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9

2016.08.03

스페셜

리우에서 ‘10-10’ 쏴라

금메달 10개, 4회 연속 종합순위 10위권 진입 목표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6-07-29 17: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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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스포츠 빅이벤트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8월 6일 오전 7시 15분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개막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세계 3대 미항’이라 부르는 리우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이상 204개국)을 넘어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여 선수가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306개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새로운 세상(A New World)’을 공식 슬로건으로 내세운 리우올림픽은 불안한 치안과 테러 위협, 지카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 개막 전부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대회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120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대륙에서 열리는 제31회 리우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또 한 번 세계 톱10 진입을 노린다.

    대한체육회는 리우올림픽에 선수 204명, 임원 127명 등 총 331명을 파견한다.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꾸준히 금빛 낭보를 전해온 사격, 양궁, 유도, 태권도, 배드민턴, 레슬링 등 주요 유망 종목 중심으로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해 4회 연속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A New World)’

    개회식 한국 선수단 기수는 남자펜싱의 구본길(2012 런던 금1)이 맡고, 남녀 주장에는 사격의 진종오(2004 아테네 은1, 2008 베이징 금1, 2012 런던 금2)와 핸드볼의 오영란(1996 애틀랜타 은1, 2004 아테네 은1, 2008 베이징 동1)이 선정됐다.

    1979년생으로 한국 선수단 남자선수 가운데 최고령인 진종오는 최다(3개) 올림픽 금메달 보유자다. 전체 최고령(1972년생)인 오영란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을 시작으로 2000 시드니→2004 아테네→2008 베이징에 연이어 참가한 올림픽 최다 출전 선수다. 8년 만에 5번째 올림픽 무대를 노크한다. 역도의 원정식과 윤진희는 부부가 함께 리우올림픽에 참가하고, 탁구의 안재형 감독과 골프의 안병훈은 ‘부자(父子) 출전’이란 이색 영광을 안았다.



    한국은 1984 LA올림픽 종합순위 10위를 시작으로 2000 시드니올림픽(금메달 8개·종합 12위)을 제외하고 최근 7개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해 스포츠 강국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연속 톱10에 들었다. 특히 런던올림픽에선 역대 최다인 13개 금메달을 획득하며 1988 서울올림픽(종합 4위) 이후 가장 높은 종합 5위를 차지했다.

    사격에선 진종오가 금메달 사냥 선봉에 선다. 진종오는 권총 50m(200.7점·2013년 7월 7일)와 공기권총 10m(206.0점·2015년 4월 12일) 세계기록 보유자다. 2008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과 2012 런던올림픽 10m 공기권총·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50m 권총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이 역대 올림픽 사격에서 딴 금메달 6개 가운데 3개가 진종오의 손에서 완성됐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 1차 목표로 권총 50m 3연패를 설정했다. 그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세계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아울러 한국 선수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주인공도 된다. 진종오는 경험이 풍부하고 심리전에도 강해 약점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효자종목 양궁에선 기보배를 주목해야 한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양궁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기보배는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가 나뿐이라 후배들도 잘 이끌어야 한다”고 책임감을 내보이며 “그만큼 부담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양궁 여자 대표팀은 기보배 외에 장혜진과 최미선으로 구성됐다. 두 명은 올림픽 경험이 없다. 기보배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슬럼프가 찾아와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그가 개인전 2연패에 성공한다면 올림픽 역사상 양궁 개인전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딴 첫 선수가 된다. 세계양궁연맹(WA)은 4월 한국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를 전하며 가장 먼저 ‘기보배가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보배는 이와 함께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7회 연속 우승 기록도 이어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의 금 사냥꾼

    태권도는 중동과 유럽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여전히 잠재적인 ‘메달밭’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간판 이대훈이 일찌감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고 ‘금빛 발차기’를 준비해왔다. 샛별로 떠오른 남자 73kg급 안창림과 남자 66kg급 안바울이 버티고 있는 유도도 과거 메달밭의 영광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의 김현우와 사격 여자 25m 권총의 김장미(우리은행),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의 김지연(익산시청),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도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한다. 김현우는 런던올림픽 6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리우에서는 한 체급 올려 출전한다.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호흡을 맞추는 이용대와 유연성 조도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어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볼 수 있다.

    금지약물 복용 파문을 딛고 ‘이중 징계’ 논란 끝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마린보이’ 박태환도 눈길을 끈다. 2004 아테네올림픽이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박태환은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에선 두 종목 모두 은메달을 차지했다. 리우에서는 A기준기록을 통과한 자유형 4종목(100·200·400·1500m)에 모두 출전할 예정이지만, 주력 종목인 200m와 400m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도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한다. 구기 종목에선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을 노리는 남자 축구의 성적이 관심사다. 

