게 가르치던 김장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승한 김장에 더해지면서 김치는 더 풍성한 맛을 지니게 됐다.

    유네스코는 2013년 12월 ‘한국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부여한다’고 평가하며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전승 가정문화인 김장이 한국인의 나눔과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고, 사람 간 결속과 연대감을 강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제 전국에서 김장축제가 열리고 김치 담그기 행사가 마련된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김장문화제’는 매년 11월 첫째 주 금·토·일요일에 열리는 최대 규모 행사다.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이번 서울김장문화제는 올해가 세 번째다. 2013년 제1회 행사는 시민 6000명, 중국 관광객 3000명이 함께 김장 260t을 했다. 올해는 ‘김장, 세계를 버무리다’라는 주제로 열리며, ‘나눔’에 현대적인 ‘놀이’와 신명나는 ‘문화’를 더한 글로벌 축제를 지향한다. 서울김장문화제의 대표 격인 ‘김장 나눔’ 행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한다. 11월 4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4000여 명이 김장 50여t을 하고, 같은 시간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는 1000여 명이 모여 김장을 하는 ‘도쿄김장문화제’를 진행한다.

    도쿄김장문화제는 1300년 전 일본에 정착한 고구려인 후손들이 사이타마현 고마 신사(고구려 마지막 왕 보장왕의 아들 고약광을 기리는 신사)에서 2005년부터 배추를 재배해 김장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일 양국이 김장문화제를 함께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월 서울 노들섬과 일본 고마 신사에서 각각 배추 모종 심기 행사를 가졌고,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개막식도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개최한다(11월 4일 오후 2시 MBC TV 이원생중계 예정). 아울러 김장독을 땅에 묻어 김치를 숙성하는 과정을 재현하는 ‘시간의 미학, 과정으로의 문화제’도 치른다. 이 축제의 빅4 행사는 ①Big Share ‘김장 나눔’ ②Big Tent ‘서울김장간’ ③Big Play ‘김장난장’ ④Big Table ‘함께 식탁’이다. ‘서울김장간’(11월 4~6일) 행사에서는 서울광장의 약 991㎡(300평) 규모의 천막에서 김장 명인에게 배우는 ‘명인의 김장간’, 외국인이 참여하는 ‘외국인 김장간’, 우리 집 김장을 하고 기부도 하는 ‘우리 집 김장간’ 등이 사흘 내내 펼쳐진다. 서울김장문화제에서는 김장 재료뿐 아니라 전국 특산 김치를 시중 가격 대비 10% 싼값에 살 수 있다. 11월 6일 오후 5시엔 과거 김장날이 마을 잔칫날과 같았다는 점에 착안해 김장 김치와 수육을 곁들인 1000인분 식탁이 차려진다. 서울김장문화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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