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2004.10.28

‘눈요깃거리’는 No, 예술은 Yes

  • 이조년/ 골프 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4-10-22 0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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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미스코리아 출신 프로골퍼 정아름이 ‘골프 누드’를 찍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아름이 찍은 누드의 컨셉트는 ‘럭셔리, 건강, 골프’라 한다. 그동안 연예인들이 모바일로 서비스한 누드와는 확실히 차별화했다는 것. 그러나 언론에 발표된 정아름 누드에 관한 기사는 CF 모델, 미스코리아 출신의 프로골퍼로 완벽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는 다소 상업적인 내용에 치우쳐 있었다. 자료 사진도 가슴을 정면으로 드러낸 것을 내보내 보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했다.

    문화는 흔히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평가된다. 대중문화는 작가가 대중의 입맛에 맞춘 것을 말하는 반면, 예술문화는 대중이 작가의 입맛에 맞춘 것을 이야기한다. 누드 소재가 골프였다는 점은 매우 신선하다. 그러나 골프를 섹스 어필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싱그러운 자연과 휴머니티, 그리고 인간이 회귀하고 싶어하는 이데아를 지향한 작품이라면 뭐 특별히 탓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과연 얼마나 럭셔리하고 차별화한 누드 예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누드 출연자들은 예술성이 없었다면 찍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진정으로 예술성을 생각한다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기획식 누드 촬영은 지양돼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골프 누드는 골프 문화의 다양성을 일깨운다는 차원에서 반길 일이다. 최근 골프장 내 그린콘서트, 재즈공연, 미술전시회, 발레공연 등 골프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골프 이미지 고양이라는 측면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들 행사 역시 골프 문화를 고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이뤄진다면 전혀 반길 일이 아니다.

    얼마 전 국내 최초로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체모가 여과 없이 드러난 영화가 상영됐다. ‘팻걸(fat girl)’이란 제목의 영화로 그동안 금기시된 장면이 삭제되지 않고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들은 “남자의 성기, 여성의 체모가 드러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영화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가, 얼마만큼 예술적으로 표현했느냐가 문제다”고 평가한다.



    정아름의 골프 누드가 ‘겨우’ 눈요깃거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평가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촬영 중 골프장 관계자가 포르노를 찍는 줄 알고 따라다녔다’거나 ‘ 25억원짜리 최고급 요트에서 늘씬한 미녀가 촬영했다’는 등의 상업적이고 감각적인 내용보다는 좀더 예술적인 컨셉트로 홍보한다면 어떨까.

    여체(女體)만큼 완벽한 예술품은 없다고 한다. 여체를 모티브로 코카콜라병이 탄생했고, 바이올린이 만들어졌으며, 골프 코스도 꾸며졌다. 다시 말해 여체는 인간이 끊임없이 닮고 싶어하고 갈구하는 이상향이다. 그렇기에 여체를 통한 창작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골프 누드 역시 많은 이들에게 휴식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적 승화라면 반기고 또 기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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