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5

2003.10.16

우리도 이제 ‘과학위성 시대’

우주관측용 첫 위성 궤도 진입 성공 … 지구 주위 돌면서 2년간 임무 수행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입력2003-10-09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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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이제 ‘과학위성 시대’

    9월27일 북극해 근방에 위치한 플레체스크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고도 690km의 원형궤도에 올려진 국내 최초의 우주관측용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1호`.

    ”드디어 교신에 성공했습니다!”자정 무렵 기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연구원의 목소리는 작지만 또렷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떨쳐버린, 기쁨에 찬 음성이었다.

    9월29일 오후 11시24분. 거듭되는 교신 실패에 따른 초조감이 감도는 가운데 11번째 교신을 시도한 지 5분 만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지상국 수신모니터에 위성이 보내는 신호가 잡혔다. 한국 주도로 처음 발사한 우주관측용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1호가 처음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오는 순간이다. 10전11기 끝에 거둔 값진 성공이었다.

    과학기술위성 1호는 9월27일 러시아 플레체스크 우주센터(이하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러시아 발사체 코스모스로켓에 실려 발사된 이후 56시간 동안 교신이 이뤄지지 않아 관계자는 물론 온 국민을 초초하게 만들었다. 한때 일각에서는 위성이 사실상 ‘우주미아’가 된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흘러나왔다.

    먼저 우여곡절 끝에 교신에 성공한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이현우 박사는 “우리별 2호 때도 다섯 번 시도 끝에 위성과의 교신에 성공한 적이 있고 선진국에서도 초기 교신 실패는 잦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기술위성 1호의 경우 초기 교신 실패의 주된 원인은 러시아에서 받은 위성의 궤도 정보가 부정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우주센터측은 “과학기술위성 1호가 발사된 후 35분 만에 고도 690km에서 성공적으로 로켓에서 분리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로켓과의 통신이 지연되고 있다며 발사 이후 2시간이 지나서야 우리측에 전달할 때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고, 초기 교신이 실패하자 당초 계획대로 위성이 발사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10차례 교신 실패 … 관계자들 애태워

    설상가상으로 네 차례의 교신 시도 결과 위성의 UHF 송신기에서도 이상이 확인됐다. 이박사는 “발사 초기에 받은 충격으로 가스가 차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5차 교신 시도 때부터는 위성의 또 다른 교신채널인 S밴드를 사용했다. S밴드는 UHF보다 통신 주파수가 높아 송수신에 유리한 2㎓ 대역이지만, 위성에 대한 정확한 궤도정보가 필요한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위성의 궤도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후 이루어진 여섯 차례에 걸친 교신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때부터 인공위성연구센터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대학교 등에 소속된 전문가들로 대책반이 구성돼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기술지원 활동을 펼쳤다. 또 과학기술위성 1호의 정확한 궤도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북미우주방위사령부(NORAD), 타 위성 지상국과 긴밀하게 협조했다.

    사실 과학기술위성 1호는 러시아, 영국, 나이지리아 등의 위성 5기와 함께 코스모스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북미우주방위사령부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크기 10cm 이상인 인공물체를 추적해 궤도정보를 공개하는데, 코스모스로켓에서 분리된 6기의 위성도 북미우주방위사령부의 추적 대상이었다. 북미우주방위사령부는 코스모스로켓 발사 초기에 위성 1기의 궤도정보만 공개했고, 하루 정도가 지나자 위성 6기의 궤도정보를 모두 공개했다.

    인공위성연구센터 유광선 박사는 “하지만 6기 가운데 어느 것이 우리 위성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교신이 지연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우주방위사령부는 로켓에서 분리된 순서대로 위성을 추적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과학위성 시대’

    연구원들이 과학기술위성 1호에 탑재될 우주망원경인 원자외선 분광기(FIMS)를 조립하는 모습.

    러시아 현지에서 위성 발사를 지켜보았던 관계자들의 주장도 도움이 됐다. 이들이 6기의 위성이 세 번에 걸쳐 분리됐는데, 과학기술위성 1호는 첫번째 그룹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온 것이다. 또 교신에 성공하기 1시간 반 가량 전인 29일 오후 10시경에 영국 서레이 대학에서 자국의 위성 3기에 대한 궤도정보를 보내온 것이 과학기술위성 1호의 위치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공위성연구센터 지상국은 과학기술위성 1호와의 교신에 성공한 후 위성의 자세, 각 부분의 온도, 제어컴퓨터의 운영상태 등을 점검했다. 유박사는 “점검 결과 위성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학기술위성 1호는 고도 690km의 원형궤도를 따라 하루 14회 정도씩 지구 주위를 돌면서 최소 2년간 임무를 수행한다. 이후의 상황은 인공위성연구센터 홈페이지(http://satrec. kaist.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학기술위성 1호는 우리별 1·2·3호에 이은 우리별 4호에 해당하는 무게 106kg의 소형 위성이다. 이 위성은 단순 지구관측용 우리별, 방송통신용 무궁화위성, 지도제작용 아리랑위성과 달리 우주관측용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위성 가운데 최초의 우주관측용 위성이기도 하다.

    개발중인 2호는 국내에서 발사 계획

    과학기술위성 1호는 1998년 10월에 개발에 들어가 5년에 걸쳐 116억9000만원이 지원되면서 완성됐다. 전체 개발사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했고 위성의 본체는 인공위성연구센터가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의 모든 과정을 담당했다. 위성에 실린 탑재체는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천문연구원, 서울대,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등이 참여해 개발했다.

    우리도 이제 ‘과학위성 시대’
    과학기술위성 1호의 탑재체 가운데 ‘원자외선 우주분광기(FIMS)’가 가장 눈에 띈다. 이것은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 우주망원경이다. 우주망원경 FIMS의 개발에는 한국이 대부분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캘리포니아대가 기본 설계와 마지막 검사 및 교정에 참여했다. 또 미항공우주국(NASA)은 10억원 규모의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FIMS에서 나온 관측자료는 지난 8월 한국 과학기술부와 NASA 간에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공유한다.

    한국천문연구원 남욱원 박사는 “FIMS는 발사 후 최소 2년 동안 우주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세계 최초로 원자외선 영역에서 전체 하늘을 보여주는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생성과 진화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은하에 산재해 있는 고온가스의 구조와 분포, 그리고 물리적 성질을 알아낼 계획이다.

    또 과학기술위성 1호에는 극지방의 오로라를 관측함으로써 지구 주변의 우주환경을 파악할 ‘우주물리 시험장치’도 실려 있다.

    이제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위성으로 우주를 관측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우주를 들여다볼 ‘우리 눈’을 갖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부는 “한국이 과학기술위성 1호를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세계적 추세인 인공위성의 소형화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하게 됐다”며 “주탑재체인 원자외선 분광기 개발을 통해 첨단 우주기술을 확보하고 우주기술 선진국인 미국과의 협력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과학기술위성 1호의 후속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과학기술위성 2호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한국 위성 중 최초로 2005년 우리가 개발한 우주발사체에 실려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건설 중인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에는 자외선 태양카메라와 레이저 반사경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우주로 향한 한국의 발걸음이 점점 힘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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