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8

2004.06.10

‘한국 톱10’… 가자! 아테네로

올림픽 발상지 108년 만에 뜻 깊은 대회 … 8월13~29일까지 28개 종목 301개 금메달 놓고 격돌

  • 기영노 / 스포츠평론가 younlo54@yahoo.co.kr

    입력2004-06-02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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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테네올림픽은 4년마다 으레 치러지는 올림픽이 아니라 올림픽 발상지에 금의환향하는 매우 의미 있는 올림픽이다. 아테네에서 시작된 근대올림픽이 지구를 돌고 돌아 108년 만에 아테네에서 다시 열리기 때문이다.

    8월13일부터 29일까지 17일간 열리는 제28회 올림픽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개최지이자 2700년 전 고대올림픽이 열렸던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다. 파르테논 신전으로 상징되는 아테네는 곳곳에 고대 유적지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고대 유적과 함께 생활하는 아테네 시민들은 이번 올림픽을 ‘인간 중심의 올림픽’으로 만들려 한다.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ATHOC)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의 올림픽을 중간결산하고 아테네가 올림픽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최대한 부각시킬 계획이다. 성화 봉송부터 전 세계의 올림픽 개최지를 모두 순회하도록 했다. 1988년 제24회 올림픽 개최지인 서울에는 6월7일 성화가 찾아온다. 올림픽의 상징인 마라톤도 기원전 490년 아테네 병사 필리피데스가 달렸던 마라톤 평원의 코스를 그대로 달려 제1회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었던 파나니타이코 스타디움에 골인하도록 설계했다. 파나니타이코 스타디움에서는 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양궁경기가 열린다.

    이번 올림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모두 28개 종목의 경기가 열리지만 금메달 수는 조금 더 늘어나서 301개다. 7월21일 최종 엔트리가 마감돼야 정확한 출전국과 선수단 규모가 드러나겠지만 이번 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회원자격이 복원된 이라크를 포함해 200개국 넘게 출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 숙박, 더위 3중고에 테러 비상



    이번 대회는 교통, 숙박, 더위 등 ‘3중고’ 해결이 성공의 관건이다. 그리스 인구 1050만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0만명이 밀집해 있는 아테네는 평상시에도 홀짝제를 실시하지만 대부분 가정이 2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어 3~4km를 가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게 보통이다. 특히 한여름 35℃를 넘는 폭염과 숨막히는 도시 매연,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몰려드는 올림픽 가족들까지 어우러지면 아테네는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숙박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일반 호텔의 하루 숙박료가 100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정부와 ATHOC가 유람선 5대를 피레우스 항구에 정박시켜 호텔로 활용하고 3만여 가구에 민박 허가를 내줬지만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올림픽의 가장 큰 적은 테러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올림픽 단일대회 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7개)을 획득한 미국의 마크 스피츠가 5월 초 “테러 위협 때문에 미국의 아테네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물론 미국이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테러가 올림픽의 가장 큰 적으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IOC는 뮌헨올림픽 때 팔레스타인 게릴라 단체인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를 침입해 이스라엘 선수와 임원 11명을 숨지게 한 사건을 기억한다. IOC는 올림픽 최대의 비극적인 이 사건을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 이번 대회도 테러 없는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기간 동안 각국 대표선수와 취재진뿐만 아니라 경찰들도 자체합숙시설에 머물며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킬 예정이다. 1000여명의 경찰이 머물 수 있는 합숙촌(빌리지)도 마련된다. 또한 그리스 군대는 아테네올림픽 기간에 그리스 철도망, 저수지, 터널 등 예민한 지역의 안전을 책임질 예정이다.

    테러범들의 타깃이 될 ‘왕따 미국’은 자국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연방수사관을 아테네에 파견할 예정이다. 몸값이 비싼 미국 남자프로농구(NBA) 선수 등 850명의 미국 선수단은 안전을 위해 퀸 엘리자베스 2세 호텔에 머무는 등 선수촌 밖에서 묵을 예정이다. 미국의 눈치를 봤는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아테네올림픽이 개최되는 동안 안전을 위해 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배치하기로 했다. 유럽 전체가 아테네올림픽 안전을 위해 비상근무에 돌입하는 것이다.

    중국 사상 첫 종합 1위 일낸다?

    올림픽은 국가 간의 대결이 아니다. 전국체육대회처럼 종합시상제가 없다. 개인과 팀에 메달과 상장(8위까지)을 줄 뿐이다. 국가별 순위는 다만 각 나라 매스컴에서 편의상 메달 순위로 종합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금메달 우선 원칙에 의해 은메달이 아무리 많아도 금메달 1개에 미치지 못하고, 동메달이 100개라도 은메달 1개보다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유럽 등 몇몇 나라는 금, 은, 동메달을 똑같이 취급해 금, 은, 동메달을 합해서 메달 몇 개 등으로 순위를 정한다. 아무튼 이제까지 올림픽은 미국과 구 소련이 종합 우승을 나눠 가져왔다. 1908년 4회 런던대회 때 영국, 36년 베를린대회 때 독일 등 두 차례만 예외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이 드디어 세계스포츠계의 지존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중국은 84년 LA올림픽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금메달 15개로 종합 4위를 차지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개최국 한국의 경기력에 주눅이 들어 금메달 5개로 11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6개로 다시 4위로 올라섰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도 금메달 16개로 4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4위의 벽을 넘어선 대회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으로 금메달 28개로 3위를 차지했다. 단골 3위인 독일을 제친 것이다. 더구나 1위 미국(금메달 39개), 2위 러시아(금메달 32개)에 각각 11개, 4개가 뒤졌을 뿐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며 경기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강세를 보여온 배드민턴(4개) 탁구(4개) 역도(6개) 사격(5개) 체조(3개) 등에서 최소 22개가 넘는 금메달을 따고 그밖에 펜싱 복싱 레슬링 육상 수영 태권도 유도 등에서도 1~2개씩의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 구기종목인 여자배구 여자하키 여자축구 등도 금메달이 유력해 최소 35개, 최대 40개의 금메달로 미국과 러시아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8년 만에 종합 10위 가능할까?

