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5

2002.08.01

오뚝이 허석호 “불운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 <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전문 기자 > golfahn@sportstoday.co.kr

    입력2004-10-13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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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뚝이 허석호 “불운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 꿈에도 그리던 일본골프투어(JGTO) 주켄산교 오픈(총상금 1억엔)에서 첫 정상에 오른 허석호(28·이동수패션)는 마지막 퍼팅을 끝내자마자 핸드폰을 들었다. 5년간 암투병중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기 때문. 신호음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 괜찮아? 나, 우승했어요”라고 소식을 전한 허석호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그는 2부 투어 이야마 시리즈에서 3승을 올려 올해 정규투어 풀시드를 확보했다. 사실 올 시즌에도 우승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3라운드까지 잘 나가다가 최종일에 무너져 우승을 놓친 것이 세 번이나 된다. 일본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PGA선수권대회서는 1타차로 연장전에 가지 못하고 3위에 머물기도 했다.

    지난 6월 그는 감당키 어려운 불운을 겪었다. 폐질환으로 1주일간 입원한 데다 소속 골프장인 가네자와 CC의 사장이 부인과 동반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99년 군 제대하면서 운동선수에게는 치명타인 무릎수술로 절망했던 것과 비슷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가대표 시절 그랬던 것처럼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며 다시 일어섰다.

    허석호는 지난 95년 프로테스트에 합격했으나 무명생활을 이어가던 중 이동수골프구단에 스카우트돼 임진한 프로의 지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2000년 처음 상금 랭킹 상위권에 올랐고 지난해 포카리스웨트오픈서 우승했다. 이 우승으로 그는 어머니에게 웃음을 되찾아주었고, 다행히 어머니의 병도 호전됐다.

    “어머니가 정신적 지주예요.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벌써 그린을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골프를 가르친 아버지 허재현씨(전 이포CC 상무이사)는 레슨프로로 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이다.

    한편 허석호는 어려움 속에서도 99년부터 ‘사랑의 버디 행진’(버디를 할 때마다 2만원씩 적립)을 벌여 휠체어 15대를 구입, 전 체조 대표선수 김소영 등에게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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