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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무슨 ‘호두’가 있나

지난해 이어 올 1월에만 406t 수입 … 베트남 농무성 “수출용 존재하지 않아”

베트남에 무슨 ‘호두’가 있나

베트남에 무슨 ‘호두’가 있나

최근 베트남산 호두 수입이 급증하는 것은 북한산 호두가 한계에 부딪히자 터져나온 수입업자들의 관세포탈 수법 때문이다.

호두 아이스크림, 호두 우유, 호두과자, 호두 기름….’ 대보름날 부럼에서도 알 수 있듯 오랜 기간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아온 호두는 ‘웰빙 식품’으로 자리 잡으며 시장을 넓혀나가는 고부가 과수 작물이다.

호두는 단백질과 비타민 B2·B1 등이 풍부하여 식용과 약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깐호두는 식용으로 널리 쓰이고, 호두 기름은 식용 외에도 화장품이나 향료의 혼합물로 활용된다. 호두 기름의 약리 효과는 기름에 함유된 혼합지방산이 체중 증가를 촉진해 혈청 알부민의 함유량을 높이지만 혈액의 콜레스테롤 양을 떨어뜨린다. 또한 호두는 강장제로 소화기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이 같은 효능으로 인해 호두의 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깐호두 수요량 연간 3000t 이상) 가장 대표적인 농수산물 밀수 품목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돈 되는 농수산물치고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원산지 표시 위반이나 관세 포탈을 노린 밀수 의혹이 일지 않는 것은 드문 현실이지만, 호두라는 품목은 좀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대표적인 농산물 수입 규제 국가인 중국이란 나라에서의 국내 수입이 불가능하자 ‘육로’를 통해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국내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산 호두는 코드린 나방이란 병·해충으로 인해 아예 수입이 불가능하다).

“원산지 허위표시 대표 사례”

그것도 중국 인접 국가인 북한과 베트남을 통해서 유입된다니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호두라는 품목이 북반구 온대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약간 춥거나, 매우 더운 국가인 두 나라의 생산량이 우리 생산량을 넘어선다는 것 자체도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으로 “관세 포탈은 물론 원산지 허위표시의 대표적 사례”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과 베트남에서 어느 정도의 호두가 생산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일부 생산이 되겠지만 확실한 것은 남의 나라에 수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국립산림과학원 이문호 박사)

호두, 아몬드, 땅콩 등 최근 세계 견과류 시장의 공통적 특징은 바로 수요의 대폭적인 증가에 있다. 수요 증가는 자연스레 가격 상승을 부르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천안 호두과자’로 유명한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는 우리나라 호두량은 연간 총 1500t(호두피를 포함한 양. 깐호두 무게는 그 절반인 700t 정도)에 불과해 수요량의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베트남에 무슨 ‘호두’가 있나
때문에 연간 20%를 넘어서는 국내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수입산보다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국내산 호두 가격이 1kg당 2만원을 넘어서고, 최고급품의 경우 4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호두 사용량이 많은 제과업계 등에서 수입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우리나라에 호두를 수출하는 나라는 크게 3개국. 미국(캘리포니아산)과 북한, 그리고 베트남 정도인지라 비교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가격을 보자. 수입원가가 베트남산 호두는 2000원/kg, 미국산과 북한산은 각각 5000원/kg 선이다.

북한산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00년 이후부터 생긴 새로운 경향이다(주간동아 477호 커버스토리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기사 참조). 북한산 호두는 1kg당 5000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로 간주해 무관세이기 때문에, 수입업자들 사이에서는 “북한 민족경제인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원산지 증명서만 있으면 바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남북교류 초창기인 90년대 중반 호두는 우리나라에 그다지 많이 수입되지 않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 양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2004년에는 무려 1600t이나 수입됐다.

북한은 호두 연구소를 3곳이나 세우는 등 그간 꾸준하게 호두 증산을 독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96년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평양을 중심으로 한 전체 생산량이 1000여t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두의 국내 주요 생산지가 천안 이남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호두는 온대성 식물로 중국에서도 내륙 지방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2001~2003년 관세청이 적발한 중국산 호두가 북한산으로 위장돼 반입된 물량은 무려 423t, 금액으로는 52억원어치에 달한다).

그러나 수입물량이 한정돼 있고(깐호두로 400t 정도) 통일부로부터 쿼터를 배정받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세관의 단속마저 심해져 업자들로서는 새로운 경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국가가 바로 중국과 인접해 있는 베트남이었다.

지난 1년간 베트남산 호두의 수입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다. 2005년 1월, 한 달 동안만 깐호두 406t이 수입돼 2004년 한 해의 베트남산 수입물량 540t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가격 조건도 좋아 1kg당 2000원 수준으로 관세 30~45%를 더한다고 해도 국내산의 10분의 1의 가격으로 국내에 유통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정말 베트남산으로 위장된 중국산이냐 하는 점. 2004년 이후 수입이 폭증한 대목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베트남에 무슨 ‘호두’가 있나

2004년 북한 신의주 인접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발견된 북조선 표시 농산물 포대(오른쪽). 이는 중국산 농산물이 중국에서 위장되어 북한을 통해 다시 국내로 반입됨을 의미한다.

중국서 차떼기로 건너와 수출”



“호두는 애당초 ‘코드린 나방’이라는 세계적인 병·충해 때문에 국내 수입이 금지되던 품목이었다. 94년 이후에야 훈증, 진공 포장 등 각종 검역 기준에 맞는 미국산 제품에 한해 수입이 허가되기에 이른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호두는 계속 수입이 불허됐지만 보따리상이 밀수한 중국산이 유통됐다. 이들은 위생 상태가 검증되지 않은 불법제품이지만 원산지를 증명할 수 없다는 한계로 줄곧 북한산으로 위장돼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국내 거래로 취급되어 검역을 생략하는 북한산 호두의 대부분도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한 중국산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산 호두 수입이 폭증한 것 역시 원산지를 위장한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일부 업자들 사이에서는 “베트남 어디에서 호두가 생산되는지 찾아보라”고 공언할 정도. 베트남산에는 평균 40%대의 관세가 붙는다. 고추나 마늘에 붙는 최고 200~600%의 관세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K농수산물 수입회사의 김현명(45) 대표는 “베트남산 호두가 수입된다는 소문을 듣고 베트남 농무성에 문의했지만, 베트남에서는 수출용 호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한국에서 수입하는 베트남산 호두는 모두가 중국에서 차로 건너와 수출되는 것일 뿐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들 베트남산 호두가 실제로는 베트남산으로 유통되지도 않는다는 것. SK임업의 호두담당 관계자는 “중국산 값싼 호두가 베트남산이나 북한산으로 바뀌거나 수입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내에 들어와 국산으로 원산지 표시가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검역도 민감한 문제다. 이른바 병·해충 피해가 우려되는 해외 농산물이 국내로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지만 국립식물검역소에는 병·해충 신고가 없는 베트남산을 그대로 믿어버려 제대로 된 조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호두에 원산지 증명서가 발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입업자들은 ‘수출국 검사 증명서’마저 위장해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12일, 부산본부세관에서는 베트남산 농산물을 국내로 반입하여 유통시킨 H농수산 대표 A 씨를 1억5000만원의 관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본부세관 김희군 계장은 “중국산 호두를 베트남으로 옮겨 위장해 수입했다”는 업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매년 수십억원에 이르는 관세를 포탈하고, 국산이라고 속여 시중에 유통하고 결국 국내 농가에까지 엄청난 피해를 주는 호두 밀수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주간동아 2005.05.10 484호 (p36~37)

  • 정호재 기자 de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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