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1

2016.11.02

황경성의 일본 엿보기

아동학대로 들끓는 경제대국 일본

7년 만에 백골로 발견된 다섯 살짜리, 아버지 방치로 굶어 죽어…교육과 취업 기회 제공해야

  • 홋카이도 나요로시립대 보건복지학부 교수 vianne84@nayoro.ac.jp

    입력2016-10-31 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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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에서 입양한 여섯 살짜리 여아의 식탐을 고친다며 양부모가 학대를 일삼다 결국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반인륜적 사건이 발생했다. 3년 전에는 여덟 살짜리 여아가 소풍을 보내달라고 했다 계모의 폭행에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여아의 갈비뼈가 16곳이나 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2006년 5000건 정도이던 아동학대 판정 건수가 2015년 1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이후에도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은 줄지 않고 있다. 다만 학대 신고 건수가 50% 이상 증가했고, 특히 의료 및 교육기관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대폭 늘어나 일정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되는 점은 아동학대 주체가 이들을 가장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부모나 보육관련 전문직 종사자라는 사실이다.  



    결손가정, 모자가정이 가장 취약

    일본은 2000년부터 ‘아동학대 방지법’을 시행하는 등 제도적·재정적 측면에서 한국보다 한발 앞서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다. 2015년 상담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서며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25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7월부터는 아동학대 통보 및 상담에 응하는 전국공통전화 189시스템을 운용해 조기 발견과 대응에 전력을 쏟고 있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은 다양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 가운데 특징적인 부분은 결손가정이 많다는 점이다.    2년 전 일본에서는 사망 당시 다섯 살이던 어린이가 사후 7년이 지나 백골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아내가 가출한 뒤 트럭운전을 하며 혼자 아들을 양육하던 아버지는 출근할 때 아이를 보육원 등에 맡기지 않고 집에 가둬뒀다. 게다가 다른 여자와 교제를 시작하고부터는 전기, 가스, 수도가 끊긴 아파트에서 아들을 양육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기 시작해 제때 식사를 주지 않았고, 결국 아들은 영양실조로 죽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한부모가정, 경제적 빈곤이 아동학대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7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처하고자 아동을 부모로부터 강제 격리하는 일시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새로운 시도의 골자는 이제까지 아동상담소가 단독으로 해오던 일을 법원에 위탁하는 것이다. 이때 관건은 법원이 판단을 내리기 위한 객관적 정보를 얼마나 획득할 수 있느냐다. 아동상담소는 양육을 지원하는 한편, 학대가 있을 경우 부모로부터 아동을 격리하는 이중임무를 맡아왔다. 그러나 아동상담소는 충분한 조사 권한이 없고, 병원이나 학교는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동상담소 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부모와 자녀를 강제 격리할 수 있지만, 부모와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의식해 보호를 주저하면 오히려 학대가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일시보호 결정을 법원에게 맡기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한편 홋카이도에서는 학대나 ‘왕따’로 어려움에 처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권리구제기관을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 기관은 상담 외에도 학교 등에 상황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이러한 아동권리조례에 근거해 각 학교나 단체에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기관이 전국에 약 30개소나 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제도나 행정 개선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인식 변화와 실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경제대국 일본의 아동빈곤이 심각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이는 분명한 현실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동이 혼자 밥을 먹는 상황을 막고 따뜻한 밥을 먹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데, 이 운동의 배경에도 아동빈곤 문제가 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2년 국민생활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122만 엔(약 1300만 원)도 안 되는 가정의 18세 미만 청소년 비율은 16.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생활이 어려워 취학원조를 받는 아동도 6명에 1명꼴이며, 생활보호가구 아동의 고교 중퇴율은 5.3%로 일반가구의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빈곤이 아동 교육에 걸림돌이 되고, 이후 취직과 평생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빈곤답습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어머니?

    2012년 ‘후생노동백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일 때 가정 경제상황과 학력, 고교 졸업 후 예정 진로, 프리터족(아르바이트 등 정규직 외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가정 경제상황이 아동 학력뿐 아니라 취직 후 고용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빈곤가정 아동은 상급학교 진학률이 떨어지고 학원 등 공부 관련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 학력이 뒤처지며, 결국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접게 된다. 한부모가정의 빈곤율은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나고 있고, 특히 모자가정의 아동은 최종 학력이 중졸로 끝날 가능성이 서너 배나 높았다.

    2015년 10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고 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 ‘1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했다. 현재 1.4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을 1.8로 끌어올려 ‘소자·고령화’에 제동을 걸고, 반세기 후에도 1억 인구를 유지하며 가정, 직장, 지역에서 누구나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심 목표 가운데 하나가 아동양육 지원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재단은 빈곤가정 아동을 방치할 경우 현재 15세 아동이 64세가 될 때까지 사회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2조9000억 엔(약 30조 원)에 이르며, 사회보장 측면에서도 비용 1조1000억 엔(약 12조 원)이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아동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모자가정이 대부분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으며,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사고에서 어머니가 직접적인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모자가정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혼자 양육을 맡아야 하는 어머니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육, 보육, 의료, 보건 분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아동빈곤 문제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아동학대 전문가인 야마노 료이치 나요로시립대 교수는 해결책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아동학대를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체벌이 교육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버리며, 빈곤 등 근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장과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특별하게 보이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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