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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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제환경 힘들지만 아직은 희망을 얘기할 때”

바른 대중경제 전도사 자처한 조원경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 세종=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6-09-02 16: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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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을 만드는 관료와 정책 수혜 대상인 국민의 간극은 꽤 크다. ‘국민은 개, 돼지’라고 한 어느 공무원의 발언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국민은 관료를 ‘다른 행성에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중경제서를 통해 부단히 국민과 간극을 좁히려는 경제 관료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 세 번째 대중경제서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을 출간한 조원경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장급·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이론과 현실의 만남

    8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조 국장은 대중경제서를 쓰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일반 국민이 읽을 만한 제대로 된 대중경제서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서점의 경제서적 코너에 가면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관련 책만 쌓여 있습니다. 대중경제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업적을 길게 나열한 책이 적잖습니다. 딱딱한 경제이론을 현실에 접목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양극단은 비단 정치와 이념 갈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형서점 경제서적 코너에서도 우리는 쉽게 양극단을 경험할 수 있다. 사람이 자주 오가는 통로에는 재테크 관련 책만 눈에 띈다. 손쉽게 책장을 넘기지만 경제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각종 경제학 서적이 꽂혀 있는 안쪽으로 다가가면 딱딱한 제목만큼 난해한 내용이 초장부터 기를 죽인다. 분명 한글이지만 몇 번을 읽어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책들이다. 양극단의 경제서적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그의 책은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경제현상을 관통하는 지적 영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역시 대중경제서는 가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주제를 골라 대중의 언어로 쉽게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그의 생각은 ‘지적 자기만족’에 매몰된 경제학계나 관료사회 분위기와는 배치된다. 그동안 많은 경제관료와 교수가 전문적인 경제서적을 쓰는 데 주력해왔다. 대중경제서를 쓰더라도 지나치게 현학적인 표현이 많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일각에선 현직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대중경제서를 쓰는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그는 “관료가 대중과 소통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반박한다.

    “관료들이 정책을 만들지만 정책의 최종 수요자는 국민입니다. 국민이 정책과 교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관료 책임입니다. 이미 외국에선 관료들이 언론에 기고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국민에게 다가갑니다. 저는 저술도 대국민 소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그의 책은 단순히 경제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이 경제이론을 도구 삼아 우리 경제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도 자연스레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그 정책의 가타부타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 판단은 오롯이 독자 몫이다.

    “이번에 출간한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석학 22명의 이론을 우리 사회 현실에 접목했습니다. 사상 최대치의 청년실업, 기업 구조조정, 양극화, 저성장 등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를 앞에 두고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제 나름의 화두를 독자에게 던진 겁니다.”

    조 국장은 독자가 각종 화두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진정한 ‘경제공부’라고 강조한다. 그는 “각종 경제이론이 차가운 이성이라면 독자가 맞닥뜨릴 현실은 뜨거운 감성”이라며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는 수학 공식처럼 이성에만 치우쳐 있다. 경제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이 둘을 잘 조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료로서 쌓은 경험이 경제이론에만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990년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며 관세, 물가, 복지, 소비자, 국제금융, 통상, 대외경제 관련 업무를 두루 수행해온 데 대한 설명이다. 그는 여러 업무를 다루고 고민을 많이 한 덕에 현실과 이론을 적절히 접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많은 후배 관료가 다양한 경험을 쌓아 ‘세종 갈라파고스’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경험 쌓아 ‘세종 갈라파고스’ 극복해야

    “저는 국가에 많은 빚을 졌습니다. 국가가 유학을 보내주고 국제기구에서 근무할 기회도 줬습니다. 낯선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낯선 것과의 만남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은 채 익숙함에 빠져들면 그것이 곧 매너리즘입니다. 편안함에 익숙해지려 하고 현재 테두리에 머무르려 한다면 갈라파고스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의 저서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자 케인스 얘기로 시작해 정확하게 300쪽에서 끝난다. 프롤로그 ‘나는 돈 때문에 케인스를 죽였다’는 다소 과격하다. 숨 가쁘게 경제석학 22명을 만나고 나면 에필로그 ‘우리는 정말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까’가 이어진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아버지 세대와 새장 속에 갇힌 삶을 답답해하는 아들 세대의 대화가 이 장(章)의 내용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희망을 노래한다. ‘우리가 서로의 입장을 상대편에서 서서 조금만 더 이해하고 든다면 국가 간에도, 세대 간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벌어진 틈을 좁혀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당초 그는 어두운 끝맺음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아름다운지 자신할 수 없었던 탓이다.

    “처음엔 21세기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가가 스티브 잡스를 향해 ‘당신 때문에 직업을 잃은 사람과 그 가족을 생각해봤느냐’고 소리치며 총을 쏘는 쇼킹한 결말을 생각했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불평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상실 문제 등을 감안하면 결코 미래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마지막에 아직은 희망을 얘기할 때라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러면 케인스가 얘기하던 번영을 우리 후손들도 누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나름의 노하우가 쌓인 덕일까. 첫 번째 책보다 두 번째 책이, 두 번째 책보다 세 번째 책이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이미 네 번째 책에 대한 구상에 들어갔다.

    “요즘 결혼을 포기한 젊은이가 많은데 이들의 사정을 게리 베커의 비용-편익 분석으로 따져볼 생각입니다. 또 북핵 문제를 게임이론 대가인 토머스 셸링을 통해 접근하려 합니다. 요즘 기본소득 문제가 핫이슈인데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이제는 ‘대중경제 전도사’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는 ‘바른’이란 단어를 붙여달라고 했다.

    “결국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겁니다. 저는 관료이지만 작가이고 또 국민이기도 합니다. 대중경제서를 통해 국민에게 화두를 던지고 현재 우리가 어떤 현실에 처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로 ‘바른’ 대중경제 전도사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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