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2002.06.13

‘일본으로 간 아리랑’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0-12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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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으로 간 아리랑’
    음악을 통해 과거사를, 그것도 고통의 역사를 확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일본으로 간 아리랑’(신나라뮤직)은 그 괴로운 작업의 산물이다. 12곡의 아리랑으로 구성된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타국에서 고난의 세월을 보내며 아리랑을 불렀을 한국인들의 얼굴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진다.

    음반 첫 트랙에 실려 있는 ‘이츠키 자장가’는 ‘일본의 아리랑’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일본 민요다. 이 노래는 놀라울 정도로 아리랑의 정서와 흡사하다. 마치 아리랑과 엔카를 반쯤 섞어놓은 듯하다. ‘오로롱 오로롱 오로롱바이’로 시작되는 가사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와 거의 똑같이 들린다. ‘이츠키 자장가’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구마모토현의 이츠키라는 오지에 들어가 조국을 그리며 부른 곡이라고 한다. 임란 당시 끌려간 도공의 후예 심수관씨는 이 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선의 노래가 분명합니다. 직관입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일제시대에 SP로 녹음된 소위 ‘SP 아리랑’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가사 외에는 모두 일본어로 불려진다. 이 밖에 일본 전통악기인 샤미센으로 연주한 아리랑, 종군위안부의 처지를 그린 ‘신나이 아리랑’, 교포2세 가수인 아라이 에이치(박영일)가 한국어로 부른 서사적 아리랑 등 여러 가지 ‘일본판’ 아리랑들이 수록되어 있다. 1998년 일본의 혼성듀엣 훼이 로브스키가 부른 ‘훼이 로브스키 아리랑’은 일본식으로 변형된 아리랑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본으로 간 아리랑’은 신나라뮤직이 1988년 시작한 아리랑 시리즈의 역작이다. 그동안 신나라는 ‘한반도의 아리랑’을 비롯해 ‘해외동포아리랑’의 러시아 중국편, 그리고 ‘북한아리랑’을 펴냈다. 50여종의 갈래에 6000여종이 넘는 아리랑을 집약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묵묵히 계속하고 있는 신나라측에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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