    한국은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건국 이후 처음 금메달을 따낸 이후 매 대회마다 금메달을 따왔다. 84년 LA올림픽 때는 금메달 6개로 종합 10위를 차지해 ‘톱 10’에 들었고,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금메달 12개로 4강에 올랐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2개를 따냈으나 순위가 7위로 밀렸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금메달 7개로 겨우 10위에 턱걸이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배드민턴과 탁구에서 중국에 밀리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금메달 8개로 금메달 11개씩을 따낸 쿠바 영국 루마니아에 밀려 12위에 그친 것.

    한국은 아테네올리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넘겨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8년 만의 ‘톱 10’ 진입을 노리고 있으나 목표 달성 여부는 중국과의 승부에 달려 있다. 태권도, 양궁, 레슬링, 유도 등의 메달 목표에는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배드민턴, 탁구, 사격, 체조, 펜싱 등 5개 종목에서 중국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 5개 종목 모두 한국과 중국이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 정상을 다투고 있어 ‘톱 10 진입’은 중국과의 대결이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아테네에 뜨는 별은?

    올림픽 스타는 개인종목에서 나온다. 이제까지 농구, 배구, 축구, 하키, 핸드볼 등 구기종목에서 스타가 나온 경우는 거의 없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NBA의 드림팀이 농구에 출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그들이 새롭게 스타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개인종목은 다관왕이나 육상 100m, 마라톤 같은 의미 있는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가 스타플레이어로 탄생한다. 36년 베를린올림픽의 육상 4관왕 제시 오웬스, 60년 로마올림픽과 64년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에티오피아의 비킬라 아베베, 72년 뮌헨올림픽의 수영 7관왕 마크 스피츠, 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체조 3관왕 나디아 코마네치 등이 올림픽이 배출한 별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 스타플레이어 후보에는 누가 있을까?

    여자 선수로는 미국의 주부 스프린터 매리언 존스가 1순위다. 매리언 존스는 최대 라이벌 켈리 화이트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최대 4관왕까지 가능하다. 여자육상 100m 200m 400m 계주는 떼놓은 당상이고 멀리뛰기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매리언 존스의 남편인 팀 몽고메리는 남자육상 100m에서 9초78의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어 부부를 합치면 최대 5관왕까지 가능하다. 남자육상 100m 우승자는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관심을 모으는데 미국의 팀 몽고메리, 모리스 그린, 버나드 윌리엄스, 세인트 키츠, 킴 콜린스의 5파전이 예상된다.

    남자 수영에서는 미국의 신예 마이클 펠프스와 호주의 영웅 이언 소프의 다관왕 경쟁이 관전 포인트. 두 선수 모두 최소 3관왕 최대 5관왕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나이를 가리는 남자 역도 무제한급에선 전대미문의 기록 500kg(인상과 용상의 합계)에 도전하는 이란의 호세인 레자라데가 관심을 모은다. 현재 472.5kg의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최고기록을 무려 27.5kg 경신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남자 마라톤의 세계기록 보유자 케냐의 폴 터갓과 생애 33번째 레이스를 올림픽 금메달로 장식하려는 한국의 이봉주의 맞대결도 관심거리다.

    아테네에서 처음 생기는 일은

    남자 선수가 여자 종목에 출전한다. IOC는 성전환 수술을 한 뒤 2년 넘게 호르몬 치료를 받은 성전환 선수의 출전을 허락했다. 하리수가 여자유도나 여자축구 같은 종목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에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남아 있다면 여자유도 같은 투기종목은 물론이고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종목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으로 성전환 한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의 점유물이었던 기계체조 다이빙에서조차 유리하지 않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종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여자 레슬링이다. 국제레슬링연맹은 자유형 8개, 그레코로만형 8개 등 모두 16개 종목이던 남자 레슬링을 14개 종목으로 줄이고 대신 여자 레슬링 4개 종목을 신설했다. 여자 레슬링은 자유형 경기만 열리는데 한국에선 55kg급의 이나래(평창군청)가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나래는 대진 운까지 좋아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첨단 과학소재가 등장한다. 특히 기록 종목에선 바람과 물의 저항을 줄여 선수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발된 유니폼이나 스포츠 장구가 세계신기록을 만들어낸다. 세계적 수영복업체인 스피도는 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벌써부터 ‘패스트스킨 FS 2’를 출시했다. 패스트스킨은 인체와 물의 마찰력을 최대한 줄인 최첨단 수영복으로 미국 수영대표 마이클 펠프스가 입고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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