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6

2000.06.01

용병들, 자나깨나 ‘메이저리거’ 생각

  • 입력2005-12-0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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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병들, 자나깨나 ‘메이저리거’ 생각
    미국 대도시에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야구경기장으로 몰려 온다. 혼자 오는 이는 거의 없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관전은 저녁 6시 이후의 가장 멋진 여가 중 하나다.

    야구는 미국에서 생활의 일부다. 일과 후 활동이라면 직장 동료, 친구들과 소주 한잔을 첫손가락으로 꼽는 우리네 판단으로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야구가 국민의 생활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메이저리거는 미국에서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 고소득이 보장돼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LA다저스의 케빈 브라운은 1년에 1000만 달러 이상을 번다). 대다수 미국 프로야구선수들은 소득의 일부를 불우이웃 돕기 등 이웃사회에 환원하거나, 시즌 종료 후 어린이 야구교실을 연다. 그들은 ‘가진 자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의무’를 지키려 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거는 종종 지역 사회의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다음에 열거하는 이름들이 왜 그토록 빅 리거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펠릭스 호세, 조 스트롱, 호세 파라…. 한결같이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선수들이다. 외국인 선수 도입 첫해인 9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서 실패 혹은 성공을 맛보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이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9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돼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우완 투수 조 스트롱(38)은 지난 5월12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플로리다 말린스 산하 트리플A 캘거리 캐넌스에서 시작한 스트롱은 12일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승격을 통보받은 뒤 곧바로 마이애미 프로 플레이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한 것이다. 5대 4 한점 차로 앞선 7회 2사 2루에서 선발 존 그릴리를 구원한 그는 월리 조이너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 불을 끈 뒤 8회를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무리 투수 알폰소 알폰세카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고 구속 95마일(약 153km)에 1⅓이닝 무안타1 볼4 무실점. 말린스가 5대 4로 이겨 스트롱은 ‘홀드’(hold·승패에 관계없이 효과적인 투구를 했을 경우 주어진다)를 얻었다.



    삼성서 뛰었던 호세 파라는 지금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다. 롯데에서 지난해 팀 타선의 절반을 차지했던 펠릭스 호세는 뉴욕양키스로 갔다. 그러나 그는 메이저리그에 오른 뒤 바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등판이었던 스트롱은 지난 1960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투수 디오메데스 올리보(당시 41세) 이후 가장 나이 많은 신인 선수로 기록됐다. 조 스트롱 본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희한한 시나리오다. 대만 프로야구에서 불미스런 사고로 방출된 뒤 한국에서도 적응을 못한 채 ‘새가슴’이라는 소리만 듣다 1년만에 짐보따리를 쌌던 스트롱이 아닌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용병들. 그들이 가슴 한 쪽에 숨겨두고 있는 꿈도 여느 선수와 다를 바 없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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