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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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영화관

‘밀정’ 송강호냐 ‘고산자’ 차승원이냐

추석 극장가 눈여겨볼 남자 vs 남자… 외화와 어린이 영화도 볼거리 풍성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6-09-09 16: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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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추석 극장가에서 주목할 만한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남자 vs 남자’다. 한국 영화의 중추라고 할 만한 두 감독 강우석과 김지운이 먼저 대결에 나섰다. 9월 7일 추석을 앞두고 두 감독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한 것.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이 바로 그것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의 첫 번째 사극이자 스무 번째 작품이다. 제목이 보여주듯,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의 삶을 다뤘다. 때는 1800년대 후반, 홍경래의 난이 일어날 만큼 민심이 어수선하다. 하지만 바야흐로 격동기, 서구세력이 점차 조선에 손을 뻗는다. 아들 고종을 앞세운 흥선대원군은 왕권 회복이라는 야망을 드러내고, 당시 수권 세력이던 김씨 가문은 이를 내버려두지 않으려 한다. 천주학, 실학 같은 새로운 학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그 무렵, 김정호는 ‘지도에 미친 남자’로 등장한다.



    정면승부, 강우석 대 김지운

    김정호 역은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등을 통해 어느새 친근한 예능인으로 자리 잡은 차승원이 맡았다. 차승원은 지도밖에 몰라 스스로를 ‘지도꾼’이라 부르는 인물로 등장해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다. 전국 명지를 돌며 카메라에 오롯이 담아낸 노력과 그 면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거구인 차승원이 사극에서 중년 남성이자 아버지로 분한 연기 변신을 볼 수 있다.

    영화는 주로 지도를 정치 및 권력에 이용하려는 김씨 가문과 흥선대원군의 갈등에 끼어들게 된 평범한 남자 김정호의 고뇌, 아픔을 보여준다. 사실 김정호와 관련해 전해지는 기록이 거의 없다고 한다. 김정호가 평민 출신이 아닐까 예측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강우석 감독은 훨씬 더 자유롭게 김정호를 그려냈다. ‘삼시세끼’식 농담으로 배우 차승원 개인의 캐릭터를 살리기도 하지만, 이것이 김정호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전반부 코미디, 후반부 비극이라는 한국 영화 구성의 정공법으로 관객에 호소하는 작품이다.



    추석 극장가를 찾은 두 번째 남자는 ‘달콤한 인생’(2005),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다. 그는 남자 영화를 만드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주연 송강호와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네 번째 만남이다. 이번엔 일제강점기 경성과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택했다. 제목 ‘밀정’이 암시하듯 스파이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스파이가 무척 흥미롭다.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항일도 하는, 매우 민감하면서도 독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옷을 입고 항일의열단을 돕는 복잡다단한 배역을 송강호가 해낸다. 송강호는 더는 보여줄 게 없는 배우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많은 부분을 갖고 있음을 이 영화 ‘밀정’이 확인케 해준다.

    ‘밀정’은 무엇보다 스파이 영화다. 항일의열단과 일본 경찰의 화끈한 액션 장면도 있고, 숨 막히는 추격전과 은닉, 은폐 작전도 펼쳐진다. 장르적 쾌감을 주면서도 인물 묘사나 주제의 무게가 모두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송강호를 비롯해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 역을 열연한 한지민, 새로운 의열단 행동대장으로 분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공유, 우정 출연이라고 하기엔 영화의 중심축을 맡은 이병헌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영화 ‘암살’에 카메오 조승우가 있었다면 ‘밀정’에는 이병헌이 있는 형국이다.



    ‘인생 영화’의 부활, 명장의 재림

    두 남자의 대결을 관람했다면, 이번엔 남자들이 ‘잔뜩’ 등장하는 외국 영화를 살펴보자. 9월 14일 개봉하는 ‘매그니피센트 7’은 본격 웨스턴 무비, 즉 서부영화다. 우리에겐 ‘황야의 7인’으로 잘 알려진 작품의 2016년판 리메이크 작이다. 덴절 워싱턴, 크리스 프랫, 이선 호크 등 출연 배우의 면면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에 더해 이젠 할리우드에서 당당히 주연급으로 자리 잡은 이병헌이 ‘빌리 락스’ 역으로 출연한다. 1879년 선량한 사람들의 복수를 위해 나선 황야의 7인, 무법자들이 정의를 추구하는 풍경이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작품 ‘벤허’도 추석 극장가를 찾아온다. 21세기 할리우드의 최신 촬영기술과 편집의 힘으로 새롭게 태어난 ‘벤허’다. 1959년 작 ‘벤허’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그린 영웅 대서사시였다면, 올해 벤허를 연출한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은 액션 영화에 대한 장기를 십분 발휘해 훨씬 더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활극을 만들어냈다. 과거 ‘벤허’는 할리우드의 영화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벤허’에 출연한 배우만 10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하기에 얼마나 장대한 작품이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새로운 ‘벤허’는 기술 혁신을 통해 종래의 한계마저 뛰어넘었다. 화려한 현대 기술로 창조된 ‘벤허’가 어떤 감동을 줄지 주목된다.

    영화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진보적 희망을 설파해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도 추석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무어 감독은 그동안 미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줄기차게 고발해왔는데, 이번엔 시민들의 직접 민원을 듣고 해결해준다. 세계 각국의 좋은 정책은 모조리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서는 그가 양성평등, 학교급식, 교육제도 등에 대해 던지는 농담은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다.  

    영화계 ‘투덜이’이면서 영원한 냉소적 낭만주의자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도 눈길을 끈다. 제69회 칸영화제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미국의 화려하던 사교계를 일컫는 말. 앨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뉴욕 남자 바비와 할리우드 여자 보니를 통해 미국의 꿈과 욕망이 한껏 부풀던 시절, 재즈 에이지 시대의 미국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얘들아, 극장 가자

    2010년 팀 버턴 감독이 연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이번엔 버턴이 제작을 맡고 제임스 보빈 감독이 연출했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되돌아가 위기에 빠진 모자 장수를 구하는 내용. 조니 뎁, 앤 해서웨이, 미아 바시코프스카, 헬레나 보넘카터 등 과거 ‘앨리스 사단’이 돌아와 흥미로운 환상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버턴 감독은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 직접 연출한 작품으로도 한국 관객과 만난다. 동화적 상상력을 배경으로 한 실사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그것이다. 시간의 문을 통과해 미스 페레그린을 만난 아이들은 무한 반복되는 하루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비밀스러운 페레그린의 이야기는 총천연색 판타지로 그려지는데, 버턴 감독만의 유니크한 상상력과 기괴한 동화적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긴 연휴 동안 아이들이 관람할 만한 영화가 많다. ‘장난감이 살아있다’는 위기에 빠진 마을을 지키려고 장난감들이 깨어나 모험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후안 호세 캄파넬라가 감독을 맡았고, 올여름 ‘마이펫의 이중생활’로 화제를 모았던 ‘미니언즈’ 제작진이 참여했다. 또 한 편의 애니메이션 ‘로빈슨 크루소’는 잘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미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벤 스타센 감독의 신작. 인간 로빈슨 크루소가 처음 만나는 무인도 동물들의 귀여운 면면이 따뜻한 웃음을 자아낼 듯하다.

    애니메이션 ‘드림 쏭’도 주목할 만하다. 뮤지션을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주인공 버디가 집을 떠나 대도시로 향하고, 그곳에서 톱스타 앵거스를 만나며 펼쳐지는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벅스 라이프’ 등을 만든 픽사의 애시 브래넌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꿈은 이루어진다’로 요약되는 그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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