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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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울 부동산 삼키는 차이나머니

본토 한족들이 중국인 이용 상권지역 집중 공략…임대료 높아 공동화현상 부추겨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8-05 17: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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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메트로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서자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다. 알싸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지하철 입구 계단을 거의 다 올라오자 비로소 가게 간판들이 보였다. 간판에는 한자와 한글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었다. 대림역 12번 출구는 대림중앙시장과 연결된다. 8월 2일 저녁 8시 대림중앙시장은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크게 들렸다. 7호선 대림역에서 방금 나왔을 뿐인데 마치 중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서울 속 차이나타운인 대림동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한국인 건물주와 중국 동포(조선족) 건물주가 반반 공존했다면 최근에는 본토 중국인(한족) 건물주가 대거 늘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기존에는 대림동에 살던 중국인이 건물을 매입해 건물주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본토 중국인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 증가가 비단 대림동만의 일은 아니다. 화교가 모여 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이미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투자처다. 마포구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최근에는 인근 망원동까지 본토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울 중구 명동과 종로구 계동 한옥마을 등 중국인의 서울 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이 주로 관광을 오거나 모여 사는 곳 위주로 본토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차이나타운으로 변신, 임대료 상승 부추겨

    문제는 이들의 부동산 투자가 마포구 상수동(홍대 앞), 연남동, 망원동 일대 젠트리피케이션(공동화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중국인의 공격적인 투자가 홍대 인근 지역의 공동화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며 염려한다. 대림동 일대가 중국인 거리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로, 구로공단에 일자리를 구한 중국 동포(조선족)들이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중국인 거주자가 많아지니 자연히 이들 대상의 가게도 늘어났다. 한국에서 일하며 돈을 모은 중국 동포가 하나 둘 한국인 건물주로부터 가게를 임차해 중국인 대상으로 영업하기 시작했다. 일부 중국 동포는 아예 건물을 매입해 건물주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대림동 건물주가 대거 본토 한족으로 바뀌었다. 대림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모(44) 씨는 “2~3년 전부터 본토 한족의 건물 매입이 늘었다. 현재 대림동 상가 건물의 60% 정도가 한족을 비롯한 중국인 소유”라고 밝혔다. 이씨는 “한족이 건물 매입에 뛰어들면서 건물 가격과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 많이 오른 곳은 2~3년간 3~4배 뛰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대림동 부동산 투자는 2013년부터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영등포구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이 사들인 땅은 2013년 36필지, 2014년 74필지, 지난해 169필지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의 외국인 건축물 거래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이 영등포구에서 거래한 건축물은 2013년 164건, 2014년 205건, 지난해 30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 중 대부분은 중국인의 건물 매입으로 추정된다.

    본토 중국인의 공격적 투자에 대림동 인근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터줏대감들 중에는 건물을 팔고 그곳을 뜨는 경우도 많다. 대림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박모(50) 씨는 “중국인 부동산 투자자가 늘어나니 기존에 건물을 갖고 있던 한국인 건물주들도 건물을 파는 추세다. 중국인이 주를 이루는 거리인 만큼 한국인 건물주가 직접 가게를 열기 어려울뿐더러, 똘똘 뭉친 중국 동포 세입자를 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림동에 중국인이 늘어날수록 한국인 건물주의 부담은 가중됐다. 이 상황에서 2~3년 전부터 본토 투자자들이 건물을 높은 가격에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꽤 많은 한국인 건물주가 건물을 매각하고 대림동을 떠났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본토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 실태는 화교가 많이 모여 사는 연남동 일대와 근처 망원동도 마찬가지다. 연남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정모(45) 씨는 “지난해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식당이나 면세점을 열려고 공인중개사무소를 찾는 본토 중국인이 늘었다. 최근에는 연남동의 건물 가격이 너무 올라 인근 망원동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인의 마포구 부동산 거래량은 매년 늘고 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중국인의 마포구 부동산 거래는 2014년 18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24건이 거래됐다.

    부동산 전문가는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차이나머니를 따라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리서치센터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자문팀장은 “대림동, 연남동, 망원동 외에 명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이 있는 종로구 계동 등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에서 본토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의 처지에서 외국인인 한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곳에 투자하기보다 자국인을 겨냥한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중국인이 많이 사는 대림동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본토 중국인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는 자국민이 모이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친숙하다고 느끼는 친근성 편향의 투자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동선은 대부분 홍대 앞, 연남동, 망원동을 잇는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을 거친다. 따라서 이 동선에서 본토 중국인의 투자가 더욱 늘어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할 위험이 있다. 양지영 팀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양 팀장은 “연남동이나 망원동 일대에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면 건물 가격은 물론, 임대료도 함께 올라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망원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유모(47) 씨는 “중국인의 망원동 투자가 증가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공동화현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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