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4

2000.03.09

외국인이 한국증시 떠나는 까닭은

  • 입력2006-02-09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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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이 한국증시 떠나는 까닭은
    우리 나라 증시 추이를 보면 세계화의 위력을 절감할 수 있다. 거래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 역시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따라갈 뿐이다. 심지어 종목까지도 그렇다. 이러한 동조화 현상은 대우채 환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모처럼 회복세를 보였던 증시가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도 공세로 급락하면서 절정에 달한 바 있다. 사정이 이쯤 되면 한국이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라는 자조어린 탄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봐도 그렇다. 기관과 개인의 비중이 훨씬 높지만 외국인들이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과 금융기법의 수준차라는 문제가 단기간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불평등 게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매매동향이 주가지수의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도 배경에 대한 분석 없이 향후 우리나라 증시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외국인들의 투자 행태가 돌변하게 된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뉴욕증시의 조정국면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이 단기매매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4·4분기 기업순익 결과가 양호하게 나타났지만 금리인상과 증시거품에 대한 우려 때문에 뉴욕증시는 연초 이후 급등락 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뉴욕증시의 투자패턴도 단기매매 위주로 바뀌고 있으며 시장주도주의 교체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증시 조정국면에 외국인들 단기매매 선호

    두 번째로는 원화가 평가절하될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리 나라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한 것은 경기회복에 따른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원화가치 절상으로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원화 절상 기조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들이 나타나자 원화가 추가 절하되기 전에 차익 실현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우연의 일치일까.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월17일 미국의 무디스사는 일본의 엔화 표시 국채신용등급에 대한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또 한번 정보의 비대칭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예컨대 외국인들이 무디스사의 발표내용을 미리 알고 엔화 급락에 따른 원화 절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우리나라 주식을 순매도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향후 투자전략은 어떻게 될까. 우선 미 통화당국의 금리인상 국면이 종료되지 않는 이상 뉴욕증시 불안으로 인해 단기매매 패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는 못하겠지만 여전히 6%대 이상의 경제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기업수익 전망도 좋기 때문이다. 둘째, 엔화 약세가 심화된다고 해도 115엔 이상으로 급등하기는 어렵고 원화도 동반약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셋째, 무역적자 감소 등으로 인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환율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차익이 예전보다는 못하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의 조정과정에서 절대적인 투자규모는 일시 감소할 수 있어도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 시장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기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이후의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단기매매 비중 확대에 따라 자본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외환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증권시장도 급락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7년말에도 그랬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외환당국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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