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2001.12.06

한국인 비자 면제 다짐 고이즈미의 ‘립 서비스’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4-11-24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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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비자 면제 다짐 고이즈미의 ‘립 서비스’
    지난 11월20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월드컵 출입국 공동위원회 실무회의’가 열렸다. FIFA 임원 편의제공 등 대부분의 의제가 술술 풀렸다. 그러나 양측은 곧 서로간에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난제를 다시 만났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비자 면제’ 안건이었다. 양측의 논쟁은 2시간을 넘겼다.

    한국측은 먼저 11월5일자 일본 지지통신 보도를 문제삼았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의 일본 체재 일수와 비자 유효기간을 늘리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체재 일수 늘리는 정도로 비자 면제를 비켜가려는 게 아니냐”는 게 한국측 추궁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그런 것은 검토한 적 없다”면서 슬쩍 넘어갔다.

    “불법체류자 6만명 때문에 해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방문객 130만명이 불편을 겪고 있다.” “비자가 면제되면 불법체류가 줄어든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비자를 면제받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나온 한국측 주장은 이날도 반복됐다.

    그러나 새로운 면도 있었다. 한국측은 “지난달 한일 정상은 비자 면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정신으로 이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없던 유력한 비자 면제의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답변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본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면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비자 면제는 한일간 우호관계가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 조치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는 10월15일 방한에 이은 10월20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한국인의 비자 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런 다짐은 일본 총리가 한국인에게 주는 선물로 인식됐다. 반일감정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외교관들은 ‘조건이 충족되면’이라는 총리의 단서를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이라는 종전 주장과 일치시키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 됐다. 일본 총리의 약속은 적어도 현재까진 임기응변용 ‘수사학’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적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립 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월 한 차례 더 비자문제 협의가 예정돼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일본의 자세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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