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9

2016.10.19

법칙으로 通하는 세상

방관자 효과, 제노비스 신드롬

  • 김규회 정보 큐레이터·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부장 khkim@donga.com

    입력2016-10-14 17: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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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면수심의 극치를 보여준 아동학대 및 사망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양부모가 6세 입양딸을 굶겨 숨지게 한 후 사체를 불태우고 암매장했다. 그런데 이웃 주민들은 평소 양부모의 욕설과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지만 아무도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을 떠올리게 한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범죄 현장을 지켜보고도 쉬쉬하며 덮어버리는 현상. 여러 사람이 관계된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보다 구경하는 방관자로 변해버리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1964년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 살해사건에서 유래했다. 그해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 주택가에서 29세 여성 캐서린(키티) 제노비스가 성폭행당한 뒤 무참히 살해됐다. 그녀는 여러 차례 칼에 찔리면서도 35분 동안이나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창문으로 이를 지켜본 이웃 주민들은 어느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2주 후인 3월 27일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머리기사에 실었고,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2007년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는 이 사건의 언론보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논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목격자는 38명이 아니며, 일부 목격자도 비명을 듣고 창밖을 봤지만 그 모습이 어렴풋해 살인사건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제노비스 사건이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서 그 의미를 잃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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