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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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불안은 커지고 정보는 없고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4-10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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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질로 알려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사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는 3월 말부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4월7일 현재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비롯, 유럽 미국 호주까지 총 30여개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환자 수 2670명에 사망자만 96명. 4월4일 일본에서까지 사스로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한 비감염 국가로 남았다.

    국내에서 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것은 4월2일 김문식 국립보건원장이 “국내 사스 환자 발생은 시간문제”라고 밝히면서부터. 김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스의 감염원을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한 정체와 감염경로, 치료제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며 중국과 홍콩 등 감염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국민에게 권고했다.

    문제는 이렇듯 해외 신종 전염병의 국내 감염을 국립보건원(이하 보건원)이 미리 예단한 상황에서 보건원 내에 사스에 대한 자체 정보수집 기능이 전무하다는 점. 실명을 밝히기를 거부한 보건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 언론기관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오는 자료를 받아보고 있으나 감염원과 감염경로의 예측과 분석이 워낙 제각각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보건원의 사스에 대한 대책은 “손을 열심히 씻으라”는 말만 반복하는 수준으로 정작 이 질환이 호흡기를 통해 옮는지, 신체접촉을 통해 옮는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보건원 관계자는 “WHO는 처음에 사스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라티푸스 변종으로 예상한 반면 CDC는 이를 코로나의 변종으로, 중국 보건당국은 조류독감의 변종으로 생각하는 등 중구난방인 실정”이라며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유엔을 무시한 것과 같이 사스에 대한 정보에 있어서도 미국의 CDC가 WHO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 어느 쪽이 맞는지 국내 의료진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병원 감염내과 의료진들은 “국내 감염이 뻔한 상황에서 보건원이 왜 감염지역에 의료진을 급파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며 “이미 홍콩의 의료진이 사스에 감염됐다 완쾌한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체(항체)를 추출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직접 감염지역에 가서 감염 혈액 샘플과 항체 등을 받고,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에 동참하는 등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스를 최초로 보고한 WHO 관리가 사망한 소식에 보건원이 너무 겁을 먹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감염지역 여행객에 대해서는 공항과 부두에서 반드시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국내의 경우 서면질문만으로 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보건원의 한 관계자는 “보건원이 지금껏 그 어떤 전염병보다 대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렇게 앉아서 감염환자가 발생하길 기다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한편 치사율이 인플루엔자 독감의 치사율(4~5%)을 밑돌고, 지금껏 사망자도 대부분 합병증이 있는 노약자거나 의료 후진국의 환자, 초기대응 실패 환자라는 측면에서 그 위험이 너무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의 한 인사는 “환자의 96~97% 정도가 대중적 치료에 의해서 완쾌하는 점으로 미뤄 바이러스성 독감과 비슷한 신종 전염병의 위험성이 너무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며 “이라크전에 쏠린 세계인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으려는 미국과 유엔의 의도된 ‘호들갑’에 언론이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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