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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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매매 교사 뭘 가르치나

2002년 원주시 초등교사 등 5명 벌금형 … 강원도 교육청 복직시켜 타 시·군으로 발령 계속 근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5-20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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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성년자 성매매 교사 뭘 가르치나

    미성년자 성매매가 심각한 가운데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육자가 다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만약 제자뻘 되는 미성년자를 돈으로 매수해 수차례 성관계를 한 교사와 교육청 직원이 죄과가 밝혀진 후에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면?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반신반의하겠지만, 이는 엄연히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실이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이런 ‘엽기’ 교사와 직원들이 현재 강원도교육청 산하 각급 교육청과 중ㆍ고등학교에서 버젓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002년 5월4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청소년 성 매수)로 강원 평창경찰서에 붙잡힌 인물들로, 당시 원주시내 초등학교 교사 1명과 고교 교사 1명, 원주시교육청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청 직원 3명 등 모두 5명이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1999년 말에서 2002년 3월 말까지 3~10회에 걸쳐 원주시 N유흥주점에서 미성년자인 김모양(당시 17살)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한 혐의. 특히 장학사 박모씨(46)는 윤락 횟수가 많아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 직후 원주시 교육장에 의해 직위해제됐던 이들은 그 해 9월1일 형이 벌금형으로 확정되면서 모두 다른 학교나 교육청으로 복직됐다. 그들에게 내려진 교육청의 징계는 감봉 1개월과 견책처분이 전부였다. 특히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던 박씨는 불구속 기소된 뒤 오히려 고등학교 교사로 발령이 났고, 나머지 교사 2명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복직 발령이 났다. 이중 초등학교 교사는 부임 일주일 뒤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직했지만 장학사 출신 박씨와 중학교 교사 이모씨, 교육청 직원 2명은 아직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문제는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후 발생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으로 사건이 넘어가자 이들 교사와 직원들은 경찰에서 한 진술을 바꿔 “윤락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양이 미성년자인 줄 전혀 몰랐다”고 딱 잡아뗐다. 수십 차례 유흥주점을 드나드는 동안 김양이 미성년자인 줄을 전혀 몰랐다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평창경찰서 형사계 김모 형사는 “김양은 누가 봐도 미성년자인 줄 알 정도로 앳된 모습이 확연했다”며 “그들이 윤락업주에게 스스로 미성년자 접대부를 요구했으면서 ‘몰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펄쩍 뛰었다.

    윤락방지법 적용 약식 기소



    어쨌든 검찰은 ‘무슨’ 영문인지 이들 교사와 교직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소년 성보호법 대신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하 윤락방지법)을 적용해 이들을 약식기소한 후 100만~400만원의 벌금형에 처했다. 검찰의 논리는 윤락행위를 한 교사나 교육청 직원이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으니 청소년 성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발표 당시 재빨리 교사와 교육청 직원을 직위해제했던 강원도교육청과 원주시교육청은 벌금형이 확정되자 이들을 곧바로 복직시켰다. 그것도 이들의 비위 사실을 주변 사람이 알 수 없도록 다른 시ㆍ군으로 발령을 내 근무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 강원도교육청 측은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 징계에 관한 규정상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와야만 파면이나 해임할 수 있는데 벌금형이 나왔기 때문에 복직 처분을 내렸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의 교사 등은 적용 법률이 윤락방지법으로 바뀌면서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신상공개 대상에서도 빠졌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은 청소년 성보호법에 의해 처벌이 확정된 사람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황의수 청소년보호위원회 사무관은 “결과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같은 미성년자 성 매수 사건이라 하더라도 윤락방지법이 적용되면 신상공개 대상자에서 빠지는 폐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버젓이 교단 활보 이해 못할 일”

    실제로 서울지역의 박모 교사(33)와 인천지역의 남모 교사(33)는 강원도 지역의 교사와 같이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받고도 지난해 지난해 12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공개한 제5차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포함됐음은 물론, 그 때문에 관할 교육청에 의해 파면됐다. 파면은 해임과 달리 퇴직금의 3분의 2를 받을 수 없는 가혹한 처벌이다. 박씨는 2001년 11월에 14살 여자 청소년을 매수해 한 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고, 남씨는 2002년 3월과 4월 두 차례 13살 여자 어린이에게 돈을 주고 윤락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100만원과 4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죄질로 보면 3~10회 넘게 청소년을 성 매수한 강원도의 교사, 교직원들이 훨씬 나쁘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던 셈이다.

    검사의 재량으로 신상공개의 처벌은 모면했다 해도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한 각 교육청의 처벌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형봉 인천시교육청 교육인적자원과 장학사는 “금고 이상의 형에 한해 파면·해임할 수 있다는 것은 법률에 의한 처벌의 일환이지만, 교육감에겐 교육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더 이상 교사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직원을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파면ㆍ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다”며 “이는 일종의 행정적 처벌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가 학교나 교육기관에 그대로 근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못박았다. 남씨와 박씨는 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두 교육청의 징계위원회를 통해 파면됐다. 따라서 강원도의 교사와 교직원은 교육감의 재량으로 그대로 교육공무원 생활을 하며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미성년자 성매매 교사 뭘 가르치나

    한 시민단체에서 자신의 성매매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

    문재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나이, 직업, 범죄사실 요지만 공개하는 현재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존재를 홍보하려는 쇼에 불과하다”며 “신상공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미국의 메건법(Megan’s law·성범죄자석방공고법)처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관리와 함께 그들에 대한 신상공개를 또 하나의 법상 형벌로 규정해 재판관이 직접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재판관의 재량으로 하면 청소년 성보호법 처벌 대상이 검사의 재량에 따라 윤락방지법으로 둔갑해 신상공개 대상에서 빠지거나 신상공개에 대한 반인권 논란도 피할 수 있다는 것. 또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검사의 약식기소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재판관은 이를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문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의수 사무관은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고위험군에 대해 얼굴과 실제 거주지를 공개하는 등 신상공개의 수위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해서는 형량에 관계없이 취업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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