    리우를 빛낼 왕별(★)들▼가장 빠른 사나이, 수영황제, 월드클래스 자매까지 볼거리 풍성 ▼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은 세계의 양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린다. 월드컵이 단일 종목인 축구만으로 전 세계인을 흥분케 한다면, 아마추어 종목까지 망라한 올림픽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축구뿐 아니라 각 종목의 다양한 별이 참가하는 진정한 스포츠 축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빛낼 월드 스타에는 누가 있을까.

    제일 먼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꼽을 수 있다. 볼트는 육상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리우올림픽에선 이 두 종목 외에 400m 계주 등 3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같은 3종목에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던 볼트는 리우에서 ‘3회 연속 3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도전한다. 올 시즌 볼트의 100m 세계랭킹은 4위, 200m는 5위에 그쳤지만 그는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100m에서 올해 1위(9초80)를 차지한 저스틴 개틀린과 200m 1위 라숀 메릿(이상 미국)이 볼트의 3관왕을 저지할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볼트가 ‘마음먹고 뛴다면’ 이들을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돌아온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리우를 빛낼 왕별 중 하나다. 15세에 2000 시드니올림픽에 첫 출전한 펠프스는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까지 3개 대회에 걸쳐 통산 22개(금18·은2·동2)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8개 종목에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며 1972 뮌헨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를 딴 마크 스피츠의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획득 기록을 경신했다. 22개 메달 획득 역시 역대 올림픽 참가자 중 개인 최다 메달 기록이다.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한 그는 2014년 4월 현역에 복귀했고, 자신의 5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또 한 번의 메달 사냥을 자신하고 있다. 주력 종목인 접영 100m와 개인혼영 200m에서 각각 올림픽 4연패를 정조준한다. 그가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메달 획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돼 또 다른 역사를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테니스 여자복식에 나설 비너스 윌리엄스-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2000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미 올림픽 3연패의 영광을 안은 ‘월드클래스 자매’로, 그 위용을 다시 한 번 과시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생 세리나가 단식 패권을 차지한다면 올림픽 2연패라는 값진 열매도 따내게 된다.

    축구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브라질 골잡이 네이마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네이마르는 소속팀이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와 올림픽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하자 주저 없이 올림픽을 선택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5회) 우승국인 브라질은 올림픽에서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채 은메달 3개와 동메달 2개만 땄을 뿐이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 결승전에서 멕시코에게 1-2로 졌던 아픔을 가진 네이마르가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조국에 첫 금메달의 영광을 안겨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약물 파문으로 ‘미녀새’ 못 본다▼ 징계받은 러시아, 올림픽 순위 추락 불가피 ▼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돌연 화제로 떠오른 것이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여부였다. 과거 올림픽뿐 아니라 각종 국제경기에서 조직적으로 도핑(금지약물 복용)을 실시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한동안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리우올림픽 참가를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고심 끝에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종목별 국제경기연맹(IF)의 판단에 따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확인된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러시아는 그동안 육상과 역도에서 정부(체육부) 및 정보기관이 직접 나서 자국 선수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 일부의 양심 고백과 이를 토대로 조사에 나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 연말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러시아 육상계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가 IAAF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이번 리우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세계적인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도 이번 조치에 따라 리우올림픽에 나서지 못한다. ‘미녀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신바예바는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2005, 2007, 2013년 등 세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세계기록만 17차례 갈아치운 이 종목의 ‘전설’이다. 자신이 직접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아님에도 자국 육상 선수의 광범위한 도핑 행태에 대한 ‘집단처벌’에 따라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여겼던 리우올림픽 출전이 물 건너갔다. 육상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역도 선수들도 이번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IOC가 종목별 IF의 판단에 따라 러시아 선수의 출전 여부를 정하도록 함에 따라 대회 개막전까지 이와 관련된 뉴스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 각 IF도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불참을 결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러시아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4개와 은메달 26개, 동메달 32개로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종합 4위를 기록한 스포츠 강국이다. 역도에선 단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지만 육상에선 금메달을 8개나 차지했다. 금메달 3개 중 1개가 육상에서 나온 셈. 러시아로선 종합순위 하락이 불 보듯 뻔한 가운데,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불참으로 그 혜택을 어느 나라가 입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런던올림픽에서 러시아보다 종합순위에서 앞섰던 3개국의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육상이 주력 종목인 미국과 영국 언론은 러시아 육상 선수의 퇴출 가능성이 언급될 때부터 강도 높은 징계를 요구했다.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빠지면 그만큼 메달 획득이 수월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올림픽 종합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별 기대 효과가 없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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