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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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만원으로 5억 만든 ‘미다스의 손’

자신만의 실전감각·철저한 단기투자 전략 의존…매수가에서 3~5% 빠지면 매도 철칙

  • 입력2005-12-20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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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백만원으로 5억 만든 ‘미다스의 손’
    ‘3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종잣돈을 166.7배로 불린 셈이니 놀라운 수익률이다. 올 3월13일 8년간의 법원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증권정보 사이트 팍스넷 벤처정보팀장으로 특채된 문양근씨(32)의 기록이다. 이런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대박 종목’이 없다는 점을 알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작년 4월 무렵 10여 일만에 150% 정도의 수익률을 안겨준 유일반도체 정도가 그에게는 거의 유일한 ‘대박 종목’이었다.

    도대체 그의 투자비법은 무엇일까. 문씨는 과거의 처절한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실전투자를 하면서 터득한 자기 나름의 실전감각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이나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종목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자신의 투자감각과 전략만을 믿을 뿐이다.

    그는 철저히 단기투자위주의 전략을 고수해왔다. 특히 작년 상반기 무렵부터는 데이트레이딩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는 요즘처럼 급등락이 심한 조정장에서는 오히려 데이트레이딩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5월23일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11.85포인트 하락한 679.76포인트에서 마감했지만 아홉 번의 데이트레이딩을 통해 2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날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SM엔터테인먼트 등 총 세 종목을 각각 세번씩 거래했다. 3500주씩 거래한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세번 모두 각각 주당 100, 500, 300원씩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2000주씩 거래한 새롬기술은 두번째 거래까지는 각각 주당 650원과 500원씩의 수익을 올렸지만 마지막 세번째 거래에서 주당 200원씩 손실을 입었다. 또 1000주씩 거래한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두번째 거래까지는 각각 주당 4300원과 2450원씩 수익을 올렸지만 마지막 세번째 거래에서 주당 2800원씩 손실을 입었다.



    그가 이날 이들 세 종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닥 지수 관련 종목군 가운데 대표주라고 할 수 있는 다음이 이날 오전부터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같은 지수 관련주인 한글과컴퓨터 및 새롬기술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SM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낙폭이 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이런 판단과 예상은 한글과컴퓨터에서는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또 나머지 두 종목에서도 두번째 거래까지는 적중했다. 그러나 마지막 거래에서 자신의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자 과감히 손절매한 것이다.

    “데이트레이딩에서는 장의 흐름을 타는 것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원칙이 손절매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매수가에서 3~5% 정도 빠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매도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또는 더 기다리고 있으면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보유하고 있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데이트레이딩을 ‘매도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매도 시점을 잡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주식투자 실패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당시 그가 주식투자로 날린 돈은 5000만원을 웃돌았다. 신용과 미수거래까지 동원해 투자에 나섰지만 외환위기로 투자 대상이었던 신호전자통신 삼삼종금 등이 부도를 맞으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마저 실패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억원이 됐다. 97년 9월 친구 3명과 함께 뜻을 모아 창업한 벤처기업 아이앤텍이 작년 초 문을 닫으면서 투자원금까지 날리게 돼 공무원 월급으로는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가 생명보험에 든 것도 이 무렵이었다. ‘자살’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인지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어느날 갑자기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주식투자에 손을 댄 것은 98년 11월 무렵이었다. 주식투자와는 인연을 끊고 지냈는데 우연한 기회에 손에 넣은 증권매매용 무선단말기 기능을 점검하다 실시간 주식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또다시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주식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4개의 경제신문을 포함해 총 6개의 신문을 구독하면서 중요 기사는 스크랩하며 공부했다. 증권계좌도 세 곳의 증권사에 개설했다. 여러 증권사 직원에게 교차 상담을 하기 위해서다. 또 매일 100~150개정도의 종목 차트 및 거래량, 주가추이 등을 분석했고 관심 종목은 매일 새롭게 점검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증권투자를 다시 시작한지 45일만인 98년 12월 중순 300만원의 원금이 1800만원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거래량이 어느 정도 수반되면서 일정한 주가패턴을 보이는 관리종목에 주로 투자한 결과였다. 당시 그가 투자한 종목은 삼익건설 동성 우성건설 한신공영 등 중소형 건설주와 신호전자통신 태일정밀 핵심텔레텍 등 중소형 전기-전자 관련 관리종목들이었다.

    이때는 무엇보다 매수-매도 타이밍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주로 며칠간 급락세를 보이다가 거래량이 수반되며 반등을 시도하는 시점을 많이 노렸다. 반대로 며칠간 급등하다 거래량이 터지는 시기에는 과감하게 매도에 나섰다.

    98년 말부터 다음해 초까지 주식시장은 전 종목에 걸쳐 순환매를 보이면서 상승하는 시기였다.

    이때는 주로 낙폭이 컸던 증권 은행 건설주 위주로 투자에 나섰다. 이 무렵 4000원대에 매수한 굿모닝증권은 6000원대까지 상승했고, 7000원에 매수한 현대산업개발은 계열분리라는 호재를 타고 순식간에 1만원대로 치솟았다. 이런 투자전략이 주효해 작년 3월경에는 투자원금이 약 3000만원 정도까지 증가했다.

    그는 작년 4월 무렵부터는 코스닥 투자로 방향을 돌렸다. 당시는 골드뱅크가 수직상승하면서 코스닥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러나 그는 골드뱅크가 단기간에 너무 급등한 것으로 판단해 유일반도체를 매수했다. 물론 유일반도체도 코스닥 시장의 활황 분위기를 타고 1만~2만원대의 주가가 이미 5만원대까지 상승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과감하게 매수에 들어가 10여 일만에 주당 8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이에 따라 투자원금도 7000만원대로 불어났다.

    그러나 작년 7월 대우사태 이후 찾아온 긴 조정장은 그에게 악몽이었다. 그는 이때 3000만원 정도의 손실을 입어 한때 9000만원까지 늘었던 투자자금이 6000만원대로 하락하고 말았다. 그는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작년 10월 무렵부터 다시 코스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한때의 손실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이때 테마주 위주로 투자했다. 액면분할 테마주였던 서울일렉트론 삼미정보 유일반도체 등의 종목군을 비롯해 인성정보 자네트시스템 인터링크 등의 정보기술주 및 통신 관련주, 가산전자 두인전자 서울시스템 등 화의 탈피주, 한글과컴퓨터 대양이앤씨 등 핵심 주도주, 그밖에 무상증자 테마주 등을 관심 종목군에 편입시켜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것.

    그가 이처럼 투자를 관심 종목군으로 한정한 것은 무엇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올 1월 급등락 장세를 연출하면서 조정을 보일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가 올 1월4일 증권계좌를 정리했을 때 그의 계좌에 들어 있는 금액은 총 5억원이었다.

    “주식투자는 한마디로 생존율 5%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기기보다는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이기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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