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2016.07.06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동해안의 맛에 풍덩 빠지다

삼척의 대중적 먹을거리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07-04 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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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은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로 복작거린다. 강원 삼척도 예외가 아니다. 최고 해돋이 경관을 자랑하는 촛대바위가 있는 곳, 먹을거리로는 곰칫국이 성행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여느 지역과 달리 삼척의곰칫국은 1년 이상 된 신김치를 사용한다. 김치찌개를 연상케 하는 음식문화다. 신김치가 곰치와 만나면 곱고 순한 맛이 탄생한다. 김치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곰치의 물컹거리는 감촉도 제법 궁합이 잘 맞는다.

    요즘 곰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20년 전만 해도 저렴한 생선이었지만 어느새 고급 생선 반열에 올랐다. 실제 곰칫국을 여러 명이 함께 먹으려면 만만치 않게 돈이 든다. 몸집이 크고 살이 물컹한 곰치는 졸깃하고 기름기 많은 생선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기름기와 비린내가 없는 단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순순한 맛’의 대명사로, 무른 살점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신분세탁을 했다.



    곰치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동해나 삼척에선 곰치, 강릉과 속초에선 물곰이라 부르고, 큰 덩치 탓에 물속에 빠지면 텀벙 소리가 난다 해서 물텀벙이라고도 한다. 삼척 곰치는 원래 어부들이 겨울에 먹던 생선이지만 1990년대 초반 상업적 먹을거리가 됐다. 지금도 영업 중인 ‘금성식당’이 제일 먼저 곰치 음식을 팔기 시작했고, 삼척식 곰칫국을 전국에 알린 ‘바다횟집’이 뒤를 이었다. 현재 삼척항(옛 정라항) 주변에는 ‘바다횟집’을 비롯한 횟집 대부분에서 곰칫국을 취급한다. 1년 된 신김치와 고춧가루, 소금 같은 기본 조미료만 사용하고 곰치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곰칫국은 부드럽고 개운하다. 끼니로도 좋고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뚱보냉면’은 삼척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다. 역사가 80여 년 됐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이 집 냉면은 함흥식 비빔냉면이다. 전통 방식의 함흥냉면은 면을 양념에 비빈 후 말아 주는 게 특징이다. 고구마 전분과 밀가루를 섞은 전형적인 함흥식 면발과 매운맛이 좀 강한 양념은 옛 함흥냉면의 맛을 제법 잘 살리고 있다. 함흥냉면은 원래 매운맛으로 먹던 음식이지만 남한에 정착하면서 매운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강해졌다. ‘뚱보 냉면’은 삼척 도계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 지금 자리로 옮겼다. 이 식당의 별미 중 하나는 훈제통닭이다. 냉면집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지만 가게 안에 커다란 훈제용 화덕이 놓여 있다. 이 화덕에서 40분 정도 훈제된 닭이 손님상에 오른다.





    삼척 쏠비치 앞에 있는 ‘부일막국수’는 삼척에서 가장 유명한 막국수 전문점이다. 메밀과 전분을 반반씩 섞어 가늘게 뽑은 막국수를 멸치, 다시마, 무, 미나리, 파,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육수에 말아 먹는다. 원 막국수와는 조금 다른 맛을 내지만 인근 군부대 장병이나 젊은이들에게 제법 인기가 좋다. 반찬도 조금 색다른 편인데 백김치식으로 담근 하얀 겉절이 김치를 곁들여 낸다.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돼지고기 수육은 삼겹살이나 목살이 아닌 앞다릿살을 쓴다. 기름과 살코기가 섞인 목살이나 삼겹살과 달리 앞다릿살은 기름과 살코기가 분리돼 있어 살코기와 지방을 따로 또 같이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부위다. 달달한 양념장에 마늘, 고추 등과 함께 먹는 원초적 음식이다. 10월과 11월 제철에 잡은 도루묵을 냉동해 일 년 내내 파는 ‘정라횟집’도 삼척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다. 제철 도루묵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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